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전통시장의 멋과 흥 _ 2편 “춘천중앙시장(낭만시장)”

역사와 전통의 중앙시장, 새로운 낭만을 그리다

지역내일 2012-07-18

시대의 흐름을 읽고, 소비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를 보며 미래를 설계하는 사람들. 그래서 스스로 변화를 선택한 사람들. 바로 춘천 중앙시장의 또 다른 이름인 낭만시장이 생겨난 이유다. 사람냄새가 뒤섞여져 흥겨운 멋과 정을 가득 안겨줬던 추억의 공간, 그러나 거기까지가 다는 아니다. ‘신나는 밤, 맛있는 시장’이라는 재치 있는 문구가 말하듯 젊은 세대와 관광객들과 소통하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곳. 상인들은 물론 지역경제를 위해서도 전통시장 활성화가 절실한 이때, 소프트웨어적인 접근을 십분 활용한 춘천중앙시장의 변화는 충분히 주목받을 만하다.


 


1960년대 양키시장의 추억


반세기를 훌쩍 뛰어넘은 세월. 춘천의 한가운데에서 춘천사람들의 일상과 함께해온 곳이 중앙시장이다. 한국전쟁 이후 미8군부대가 들어서면서 자연스레 형성되었던 ‘양키시장’ 또한 중앙시장의 다른 추억 속의 이름이다.


1960년 당시 시장 활성화를 위해 사람들이 모여 땅을 구입하면서 시작된 주식회사 춘천중앙시장. 지금까지도 춘천 최초의 전통시장은 처음 지어진 건물 그대로에 수차례 옷만 갈아입으며 현재의 위상을 지켜나가고 있다. 아흔 넘으신 할아버지가 아직도 장사를 하고 있을 만큼 다른 시장보다는 상인들의 연령대도 높고 삼사십년 이상을 지속해 온 분들이 많다. 점포수는 노점을 포함해 총 282개. 과거 양키시장의 명맥 때문에 의류를 비롯해 수선집들도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과거 춘천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소풍이나 명절 전 중앙시장에 옷을 사러온 추억 하나 정도는 있을 거란 게 한 상인의 귀띔이다.


 


변화를 즐기는 사람들의 낭만시장


사실 타 지역의 네티즌이나 관광객들에겐 춘천중앙시장보다는 낭만시장이란 이름이 더 유명하다.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와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되면서부터 시장 일대에 지역문화, 예술, 축제 자원을 접목한 관광명소화를 추진해왔다. 문화행사 공간을 만들고, 낭만투어시장을 비롯해 각종 전시, 공연, 체험행사 등을 열어왔다. 상인들이 직접 풍물단과 밴드 등을 조직해 공연할 계획이기도 하다. 올해 처음 개최한 사생대회도 반응이 좋았다. 상인들은 상인대학에서 서비스, 경영, 정보화 교육도 받으며 시장 마인드도 키운다.


이런 노력의 결과일까. 중앙시장 뒷골목에도 젊은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띈다. 간판과 벽화, 조형물들을 카메라에 담고 천천히 감상하기도 하는 발걸음들이 제법 많다. 물론 이런 발걸음들이 전부 구매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상인들은 이런 분위기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낭만살롱(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무소 기획팀)에서 실무를 맡고 있는 조한솔(27) 씨는 “다시 살아나기 위한 재래시장의 일련의 움직임들이 너무 흥미롭다”고 했다. 자신은 청년기업가의 눈으로 시장의 가능성을 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올해로 지원사업이 마무리되어도 자신이 운영하는 ‘동네방네 트레블’이란 회사를 중앙시장 내에서 카페로 운영하며 춘천여행과 전통시장의 문화를 아우르는 사업을 계속 추진할 예정이다.


 


매달 마지막 주에 야시장 개최


중앙시장의 새 풍경, 야시장. 작년 인기가수 유키스를 홍보대사로 활용할 정도로 강원도 차원에서 운영에 많은 지원을 해줬다. 올해부터는 매달(4월~10월) 마지막 주 토요일 저녁 6시부터 밤 11시까지 ‘낭만시장 야간개장 신나는 밤, 맛있는 시장’을 진행한다.


“흔히들 야시장하면 전국 각지에서 오는 노점들을 생각하는데, 우린 이런 노점을 철저히 배제하고 우리 상인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동참해서 진행하지요.” 신영수 관리과장의 전언이다. 올해까지만 정부지원이 이어지고, 이제는 상인회를 중심으로 문화공연을 기획하고 진행해나갈 과제를 안고 있는 중앙시장. 하지만 낭만시장으로의 변화는 지속적으로 진행될 움직임이다. 변화의 맛을 본 상인들이 갈수록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머잖은 곳에 편리한 대형마트가 있다지만, 오래도록 한자리에서 춘천과 하나 되어온 시장과는 분명 비교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어려울 땐 서로 정을 건네고 즐거울 땐 더욱 흥을 북돋우며 살아가고 싶은 우리네 인생살이 같은. 게다가 이제는 시장과 문화가 한곳에서 만났으니 이름 그대로 낭만을 느껴보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 여름맞이 경품 대축제 : 7월 16일(월)~27(금)


* 낭만시장 야간개장 : 7월 28일 18시부터


문의 : 춘천중앙시장 254-2558


김연주 리포터 fa1003@naver.com


 


 


< 미니인터뷰 : (주)춘천중앙시장 신연수 관리과장 >


 


Q. 중앙시장에서 낭만시장으로의 일련의 변화를 시장상인들이 쉽게 받아들였나요?


재래시장과 문화를 엮어가는 이번 사업을 진행하면서 처음 1년은 정말 힘들었죠. 시장에서 장사만 하신 분들에게 요즘의 젊은 문화를 입힌다는 게 영 어색하기만 했어요. 기획팀 파견직원이 매일 시장을 돌아다니며 일일이 상인들을 만나 각 사업내용 설명하고 상인들을 설득하는 게 하루일과의 전부였으니까요. 물론 지금 3년차로 접어들면서 이젠 다들 익숙해지신 것 같습니다. 다들 변화하려고 열심히들 노력하시고 서서히 바꿔져 가는 분위기를 충분히 느끼고 있습니다.


Q. 어떤 모습에서 시장의 변화를 가장 잘 실감할 수 있을까요?


이번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을 통해 상인회분들이 직접 풍물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민요를 배우시는 분이 있는가하면, 밴드도 결성되어 앞으로 시장 내 자체 공연을 위한 투자를 하고 있는 거죠. 풍물단의 경우, 매주 한 시간 이상씩 국악 전문선생님께 교육도 받고 있습니다. 장사만으로도 바쁘고 연세도 많으시지만 대단한 열정과 변화를 보여주시네요. 무엇보다 내년부터는 정부 지원이 마무리되기 때문에 상인들은 스스로 자발적인 주체가 되어 낭만시장 자체의 자생력을 키우려고 똘똘 뭉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에 시민들도 관심을 갖고 많은 동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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