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버스-파주 해솔초등학교 가야금 동아리
2012 파주청소년종합예술제 최우수상
딩덩 덩 둥덩~ 가야금 소리 들어 볼래?
그동안 우리의 전통 악기는 책 속에서만 만날 수 있었다.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가야금의 현이 몇 개인인지도 가물거린다.
최근엔 학교 안에서 우리의 소리를 간간히 들을 수 있다. 사물놀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난타부터 풍물, 가야금, 취타대까지 다양한 배움터가 생겨나고 있다.
해솔초등학교의 김일두 교장은 “세계화가 가속화될수록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키워야 한다”며, “해솔초등학교는 판소리와 전통악기를 전교생이 익히고 있다”고 말한다. 2012년 파주 청소년 종합예술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해솔초등학교의 가야금부를 찾았다.
국악에 대한 남다른 애정
‘딩덩 덩 둥덩~’ 목요일 오후 4시. 해솔초등학교 강당에서 아름다운 가야금 선율이 울려 퍼진다. 더위에 지친 기운마저 ‘사뿐사뿐’ 가볍게 하는 맑은 소리다.
오경민 지도교사는 “해솔초는 창의경영학교로 지정되면서 국악교육을 특성화했다”며, “전교생이 진도아리랑, 춘향가 등 전통 판소리를 배운다”고 설명한다. 또, “장구, 아쟁, 해금 등 우리 악기를 직접 보고, 연주하는 시간도 갖는다”고 덧붙인다.
해솔초 가야금부는 이런 열정으로 시작됐다. 2011년 9월에 만들어진 가야금부는 아직 1년이 채 안됐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 현악기인 가야금은 판소리를 통해 아이들에게 알려졌어요.” 담당교사 오경민 선생님의 설명이다.
가야금부는 3,4,5,6학년을 중심으로 20명이 꾸려간다. 연습은 매주 목요일에 두 시간 동안 진행된다. “대회가 있으면 두 달 전부터 매일 아침 30분씩 연습해요. 대회에는 7~8명을 선발합니다.”
구성진 소리, 가야금 병창
해솔초 가야금부는 가야금 병창을 한다. 가야금 병창은 단가나 판소리의 한 대목을 따로 떼 가야금으로 반주하며 부르는 남도 음악이다. 2012 파주청소년종합예술제 출전곡은 단가 ‘호남가’였다. 호남가는 전라도 지방 익주, 나주 등의 풍경을 이야기하는 곡이다.
“가야금은 음색이 맑아 아이들 소리와 닮았어요. 호남가는 지명이 경쾌하게 이어지기 때문에 아이들 소리와 너무 잘 어울렸어요.”(박경희 강사)
가야금 병창은 전공자에게도 어려운 분야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가야금을 퉁기며, 구성진 노랫가락을 부르는 걸 보면 정말 자랑스러워요.”
또, 가야금은 소리가 아름다울 뿐 아니라 연주하는 자태도 빼어나다.
피아니스트가 꿈인 유채연 학생(5학년 1반)은 “가야금 병창을 하면서 목소리가 커지고, 활달해졌다”고 한다. 또,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굳은살이 생겼지만 가야금을 퉁길 때면 특별한 사람이 된 거 같다”고 말한다.
가야금, 집중력에도 좋아
“가야금은 악보가 없기 때문에 순간적인 집중력에 최고예요. 장기적으로 가야금을 했을 때는 정말 고도의 집중력이 생기죠.”(박경희 강사)
김정윤 학생(6학년 6반)은 “가야금을 배우면서 집중력이 좋아지고, 시간을 계획성 있게 사용하게 됐다”고 한다.
또, 가야금 소리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가야금은 명주실을 뜯는 발현음악으로 눌려있는 기운을 촉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화가가 꿈이라는 송민 학생 (4학년 1반)은 “길쭉하게 잘생긴 가야금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한다. 연예인이 꿈이라는 이혜지 학생(6학년 7반)은 가야금을 배우면서 교우관계가 좋아졌다. “친구를 사귀고, 함께하는 즐거움이 커요.” 박경희 강사는 “어떤 악기든 스트레스 해소가 되지만, 가야금 하는 사람들은 탈선하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가야금부의 멘토, 박경희 강사
해솔초 가야금부의 승승장구 비결은 박경희 강사의 지도력이다. 현재 서울예술대학에 출강하고 있는 박경희 강사는 판소리 ‘소리하나’의 대표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대학에 데려 가 많은 것을 보여 주고, 자극을 줘요. 아이들이 멘토링을 통해 뭐든지 하려는 의욕이 생기는 것 같아요.(웃음)”
수업시간에는 경험과 실습을 중시한다. “중국의 아리랑 사건부터 공연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과 소통을 해요.” 박경희 강사를 만나면서 가야금을 전공하겠다는 학생도 생겼다. 김태은 학생(5학년 6반)은 “선생님이 너무 멋있고, 좋아서, 선생님처럼 되고 싶다”고 한다. “한 분야에서 유명한 이들은 어릴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타고난 재주보다는 우직함으로 꾸준히 쌓은 실력을 중시합니다. 그런 끈기가 있어야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기거든요.”(박경희 강사)
2012 파주청소년종합예술제 최우수상
해솔초 가야금부는 크고 작은 무대에 올라 기량을 뽐냈다. ‘2011 해솔 꿈나래 작은 발표회’를 시작으로 ‘파주 교하지구 방과후 페스티벌’, ‘2012년 파주청소년종합예술제’까지. 출전하는 대회마다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특히 ‘2012년 파주청소년종합예술제’의 최우수상은 모두에게 큰 기쁨이었다. 박경의 강사는 “짧은 시간에 이런 쾌거를 이룬 데는 아이들이 보여준 집중력이 가장 크다”며, “해솔초 학생들은 평소 전통음악에 대한 기본기가 있어 습득이 빨랐다”고 말한다. 김정윤 학생(6학년)은 “매일 아침 열심히 연습한 결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며, “동생들과 즐거운 마음으로 연습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소감을 말한다. 지금 해솔초 가야금부는 8월 경기도 문화의집에서 열리는 경기도종합예술제 준비로 분주하다. 이번 출전곡은 난이도가 있는 춘향전의 ‘사랑가’다.
김일두 교장은 “악기든 뭐든 즐겁게 얻는 게 중요해요. 아이들이 이런 경험을 통해 우리 전통음악에 관심을 갖고, 행복하게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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