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날인] 정신여고 3학년 정정희

‘Who am I?'' 끈질기게 자문하며 ‘나의 길’ 찾다

지역내일 2012-07-17

 어수룩한 구석이 많아 친구들이 ‘멍정희’라고 별명을 지을 만큼 덜렁거리며 서글서글한 성격의 정정희양. 하지만 자신의 인생 플랜과 삶의 가치관을 세우는 데 있어서만은 빈틈없고 야무졌다.


‘내 적성’ 끈질기게 탐색
 “고1 때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문과냐 이과냐 선택의 갈림길에서 선뜻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어요. 뭘 잘하는지, 뭘 하면 좋을지 ‘나’를 정확히 알고 싶었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치가 부족하더군요.” 학교 게시판을 눈여겨보니 각종 캠프, 교내외 특강 프로그램, 경시대회 등 수많은 정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부터 수학?과학 경시대회, 영어말하기 대회, 백일장, 토론대회 등 각종 대회에 참여하며 ‘정정희 Who am I? 탐색’에 돌입했다.
 특히 수학, 과학 분야에 끌렸다. 문제가 풀릴 때까지 끝까지 파고 들어가야 직성이 풀리는 자신의 성격과 공부 궁합이 잘 맞았다. 학교에서 ‘아름다운 수학’의 번역자 권창욱 선생이 진행한 수학 특강에 참여하면서 수학의 묘미도 발견했다. “순열, 파이, 알고리즘의 원리를 익히고 실생활 속에 대입해 보았어요. 가령 알고리즘을 활용해 업무 능률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토론을 통해 찾아보았죠. 예전부터 수학을 암기과목처럼 공부해 아쉬움이 있었는데 권 선생님 강의를 듣고 ‘진짜 수학 공부’의 매력을 맛보았죠. 수학으로 세상을 보는 방법도 배웠고요.”

‘해보자’ 긍정마인드로 교내외 활동 참여
 과학에 애정이 많은 그는 학교 화학 실험반에 들어가 아스피린 합성, 두부 만들기 등 팀별로 진행하는 갖가지 실험에 참가했다. 특히 정신여고, 배명고 연합으로 팀을 꾸려 한양대에서 주최한 과학실험에 참여하면서 과학적 지식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대학 실험실이라 좋은 기자재가 많았어요. 게다가 조교, 교수님 도움을 받으며 고난이도 실험을 직접 해보는 행운을 얻었죠. 기회가 생길 때마다 ‘한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달려드니까 경험이 쌓이고 시야가 넓어지더군요.”
 과학에 대한 남다른 애정은 UCC 동영상 제작까지 이어졌다. 음식물 배설과정을 코믹하게 소개한 영상물을 만들기 위해 영상 편집까지 독학하며 열정을 쏟았다. “내가 만든 동영상을 본 친구들과 선생님의 웃음보가 ‘빵’ 터졌어요. 교과서 속 딱딱한 지식에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가미해 영상물로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었어요.”
 이처럼 자신의 숨은 끼와 적성이 무엇일지 끈질기게 파고든 끝에 정양은 자신의 미래 진로가 ‘의사’라는 답을 얻었다. “엄마가 의사라 어릴 때부터 그 세계를 잘 알아서 크게 매력을 갖지 못했던 분야예요. 그런데 생물을 좋아하는 내 적성, 남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내 소망, 게다가 타인을 위해 유용한 기술인 의술.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는 직업이 결국 의사더군요. 영화 <울지마 톤즈>의 이태석 신부의 삶도 영향을 받았고요. 나는 꼭 ‘돈 버는 의사’가 아닌 ‘도와주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약자에 대한 배려심은 40년 전통의 정신여고 노래선교단 활동을 통해 더욱 깊어졌다. 노래선교단원들은 1주일간 서울에서 해남까지 전국을 순회하며 요양원, 군부대, 병원, 교도소를 찾아 합창을 들려준다. 하루 3번씩 옮겨 다니며 공연하는 강행군이었지만 참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교도소에 수감된 아주머니가 딸 생각이 난다며 눈물 흘리는 모습, 우리 노래를 듣고 힘을 얻었다며 네잎 클로버 41개를 편지와 함께 보내준 수감자 등 굴곡 많은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인생’을 실감나게 배운 소중한 1주일이었어요. 고교시절 통틀어 최고의 시간이었죠.”라며 그는 진지하게 속내를 털어 놓는다.

 의대 목표로 치열하게 공부
 의사란 뚜렷한 꿈을 향해 정양은 돌진하는 중이다. 치열한 의대 경쟁률을 뚫기 위해서는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게 급선무.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공부법을 찾아 치열하게 공부하고 있다. “학원에서 듣기만 해서는 내 공부가 안되더군요. 배운 걸 내 것으로 소화시킬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게 중요해요. 그래서 2학년을 마칠 무렵 다니던 학원을 중단하고 자기주도학습을 시작했어요. 지금도 주말에 꼭 필요한 학원만 다니고 주중에는 밤 11시 반까지 학교 자습실에서 공부해요.” 요즘엔 과목별로 장단점을 냉정하게 파악해 약점을 보완하고 있는 중이다. “수학시험 때마다 긴장을 많이 해요. 당연히 계산 착오 같은 자잘한 실수가 나와요. 그래서 풀이과정을 깨끗하게 쓰면서 계산실수를 줄이는 등 내 나름의 처방전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공부 스트레스를 다스릴 때는 ‘음악’이 좋은 벗이 되어준다. 피아노로 좋아하는 대중가요를 한바탕 연주하고 나면 속이 후련해진다고. 짬짬이 기타를 배우며 머리도 식히고 있다. ‘성실, 믿음, 배울 수 있음을 감사할 줄 아는 마음’ 정양의 책상 앞에 붙여 놓은 문구다. 고3 막판 스퍼트 중인 요즘 그는 매일 주문처럼 외우며 입시의 마지막 터널을 지나고 있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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