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고교 평준화를 향한 뜨거운 고지전이 불붙다
시작은 평범했다.
학교마다 할당된 인원을 채우기 위해 동원(?)된 참석으로 여길 만큼.
7월 3일, 용인시청 에이스 홀에는 그렇게 다들 비슷한 처지(?)로 모인 학부모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고 이틈에도 출석을 하고 재빠르게 줄행랑을 치는 학부모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오늘의 행사는 ‘용인시 고교평준화 타당성 조사결과’ 공청회. 결과 발표를 시작으로 각개 대표들의 토론과 질의응답 등 3시간여 동안 진행되었다.
처음 시작할 때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1시간여가 지나고 자리가 얼추 정돈되자 리얼 토론회장으로 선회, 이때부터 본격적인 갑론을박 현장이 전개되었다.
어라, 그런데 생각보다 흥미진진하다. 찬반 두 진영으로 나뉜 패널들과 학부모들의 팽팽한 설전은 물론, 누구의 말을 들어봐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지역 간 고충과 현실적 어려움의 토로. 도리어 평준화 찬성에 기울었던 리포터조차 찬반 양편의 입장에 따라 오락가락 줄타기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팽팽한 설전이 오간 공청회는 용인시 고교 입시제도에 관한 꽤나 진지한 화두를 던져준 시간이었다.
권미영 리포터 minkoda@naver.com
타당성 조사 응답자 64.5%가 고교 평준화 도입 원해
용인시 고교평준화 타당성 조사연구 발표를 통해 성열관 공동연구원(경희대)은 “용인시 소재 49개 중학교 학부모와, 교사, 학생 등 총 3,263부의 설문지를 분석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4.5%가 고교평준화제도에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지역별로는 수지구 거주자가 73.3%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처인구는 다소 낮은 56.4%만이 평준화를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하봉운 공동 연구원(경기대)은 “서열화된 고교체제와 과열된 입시 경쟁으로 사교육 조장과 하위권 학생들의 패배감과 열등감 등으로 학습지도를 저해하는 요인이 많았다”며 용인시 비평준화 제도가 가진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현행 비평준화 지역인 용인시가 고교 평준화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선 어느 학교에 가더라도 고른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용인시 3개 구별 고교 여건 개선이 시급하다”는 현실적 어려움도 전제했다.
용인시 고교평준화추진 학부모모임 대표로 참석한 신동희(홍천고 학부모)씨도 “비평준화로 인해 중학교 때부터 성적에 대한 압박이 심하고 입학서열이 드러나지 않는 평준화 지역으로 이사나 전학을 고려하는 사람들도 상당하다”며 “고교 평준화는 지역주민 모두에게 안정된 교육환경을 실현시켜주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찬성의견을 보탰다.
고교별 격차 해소 없으면 또 다른 강남 8학군 초래할 것
그러나 이날 공청회에선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2014년 평준화 도입에 반대하는 패널들의 다양한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서농중학교 학교운영위원회 정선용 부위원장은 “원칙적으론 평준화에 찬성하지만 도ㆍ농 복합 도시인 용인시 각 학교별 수준차 등 우선 해결과제들이 많다”며 “근거리 배정 원칙하에 평준화가 되면 강남 8학군과 비슷한 문제점이 발생될 것”이라며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다.
윤순심 용인중학교 교사도 “평준화에 따른 학업수준의 하향평준화도 우려된다”며 “어차피 경쟁이 필수적이라면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도 보장받아야 한다”고 평준화 반대에 의견을 보탰다.
패널들의 토론에 이어 공청회에 참석한 학부모들도 의견이 팽팽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수지구에서 참석한 학부모는 “평준화 요구가 오래됐다. 그런데 처인구나 기흥구는 논의조차 없는 것 같아 답답하다”며 “급한 대로 수지구가 먼저 진행하고 차차 단계별로 진행할 수는 없는지” 토론 대표 패널들에게 의견을 묻기도 했다.
반면 서농중학교 운영위원장인 학부모 대표는 “그동안 타당성 조사 발표를 기다려왔다. 그런데 설문지 5~6장으로 종료된다는 점에 적잖이 실망스럽다”며 불편한 심기를 전했다.
