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제주다. 그동안 물리도록 봐온 제주 여행 정보는 잠시 잊을 것. 우리에게 익숙했던 제주 이미지는 ‘올레’와 핸드드립 카페, 그리고 새로운 볼거리들로 거듭 진화하고 있다. 제주 마니아 리포터의 생생한 체험담, 촘촘한 정보로 꽉 채운 2박3일 제주 여행기를 통해 제주의 속살을 제대로 들여다보자.
윤영선 리포터 baass31@naver.com
첫째 날_ 청정 숲을 지나 오름까지
깊은 숲 속에서 만나는 귀한 나무들 비자림
광대한 면적에 비자나무가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이 들어차 있는 비자림은 원시적인 신비감과 장엄함조차 느껴지는 곳이다. 수령이 5백~8백년 자란 나무들이 모여 있으며, 단일수종으로 이루어진 숲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1.2km의 말굽모양 산책로에는 현무암의 붉은 가루인 ‘송이’가 깔려 있어 이채로운 느낌을 준다. 산책로를 다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1~2시간 정도. 고요한 숲길을 만끽하며 천천히 걸어도 어느새 도착해 있을 만큼 길지 않은 거리지만, 푸른 비에 젖는 착각이 들 정도로 숲이 깊다.
꿈결처럼 아름다운 옥빛바다 월정리해수욕장
제주도의 동북쪽에 위치한 월정리해수욕장은 아직까지 사람들이 붐비지 않은 숨은 관광지이다. 이곳은 한적하고 오붓하게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아 제주도민들이 많이 찾는다. 해변의 모래는 눈이 부실 정도로 희고 고와 햇빛을 가득 받을 때의 경관이 은빛 일색이다. 바다빛깔은 육지와의 거리에 따라 물빛이 연하거나 진한 푸른빛, 투명하거나 깊은 푸른빛으로 달라져 파란 하늘과 함께 이국적인 풍광을 자아낸다. 해안 곳곳에 드러나 있는 검은색 현무암은 은빛모래와 대조를 이뤄 색다른 매력을 뿜어낸다.
부드러운 자태를 뽐내다 용눈이오름
제주도에 많고 많은 오름이 있지만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용눈이 오름’은 부드러운 풍경과 유연한 곡선을 자랑한다. 규모도 아담해 첫째 날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잠시 짬을 내어 오르기에 만만하다. 세 개의 봉우리와 세 개의 분화구로 이루어져 있는데,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각양각색의 얼굴을 보여준다. 정상에 오르면 끝간데 없이 펼쳐진 제주 풍광이 한 눈에 내려다 보여 가슴이 탁 트이는듯하다. 날씨 좋은 날 오르면 붉디붉은 노을 풍경도 감상할 수 있으니 사진기를 꼭 챙겨갈 것.
둘째 날_ 올레길, 그리고 동백언덕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올레 올레 7코스
‘놀멍 쉬멍 걸으멍’ 가는 올레코스 중 7코스는 많은 올레 코스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다. 황우지 해안, 외돌개, 돔베낭골 산책로 등 빼어난 해안경치를 품고 있어 사계절 내내 수월하게 올레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바다와 어우러진 소나무숲, 층층이 초록빛인 미나리 다랑이밭까지, 여름은 물론 겨울에도 제주의 푸름과 화사함이 변함이 없다. 첫 올레도전이라면 중간 정도까지만 갔다가 되돌아오는 것이 무리가 없으니 참고할 것. 걸으면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간식과 음료수도 따로 챙겨가는 것이 좋다.
Info. 올레 7코스
외돌개-돔베낭길-속골-수봉로-법환포구-일강정 바당올레-서건도 앞-강정천-중덕갈림길-강정포구-월평포구-굿당산책로-월평포구 아왜낭목
붉고, 선명하고, 탐스러운 동백언덕 카멜리아힐
뒤로는 한라산을, 앞으로는 제주 앞바다의 마라도와 가파도가 내려다보이는 남제주군 상창리 해발 250m 언덕위에 가꾸어진 동백정원이다. 붉은 빛이 강렬한 동백꽃은 제주도의 도로변이나 돌담 어디서건 만날 수 있지만, 이곳에서는 수백 종의 다양하고 희귀한 동백들을 볼 수 있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다. 17만 2000㎡의 부지의 카멜리아 힐은 동백 수목원을 비롯해 잔디광장 등 테마정원과 산책로, 생태연못으로 꾸며졌으며, 다양한 숙박시설과 갤러리, 세미나실 등도 갖추고 있다.
