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한림공원
5월말에 찾아온 연휴. 친정 식구들과 실로 오랜만에 제주도 여행길에 올랐다. 제주행 비행기표가 일찌감치 매진됐다는 소식에 동생의 성화에 못 이겨 1년 전부터 예매했던 항공권은 부러움을 샀다.
선명한 하늘빛에 명랑한 기운 가득한 제주. 다채로운 테마공원과 잘 조성된 올레길 덕분에 여행지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한껏 만끽할 수 있었다.
쇠소깍
1일 한림공원, 협재해수욕장, 유리의 성
모처럼 보는 푸른 하늘이었다. 공항에 내리자 이국적 풍경을 연출하는 야자수가 반겼다. 여행의 첫 목적지는 한림공원. 창업자 송봉규 씨가 1971년에 제주 협재리 바닷가의 황무지 모래밭을 사들여 야자수와 관상수를 심어 가꾼 사설 공원이다. 현재는 야자수길, 협재굴·쌍용굴·황금굴, 연못정원, 아열대식물원을 포함한 9개의 테마 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고 아름다운 여행지로 거듭난 공원 곳곳에서 정성어린 손길이 느껴졌다.
다음 코스는 인근에 위치한 협재해수욕장. 눈이 시리도록 투명한 옥빛바다는 탄성을 자아냈다. 더운 날씨에 수영복을 입은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가족들은 그저 발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 했다.
유리의 성은 이름 그대로 유리처럼 반짝반짝 예쁜 곳이었다. 유리로 만든 아름다운 정원과 공예품들을 한 눈에 담길 원한다면 추천.
에코랜드
2일 올레7길, 쇠소깍, 에코랜드, 사려니숲
아침부터 서둘러 ‘쇠소깍’으로 향했다. 쇠소깍은 ‘소가 누워 있는 모습의 연못’이라는 뜻의 ‘쇠소’에 마지막을 의미하는 ‘깍’이 더해진 제주도 방언이다.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으로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쇠소깍은 제주 전통 배인 ‘테우’와 ‘카약’ 체험으로도 유명하다. 카약 체험표는 바다쪽으로 내려가 줄을 서서 번호표를 받아야 하고 테우는 매표소가 따로 있다. 9시 30분에 받아든 테우 체험표는 1시. 워낙 인기 있는 체험이라 11시쯤 모든 표가 마감됐다는 후문이었다.
테우 체험까지 남은 시간동안 쇠소깍 근처 올레7길에 올랐다. ‘외돌개’를 끼고 도는 올레7길은 아름다운 해안길로도 유명하다.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올레길은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잘 정비된 올레길에 감사하면서 여유롭게 걸었다.
제주에서 떴다는 빅버거로 점심을 해결한 뒤 다시 쇠소깍으로 향했다. 테우의 선장은 밧줄을 허리에 두르고 손으로 당겨 배를 운행한다. 테우가 천천히 움직이자 서서히 비경이 펼쳐졌다. 투명하게 맑은 물속으로 숭어떼가 보였다. 아이들은 테우의 말미에 앉아 물에 발을 담근 채 망중한을 즐겼다. 배에 오른 손님들은 ‘쇠소깍이 강이냐’를 많이 물어 본다는데 “제주에는 강이 없다”는 선장의 답이 돌아왔다. 하...정말 아름답다...는 탄성이 계속 흘러나오는 쇠소깍이었다.
슬러시된 천혜향 주스를 입에 물고 ‘에코랜드’로 향했다. 에코랜드는 기차를 타고 정차역마다 내려 둘러보는 테마공원이었다. 멋들어진 풍경 중에서도 특히 제주의 허파라 불리는 원시림인 ‘곶자왈’이 가장 마음에 남았다. 마지막 코스로 들린 ‘사려니숲’도 조용히 걷기에 그만이었다.
신라호텔 글램핑장
3일 섭지코지, 글램핑, 주상절리
신랑과 단 둘이 새벽에 일어나 섭지코지로 향했다. 맑고 깨끗한 공기가 상쾌했다. 이른 아침에도 섭지코지를 찾은 관광객들은 제법 눈에 띄었다. 시원스레 펼쳐진 초록빛 초원 사이로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드라마 세트로 지어진 성당과 바다 풍경이 제법 잘 어울렸다.
이번 여행에서 두 자매가 가장 기대한 곳은 신라호텔 글램핑장. 몸만 달랑 가면 되는 편한 캠핑이라 최근 인기몰이 중이다. 어른들은 카바나에 마련된 편한 소파 위에서 아이들은 해먹에서 나올 줄을 몰랐다. 바비큐에 스파게티, 피자까지 잘 차려먹으며 그야말로 놀멍쉬멍(놀며 쉬며라는 뜻의 제주 방언) 편안한 휴식을 즐겼다.
제주에서 가장 인상적인 풍경은 주상절리대. 암석이 지각변동에 의해 어떤 힘을 받을 때나 화성암이 급히 냉각해 수축될 때 생긴 틈을 ''절리(joint)''라고 한다. 주상절리는 화산폭발 때 용암이 굳는 속도에 따라 4∼6각형 등 다면체 돌기둥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자연의 신비함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절경으로 세찬 파도가 주상절리에 와 부딪히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라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바다가 워낙 잔잔해 아쉬웠다.
오랜만에 찾은 제주. 예전에 비해 변한 것은 곳곳에 들어선 체험장과 테마공원, 변하지 않은 것은 여전히 깨끗하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갈수록 좋아지는 제주라 안심이 되면서도 그저 꿈같은 2박3일이었기에 아련했다.
주상절리
제주 여행 tip
· 여행 전 할인쿠폰을 신청하거나 모바일 쿠폰을 다운 받아 가면 경비를 아낄 수 있다. 관광지마다 할인율은 다르다.
· 제주도여행 관련 카페를 활용하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 중 최대 카페인 ‘느영나영’(너하고 나하고라는 뜻의 제주 방언)을 참고하면 꽤 유용하다.
· 올레길을 비롯해 다양한 볼거리·먹을거리가 가득한 제주는 날로 인기가 상승 중이다. 자유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항공권 예매를 서두르자. 숙박과 렌터카도 미리 예약해야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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