동해안 1박 2일

여인 다섯, 동해(東海)에서 커피와 예술의 향기를 찾다

지역내일 2012-07-23

동해안으로 바다 바람 쐬러 가기 위해 주부 5명이 모였다. 그동안 아이들 기말고사 시험이 끝나자마자 어디든 여행을 가자고 몇 달째 벼르고 있었건만 막상 떠나는 순간까지 얘들이 눈에 밟혀 여행 한 번 제대로 떠나기 어려웠다. 이렇게 중간고사, 기말고사 번갈아 가면서 4번 시험을 치르고 나면 일 년이 훌쩍 지나가고 만다. 그전에 잠깐이라도 짬을 내 엄마들끼리 여행이라도 우아하게 떠나 보자는 게 그 취지. 첫째 아이 초등학교 일학년 친구 엄마들과 벌써 11년째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기에 가능했다.


횡성에서 한우고기 맛보고, 강릉에서 커피 향에 취하고
이렇게 일상을 잠시 접어둔 채 한줌의 아쉬움마저 털어버리고 주부 5명이 동해바닷가를 향해 중부고속도로 하남방면으로 접어들었다. 점심은 아이들 학교 가는 것 챙겨주고, 집안 정리하고 나오느라 출발 전에 간단한 김밥으로 해결한 상태였기에 횡성근처를 지나면서부터는 배가 출출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둔내 톨게이트로 나온 후 근처의 한우 플라자에서 한우 등심을 구입해 허기진 배를 달랬다. 카운터에서 고기를 산 후 식당에 가면 일 인당 기본 세팅비로 일정액을 지불하면 고기를 싼 가격에 먹을 수 있는 곳 이었다. 대략 한 근에 약 9만 원 정도. 역시 한우산지로 유명해서인지 입에서 살살 녹는다며 모두들 깔깔거리며 난리였다. 집에서는 아이들 챙기느라 제대로 고기 한 점 먹을 새도 없다는 엄마들이 뚝딱 비웠다.
이제 배도 채웠으니 우아하게 커피를 마셔야겠다는 생각에  커피 투어를 하기로 했다. 최근 강릉하면 커피향이 떠오를 정도로 유명한 커피 명소들이 많다고 해 강릉으로 향했다. 남강릉 IC에서 나가면 근처에 있다는 테라로사로 갔다. 그곳은 커피공장이 함께 있는 테라로사 본점이다. 서울에서 이곳까지는 약 3시간 정도. 흰색 시멘트 건물로 고즈넉한 분위기가 마치 중세 유럽의 시골을 찾아온 것처럼 고풍스러웠다. 내부로 들어서자 알록달록 고급스러운찻잔들을 2중으로 쌓아 장식대를 가득채운 모습이 그릇 좋아하는 주부의 취향에 딱 맞는 곳이다 싶다. 여기저기서 스마트폰으로 이국적인 내부 모습을 촬영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이곳 테라로사는 강릉 커피투어에서 빠질 수 없는 곳으로 주인인 김용덕 대표가 커피애호가로 잘 알려져 있어 서울에서 일부러 커피를 마시러 올 만큼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달콤한 카페라테나 카푸치노를 마실까도 했지만 기왕 온 김에 이름도 생소한 싱글오리진의 커피를 무려 다섯 종류나 시키고 말았다. 게다가 간식거리로 치즈가 듬뿍 토핑 된 팬케이크를 시키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친절한 종업원이 우리가 시킨 커피를 한 가지씩 알려주었다. 라틴아메리카산의 커피는 약간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고 아프리카산 커피는 시큼한 맛이면서 담백하다고 한다. ‘과테말라 잠페티아’, ‘브라질 글레바’ 등 이름도 생소하다. 하지만 이곳의 커피는 모두 산지에서 직접 조달해 오는 신선한 커피들로 바로 옆 공장에서 로스팅 한 후 이곳으로 가져온다고 한다. 커피 값은 싱글오리진이라서 그런지 5,500원에서 7,000원으로 꽤 높은 편이었다.