셋째 날_ 사진작가 김영갑을 품고 애월 해안도로로
제주의 바람, 하늘을 담은 김영갑 갤러리
지금은 고인이 된 사진작가 김영갑이 성산읍 삼달리의 폐교가 된 초등학교를 개조해 만든 갤러리다. 갤러리 부지 면적은 4000평, 전시 공간은 300평. 20만 장이 넘는다는 김영갑의 작품 중에서 100여 점이 순환 전시되고 있다. 김영갑 사진작가는 오랫동안 제주도에 머물면서 산과 바다, 하늘, 바람 등 멋진 풍경을 사진에 담아냈다. 사진이 전시되어 있는 갤러리는 작고 아담하며 작은 마당엔 흙으로 빚은 작품들이 곳곳에 세워 있어 토속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갤러리에서 김영갑 사진작가의 사진집과 작가의 사진으로 만든 기념품을 구입할 도 있다.
녹차테마파크와 천연동굴카페 다희연
다희연은 녹차 테마파크로 청정녹차밭, 차문화원, 곶자왈 동굴 등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그중에서도 천연동굴카페는 거문오름의 용암이 흘러 만들어진 천연동굴을 자연 그대로 보존시킨 상태에서 동굴 내부의 빈 공간을 이용하여 카페로 개조한 인기 명소. 천연 동굴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 동굴 특유의 멋스러움과 분위기 속에서 차와 다식을 즐길 수 있다. 6만평의 청정 녹차밭에서는 녹차따기, 녹차덖기, 녹차비누 만들기 등의 체험을 할 수 있으며, 차문화관에서는 다양한 녹차와 도자기 등을 관람하거나 녹차를 이용해 만든 웰빙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해안가를 따라 펼쳐진 낭만적인 드라이브코스 애월 해안도로
제주시 북서부 끝의 해안을 따라 형성된 도로로 하귀리에서 애월리까지 이어진다. 소위 최근 ‘뜨고’ 있는 명소로 바닷가로만 이어진 아름다운 산책로가 운치 있다. 해안선을 따라 지그재그의 굴곡과 오르내림이 가득한 10km의 해안도로는 드라이브의 참맛을 느끼기에 제격. 또한 애월 코비스콘도에서 곽지해수욕장까지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바다 가까이 구불구불 나 있는 산책길 역시 낭만적이다. 해가 질 때 바다를 물들이는 노을빛 장관을 가슴에 담고 제주 여정을 마치는 여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1) 가볼만한 제주 추천 숙소
무위재 건축가 편승문이 직접 설계하고 지은 집이다. 시칠리안풍의 외관이 모던하면서도 운치 있는 곳으로 총 4개의 객실이 독립적인 공간을 갖추고 있다. 또 객실마다 전용 테라스를 갖추고 있어 이곳에서 바비큐, 일광욕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제주도의 남쪽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고, 뒤쪽으로 한라산이 가까이 보이는 경관도 훌륭하다.
보오메 꾸뜨르 부티크 호텔 규모는 작지만 독특하고 감각적인 공간 안에 고객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최초의 부티크 호텔이다. 건축가 승효상이 디자인한 건물로 5가지 콘셉트를 갖춘 41개의 객실로 꾸며졌다. 한라산이 바라다 보이는 옥상 야외수영장, 최고급 스파 시설과 핀란드식 건식 사우나, 전문 파티쉐의 베이커리를 맛볼 수 있는 라운지 카페, 피트니스 센터 등 호텔에 머물면서 즐길 만한 부대시설이 가득하다.
온더로드 게스트하우스 제주도 동북지역에 위치한 작은 시골마을 평대리에 자리 잡은 여행자를 위한 게스트하우스. 여성 9인이 이용할 수 있는 도미토리 2개와 남성 4인이 이용할 수 있는 도미토리 1개가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조식으로 간단한 토스트와 각종 차를 무료로 제공한다.
