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학교폭력, 왕따, 외상후스트레스장애등 청소년 심리상담 절실

날로 심각해지는 청소년 자살, 아이들은 왜 말 하지 못하나?

지역내일 2012-07-18

지난해 12월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의 충격이 채 사라지기도 전, 또 다른 자살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2일 지역의 한 고등학생이 또래 학생들의 지속적인 폭력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것이다. 

조사 결과, 자살한 고교생 김모(16)군은 중학교 1학년이던 지난 2006년부터 최근까지 동급생들로부터 상습적인 폭행을 당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대구지법은 지난 18일 가해자 K군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진행하고 구속영장을 발부한데 이어 A군 외에 교실 등에서 김 군을 상습 폭행한 7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혼자만의 세상에서 고민하는 아이들

대구의 아이들이 심상치 않다. 지난 12월 중학생 권모군의 자살사건 이후 대구의 청소년 자살 건수가 예년의 2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지역 교육계 일각에서는 모방자살을 일컫는 ‘베르테르 효과’까지 언급하며 자살이 확산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학부모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고1, 중1 두 아들을 둔 학부모 김모씨(45 수성구)는 “자살한 아이들 이야기를 들으면 내 아이도 혹시 무슨 일을 당하고 있는 데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며 “피해 학생들도 정상적인 가정의 아이들이었지만 피해사실을 부모나 형제에게조차 아무 말도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남의 자식 이야기지만 마치 내 일처럼 마음이 답답하다”고 말한다.

김씨의 말처럼 많은 부모들은 학교폭력에 대한 대책을 비판하기에 앞서 ‘왜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데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건지’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다. 

성적만 묻는 학부모, 경쟁만 강조하는 사회 



자신의 심각한 고민을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아이들. 그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대구 수성구 마인드앤헬스의원 배진우 원장(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사진)은 “아이들의 사춘기적 특성을 이해하고, 부모가 아이에게 가지는 관심의 초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한창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은 대개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 친구들과의 관계형성에 큰 의미를 두기 시작한다.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부모보다는 친구에게서 ‘살아가는 힘’을 얻는 다는 것.

배 원장은 “부모에게서 독립해 또래와 더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사춘기에는 혼자서 해결하려는 성향을 강하게 띈다. 특히 남학생들의 경우 이런 경향이 더 강하다”며 “누군가와 이야기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가면 혼자서 해결해야한다는 생각에 갇혀 이야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무슨 이야기든 할 수 있는 집안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이 시기를 잘 보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분위기가 생각만큼 잘 조성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그 이유에 대해 배 원장은 “아이의 관심과 부모의 관심이 다르고, 부모가 아이에게 갖는 관심의 포커스도 아이와 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부모들은 아이가 초등 고학년이나 중학생 이상이 되면 아이의 감정이나 교우관계에 대한 질문보다는 학습이나 공부에 대한 질문을 더 많이 던집니다. 예를 들면 학교 마치고 돌아온 아이에게 ‘오늘 학교는 즐거웠니? 뭐가 가장 즐거웠니?’라는 질문을 던지는 부모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수업 열심히 했니?’ ‘시험 잘 봤니?’ ‘학원 숙제는 다 했니?’하고 묻는 경우가 더 많다는 뜻이지요. 

아이들에게는 친구나 자신의 감정, 좋아하는 것 등이 더 중요한데, 부모들은 아이가 공부는 잘 하고 있는지가 더 궁금한 거죠. 당연히 대화가 되지 않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부모의 책임이기도 하지만 경쟁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는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배 원장의 설명이다.

진정한 소통의 부재, 수많은 가해자 만들어

부모나 교사, 친구들과 올바로 소통하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피해학생들처럼 가해학생의 경우도 이 소통이 문제가 돼 문제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대구 수성구 마인드앤헬스의원 배진우 원장은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심리상담을 받는 아이들의 30% 가량은 ADHD나 충동억제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70%는 겉으로 보기에 평범한 보통 가정의 아이들”이라며 “하지만 이 아이들은 이른바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자신이 친구를 괴롭혀도 당하는 친구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본인은 장난이었다는 말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공감능력은 나이가 들면서 지속적으로 발달하는데, 이 과정에서 부모의 역할이 지대하다. 공감능력은 부모가 서로의 입장을 공감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배우게 되는데 부모가 가끔이라도 과격한 싸움, 감정표현을 보이거나 반대로 서로에 대한 표현이 적으면 아이들에게 공감능력을 키울만한 롤모델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배 원장은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꼭 맞는다. 대화를 시도하기에 앞서 과연 부모로서 아이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 꼭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살하는 아이들, 말도 할 수 없을 만큼 무기력증 겪어

아이들이 자신의 상황을 말로 하기 위해서는 아이의 관심사와 감정에 공감해주고, 어려서부터 부모가 롤모델이 되어줘야 한다는 것은 근본적인 소통을 위한 예방적 차원. 당장 내 아이가 폭력에 시달려 입을 닫고 있다면 부모는 어떻게 알아챌 수 있을까? 또 장기간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은 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까. 

배 원장은 “만성적인 스트레스나 폭력을 긴 기간에 걸쳐 받은 아이들은 우울증과 함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이유로 피해 학생들은 학습된 무기력증을 겪게 된다. 이는 도와달라는 말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무기력증으로 말하는 것으로, 일종의 뇌의 셧다운 상태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한다.



학습된 무기력증에 걸린 아이들은 대개의 경우 무표정하고, 힘이 없다. 그렇다고 할 일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무엇인가 하긴 하지만 로봇처럼 아무 감흥도 없이 하게 된다는 것.

배 원장은 “아이의 말수가 줄어들고, 무표정해지는 경우, 잠을 잘 못자거나 책상에 앉아 있지만 성적은 떨어지는 경우 아이의 학교생활이나 교우관계를 점검해야 한다”며 “더불어 ‘집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베이스캠프’라는 생각을 늘 인지시키고, 어떤 것이든 화 내지 않고 도와줄 수 있다는 표현을 자주 해 아이가 입을 다무는 일이 없도록 신경써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 아이들이 어려운 상황을 부모에게 이야기하지 못한다면 또래 친구 또는 대학생 선배 등의 멘토에게라도 털어놓을 수 있도록 멘토링 교육기부 서비스나 동네 선배 등과의 친분관계를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것도 좋은 방법.

대구학생상담자원봉사자회 권환선 부회장은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고민을 부모나 교사에게 말하지 않는 반면 친구들과 서로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장에서 또래들 간의 상담을 통한 문제해결을 도모하는 또래상담을 권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이어 권 부회장은 “밥상머리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며 “자녀가 어릴 때부터 가족 간의 대화를 통해 자녀의 관심사와 고민에 좀 더 구체적으로 다가서는 부모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내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욕심에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다보니 정작 아이의 생각이나 목소리에 진심으로 들으려고 다가설 틈이 없지는 않았는지 돌이켜 생각해 보자”고 말한다. 아이의 스트레스를 알아야, 내 아이를 지킬 수 있다는 그의 얘기다.

도움말  대구 마인드앤헬스의원 배진우 원장
대구학생상담자원봉사자회 권환선 부회장
취재 김성자 이경희 리포터 
사진 전득렬 팀장 papercup@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