다음 목적지는 정동진. 강릉에서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정동진 근처에 하슬라 아트월드가 있고, 그 안에 숙소가 될 만큼 근사한 하슬라 뮤지엄 호텔이 있었다. 저녁 무렵이라 일단 숙소를 정하기로 하고 호텔에 들어간 순간 다섯 아줌마들의 입에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멋있고 근사했다. 결국 서울에서 인터넷 상으로 검색질만 하다가 결정을 못하고 왔지만, 한 눈에 반해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하루 밤 자보기로 했다. 아줌마들의 파워를 발휘하고 다행히 성수기 전이라서 그런지 이것저것 할인도 받고 각종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어 결과적으로는 원래 가격에 비해 많이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저녁은 정동진의 횟집에서 신선한 회로 마무리하면서 하루를 정리했다.



모던한 하슬라 아트월드와 고풍스런 강릉의 선교장
하슬라는 고구려시대부터 불리어온 강릉의 옛 이름이다. 이곳 하슬라 아트월드에는 호텔, 조각공원, 박물관이 갖춰져 있는 곳으로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호텔은 조각예술가 부부가 만든 곳으로 호텔 곳곳에 예술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볼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호텔투숙객의 경우 근처의 조각공원, 호텔미술관, 피노키오미술관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객실역시 다양한 형태의 침대와 욕조, 짜 맞춤 가구가 마련된 심플하면서도 모던한 공간으로 예술성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조각공원은 호텔 뒤편 약 3만 평의 부지에  자연경관을 최대한 살려가면서 조각품을 곳곳에 배치해 놓은 공원이다. 소똥갤러리, 돌 갤러리 등의 전시관과 야외 공연장 시설을 구비해 놓고 있다. 덤으로 눈앞에 펼쳐진 천연의 예술작품 정동진의 바닷가를 감상할 수 있다. 바다전망대에서는 바닷가에서 해 뜨는 장면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새해 일출을 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조식 전에 야외 조각공원에 올라가서 감상하고 난 후에 먹는 밥맛은 꿀맛 그 자체였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향한 다음 목적지는 강릉의 선교장. 세종대왕의 형인 효령대군의 11대손인 이내번이 1703년에 건립한 것으로 10대 300년에 걸쳐 보존되고 있는 조선시대 후기의 상류가옥이다. 1965년 국가문화재로 됐으며 20세기 한국 최고의 전통가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정갈하게 가꾸어진 모습과 단아한 한옥의 풍채가 인상 깊었다. 한옥의 고풍스러움과 자연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곳으로 번잡한 마음마저 차분해졌다. 선교장에 들어서자마자 마당 옆 연못을 가득 채우고 있는 커다란 연꽃들마저 이곳의 연륜을 느끼게 했다.

이제 마지막 남은 곳은 맛있는 물 회와 가는 길에 들를 백담사. 왔으니 정리하는 기분으로 다시 한 번 회를 먹기로 했다.  이번에는 물 회로 배를 든든히 채웠지만, 아쉽게도 백담사는 들를 수가 없었다. 벌써 지쳐버린 몸이 백담사를 마다했기 때문이었다. 전날 비가 와서 늦게 출발한 탓에 백담사까지는 아무래도 무리였다. 오는 길에 기념품으로 오징어를 사들고 서울로 향했다. 여기까지 와서 못 간 백담사는 다음을 기약하고 서울로 향하는 길 내내 못내 아쉬웠다. 맛있는 한우와 향기로운 커피, 그리고 바닷가 예술공원에 들러 오랜만의 낭만에 취했던 주부 다섯, 이제 가족을 지킬 힘을 충전했으니 다시 한 번 힘을 내보자. 아자, 아자!


박혜영 리포터 phye0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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