레이지박스 서귀포시 안덕면의 한 시골마을 농가를 개조해 운영되고 있는 곳으로 마을 안쪽에 있어 조용하고 여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가 있다. 도미토리 정원은 12명. 각 개인 사물함 안에 귀중품을 보관할 수 있으며, 냉장고, 전자레인지가 있어 간단한 식사가 가능하다. 휴게공간인 북카페에서는 핸드드립 커피와 토스트 등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가 있다.
box2) 먹을 만한 추천 맛집
해오름식당 제주산 생흑돼지고기를 특수부위만을 골라 꼬치에 끼워 굽는 모듬꼬치구이가 유명한 맛집이다. 1.3m 길이의 꼬치에 끼워지는 돼지고기 부위는 갈매기살, 항정살, 가브리살, 돼지껍데기로 파프리카, 양송이, 단호박 등의 야채가 사이사이에 끼워 있어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모듬꼬치구이 하나를 시키면 4~5명이 배불리 먹을 수 있을 만큼 푸짐한 양을 자랑한다.
돔베돈 제주산 돼지 오겹살을 수육처럼 푹 삶아서 돔베(도마의 제주도 방언) 위에 놓고 그때그때 썰어서 먹는 제주전통음식점이다. 여느 돼지고기와 달리 육즙이 풍부하고 고기가 연하며 쫄깃한 것이 특징. 도마 위에 함께 나오는 자리젓이나 간장양념에 찍어 먹으면 제주도 토속 본연의 맛을 즐길 수가 있다. 여러 가지 야채를 넣고 볶아주는 볶음밥과 조리장이 직접 뽑아내는 쫄깃한 면발의 냉면도 별미다.
청해일 지역 주민은 물론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 모두에게 입소문이 난 청해일은 자연산 회와 다양한 스끼다시를 착한 가격에 양껏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자리에 앉아 있으면 쉴 새 없이 나오는 음식들 때문에 눈이 휘둥그레 질 정도. 과메기, 장어, 낙지, 멍게, 개불, 병어회, 갈치회, 오분자기 등을 먹고 나서야 메인 회가 등장하니 양은 스스로 조절하자. 예약은 필수
방주할머니식당 아는 사람만 안다는 제주도 숨은 맛집. 제주 청정지역에서 자란 고사리를 듬뿍 넣은 비빔밥이 이곳 인기메뉴다. 각종 나물에 들기름을 무쳐 고추장과 함께 비벼 먹으면 담백한 향이 입안을 가득 메운다. 제주도 바닷물 간수를 사용해 만든 해수두부도 별미.
교래손칼국수 토종닭으로 유명한 교래리에 위치해 있는 손칼국수집이다. 제주에 거주하는 농가에서 구입한 메밀로 칼국수를 반죽해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꿩이나 닭, 바지락 등을 재료로 육수를 우려내 담백하고 깊은 국물 맛이 일품. 파전에 제주 막걸리를 곁들여도 좋다.
box3) 쉬어갈 만한 추천 카페
키친애월 물빛이 아름다운 애월 바다와 한담해안산책로를 바라보고 있는 그림 같은 카페. 일리 커피를 비롯해 아쌈 등 홍차와 아포카토, 깔루아까지 커피와 차 종류가 다양하다. 키위, 수박 등 신선한 과일과 땅콩, 아이스크림을 아낌없이 사용해 맛을 낸 팥빙수가 특히 유명하다.
물고기카페 영화감독 장선우 씨가 만든 공간으로 제주의 옛 돌벽집 외형을 그대로 살린 외관이 정겨운 곳이다. 통유리를 통해 푸른 바다나 일몰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외관과 제주 전통 가옥의 미(美)를 최대한 보존한 내관이 인상적이다. 커피 외에 얼그레이 등 홍차류, 제주 감귤 주스를 비롯해 맥주, 와인까지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무인카페 산책 올레 15코스 종착지이자 올레 16코스 출발지인 고내포구 앞에 있는 무인카페. 사람이 없이 운영되지만 인테리어나 깔끔함에 있어 여느 카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특히 창문과 메모판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포스트잇이 공간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커피는 공정무역 커피를 제공한다.
사진1. 비자림
사진2. 용눈이오름
사진3. 올레7코스
사진4. 카멜리아힐
사진5. 다희연
사진6. 무위재
사진7. 온더로드 게스트하우스
사진8. 청해일
사진9. 방주할머니식당
사진10. 키친애월
사진11. 무인카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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