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행복해야 할 신혼부부, 장밋빛 미래를 꿈꾸던 그들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3개월이면 충분했다.
어느 날 인터넷 도박을 시작한 남편은 재미라고, 심심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점점 몸집이 커져갔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돈을 쓰기 시작하더니 빚까지 지게 되었다. 사랑하는 아내의 만류도 가속을 멈출 수 없었다.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 순간 아내가 찾아간 곳은 해드림상담센터, 도박치유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하는 곳이었다.
* 해드림상담센터 김영순 소장
도박중독,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 =
“금요일에 두정동 거리를 와본 적 있으신가요? 차량이 빽빽하고 사람들로 가득하지요. 하지만 건강한 모습이 아니에요. 한탕을 노리는 허황된 꿈이 가득한 거리지요.”
해드림상담센터 김영순 소장은 지난 13일 경마·경륜·경정장이 한 곳에 몰려 있는 거리를 다녀왔다. 늘 지켜봐온 거리는 변함이 없었다. 눈에 핏발을 세운 채 도박에 열중하는 사람, 차량을 담보로 돈을 빌려 고스란히 도박에 써버리는 사람들로 거리는 아우성이었다.
김영순 소장은 “천안은 기초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경마·경륜·경정장 등 장외발매소가 모두 들어선 곳으로 도박중독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며 “그동안 도박중독자를 위한 치유시설이 없었는데 해드림상담센터가 개소하며 그 역할을 맡게 되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문을 연 해드림상담센터는 습관성도박 전문 상담치료를 위한 곳이다. 한국마사회 산하기관인 유캔센터(한국 습관성도박 연구센터) 네트워크 기관으로, 한국마사회의 지원을 받아 무료로 대전·충청 지역 도박 중독자들에 대한 전문 상담과 치료를 한다. 김 소장은 25년 경력의 상담심리전문가로 직접 전문적인 상담치료를 펼친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도박중독자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센터에서 상담과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다. 가족상담도 함께 한다. 또한 센터는 도박 빚으로 인한 파산신고 등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경우 법률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시스템도 갖췄다.
어려서부터 도박에 노출, 젊은 층 늘어나고 있어 =
김영순 소장은 어린 시절부터 인터넷도박에 노출되는 최근 한국사회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김 소장은 “어려서 도박을 경험한 사람들은 성인이 되어 중독에 빠질 확률이 높다”며 “유명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일하는 젊은 층이 도박중독으로 인생을 허비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도박중독은 개인은 물론, 가족들의 삶도 송두리째 앗아간다. 가족들이 알게 된 때는 이미 도박 빚으로 문제가 심각해져 더 이상 방법이 없을 때가 많다고. 김영순 소장은 이럴 때일수록 가족의 협조로 함께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중독자가 자발적으로 상담하러 오는 경우는 드물다”며 “도박중독은 중독성질환으로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가족이 함께 의지를 갖고 치료하면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희망이 없는 시대, 즐거움을 주지 못하는 사회가 도박에 빠지도록 하는 거겠죠. 그렇기 때문에 이제라도 사회가 나서서 도박중독 치유는 물론, 예방프로그램을 시작해야 합니다. 더 늦기 전에요.”
문의 : 070-8253-8267
김나영 리포터 naym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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