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가서 친구들과 여행지에서 기념촬영을 하며 부산을 떨었던 기억이 세록하다. 그 당시만 해도 가정용 카메라가 귀했던 시절이라 어렵게 구입한 오빠의 카메라는 우리집 귀중품 1호였는데, 철없던 리포터는 몰래 반출(?)해 친구들에게 인심을 쓰느라 여념이 없었다.
지금은 흔하디흔한 디지털카메라, 우리가 흔히 여행이나 일상에서 추억을 남기거나 그날을 기념하기 위해 찍어두는 사진. 하지만 추억과 기념촬영이 목적이 아닌 가슴으로 사진을 찍는 이들이 있다고 하여 찾아보았다. 사진의 매력 속에 푹 빠진 그들은 전주카메라동호회(회장 신운섭)이다.
한 달에 한 번씩 선배들의 강의와 출사로 실력 키워
네이버의 전주카메라동호회(이하 전카동)를 클릭하면 등록한 회원수만 2,948명이다. 물론 이 많은 사람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사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와 상통한다. 매일 게시판에 사진을 보러 즐겨찾기를 하는 회원수가 4백 명에 달할 정도인 전카동은 2004년 11월에 문를 열고 8년째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우리지역에서는 제법 덩치가 큰 사진동호회이다.
한 달에 한번 있는 정기출사에는 사진에 처음 입문해 열정이 남다른 새내기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돋보인다. 물론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 마련하는 사진강좌에도 큰 호응을 보이지만 불시에 찾아오는 번개모임도 사진을 찍는 이들에게 기쁨을 선사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지역, 나이, 직업 불문하고 누구나 환영한다는 전카동은 약간의 침체기를 지나 다시 활동기로 접어들고 있다며 앞으로의 발전가능성이 무한한 동호회임을 강조한다.
사진에는 기술보다 자신만의 생각이나 느낌 담아야
똑같은 장소에서 누가 무엇을 느끼며 어떤 감정을 갖고 사진을 찍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하창완(41)씨. 책을 보고 교과서적으로 찍는 것보다 자기만의 표현을 할 줄 알아야 한다며 느낌이 있는 사진이 좋은 사진임을 거듭 말한다.
“사진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좋은 사진을 담기보다 사진기에 많이 연연해하는 것 같아요. 물론 어느 정도의 장비마련과 능수능란한 손놀림도 중요하지만 솔직히 기계에 익숙한 남자들이라면 기술은 금방 늡니다. 하지만 느낌을 담은 사진을 찍기는 정말 어려워요!”
사진 속에도 자신의 생각과 주장이 나타난다. 그러기에 누군가의 작품에 대해 그 누구도 함부로 비방 할 수 없다고. 왜냐하면 친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공격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직접 대면하지 않고 대부분 인터넷으로 소통하는 온라인 속 갤러리다 보니 몇마디 적은 글로는 오해를 살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그 사람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것인데 그 사진을 나쁘게 평을 한다는 건 그 사람의 존재감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고 여기며 회원들은 조심스러워 한다. ‘구도가 나쁜 사진은 있어도 내용이 나쁜 사진은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하씨는 “사진이 찍고 싶다면 먼저 가까운 사람과 주변을 찍어보세요”라고 권한다. 왜냐하면 “내 주변이 가장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일기를 쓰듯 일상을 사진에 담아요!”
사진에 관심이 있던 아내가 결국 카메라까지 구입하기에 이르렀으나 오래가지 못해 자신의 몫이 되었다고 말하는 하창완씨. 그는 살기에 바빠 소홀히 하여 먼지가 쌓여가고 있는 카메라가 아까워 “나라도 좀 배워보자”라는 생각에 설명서는 독학으로 떼고 도서관을 돌며 발품을 팔아 유명작가들의 ‘사진 찍는 법’을 공부했다고 한다.
“남들한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취미라고 할 만한 게 없었는데 지금은 정말 재미있어요. 삶의 활력소라고나 할까요? 일단 저는 남들이 일기 쓰는 것과 비슷하게 사진을 찍습니다. 셔트를 누르면 막혔던 스트레스가 뻥 뚫리는 것 같아요. 아직은 얕지만 영역을 넓혀 좀 더 깊이 있는 사진을 찍고 싶어요”라는 하씨는 한 장의 사진을 담기위해 같은 장소를 몇 번씩 찾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신회장을 비롯해 일부 회원들은 농촌 작은학교의 졸업사진도 찍어주고, 간혹 어르신들 영정사진도 찍어드리는 등 재능기부로 봉사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기술이 아닌 예술’이라고 칭하는 사진, 작은 빛으로 시작하지만 세상을 밝히는 환한 빛이 되어주는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전카동’의 미래도 밝다.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