“지역주민과 학생들, 학부모들을 만나서 실제 어려움과 고충을 묻고 반영하셨는지 궁금하다”며 “평준화 수용과 평준화에 대한 인지수준부터 평준화 시켜야 하지 않겠냐”며 뼈있는 발언을 덧붙였다.
처인구 학생들은 수지구의 들러리? 반대 입장 명확
포곡고 학부모 대표로 참석한 주부도 “결국 수지구에 몰려있는 명문고는 수지구 학생들 차지가 되고 출발점부터 다른 처인구 아이들은 내신을 위한 또 다른 들러리로 전락 될 것”이라며 평준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약 300명이 참석한 이날 공청회에선 토론자와 학부모 대표들 간의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2014년 평준화 도입에 대한 용인시 각 구별 뚜렷한 입장차를 확인시켜준 자리였다.
근거리 배정 원칙, 단일학군의 문제점, 도농복합도시라는 적지 않은 난제들이 풀리지 않은 가운데 진행된 공청회는 고교 평준화 도입에 따른 상당한 진통을 예고하며 마무리 되었다.
사회자인 이성기씨는 “내 아이의 성적에 따라 평준화 찬반을 주장하기보다 용인시 전체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전형이 무엇일지 큰 명제를 놓고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며 결론을 마무리 지었다.
한편 경기도 교육청은 이번 타당성 조사결과와 주민의견 등을 종합해 용인지역 고교평준화 시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교육청은 주민 50% 이상이 찬성하고 관련 조례 개정 등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오는 2014학년도부터 평준화가 도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핫 이슈! - 용인시 고교평준화 도입의 장애물
* 용인시 3개 구별 일반고 숫자와 학생 수급율 차이-> 2013년 학생 수급율은 수지구 10개 곳(102%), 기흥구 11개 곳(80.59%), 처인구 4개 곳(61.72%)으로 평준화가 되면 처인구나 기흥구 학생들은 불가피하게 수지구로 편입돼야 할 형편 (근거리 배정의 어려움 예상)
* 도농 복합도시-> 지역적 격차와 학교별 물리적ㆍ정서적ㆍ선호도별 격차 존재 (일정 수준 고른 교육의 질 확보받기 어렵다. 성적의 하향평준화 우려)
* 대중교통 접근성 부족-> 처인구나 기흥구의 경우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않은 지역 존재(교통편 조정이 원활하지 않으면 또 다른 지역별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
* 단일구역, 복합구역 의견차->수지구 학부모들은 대체로 근거리 위주의 구별 복합학군을 원하며 처인구의 경우 용인 전 지역을 하나로 묶는 단일학군을 원하고 있다 (학군에 따른 격차발생, 강남 8학군처럼 수지학군이 생길 가능성도 존재)
공청회 학부모대표ㆍ참가자들의 갑론을박~말말말!
* 비평준화의 유일한 장점은 인근 수원, 성남 등 어느 지역에라도 고교 진학이 가능하다는 점뿐이다. (연구원)
* 다수결 원칙으로 교육문제 해결하면 안된다. 공평한 교육기회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이해 당사자 간의 수치로만 결정하면 안된다. (기흥구 학부모)
* 어차피 경쟁이 불가피하다면 학교의 학생선발권도 중요하다. 아이들이 원하는 학교에 진학해 꿈을 키워야 한다. (처인구 교사)
* 용인지역 고교별 서열화가 존재하는 만큼 신생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소위 지질이로 전락된다. 용인시와 학교의 책임 있는 교육이 전제되어야 한다. ( 흥덕지구 교사)
* 용인시는 이미 평준화 가능지역과 불가능 지역으로 나눠져 있다. 그만큼 지역별 격차가 크다. (기흥구 학부모)
* 사교육 없이도 모든 학교에 자랑스럽게 다닐 수 있도록 평준화 이전에 교육 정상화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기흥구 학부모)
* 비평준화 제도에서는 명문고 선택의 여지가 늘 존재해 나도 모르게 경쟁에 휘말리게 된다. (수지구 학부모)
* 평준화 시행, 주민 여론의 문제가 아니라 시도 교육장의 리더십 문제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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