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 실옥동 아산신정초등학교(이하 신정초)와 신정중학교(이하 신정중) 주변. 밤이 되자 학교 주변에 파란 조끼를 입은 세 남자가 나타났다. 세 남자는 번쩍거리는 경광등을 손에 들고 동네 구석구석을 살피고 다녔다. 이들은 아이들 안전을 위해 아버지들 스스로 결성한 신정초 ''아버지순찰대’ 회원들이다.
* 아버지순찰대 회원들이 순찰을 마치고 신정초 교문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좌로부터 김돈욱, 이명종, 이후용씨.
학교주변 골목길 접수 완료! =
신정초와 신정중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여러 아파트단지에 가까운 이곳은 저녁에도 학생들의 왕래가 잦다.
아버지순찰대는 30명의 회원들이 돌아가며 신정초와 신정중을 중심으로 아파트단지와 상가, 주변 도로를 따라 매일 밤 순찰을 돈다. 학생들의 안전한 귀가를 돕고 밤에 배회하는 학생들이 빨리 집으로 돌아가게 독려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남의 학교 내 학교, 남의 아이 내 아이를 구분하지 않는다. 신정초를 졸업하면 대부분 신정중을 진학하는데다 내 아이가 잘되려면 남의 아이도 잘돼야 한다는 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순찰대 이명종(42) 회장은 “간혹 담배 피는 중학생을 발견하곤 했지만 아버지순찰대 활동이 계속 이어지고부터 요즘은 그런 학생들을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초대회장이라 사명감이 크다. 처음 30명이 요일별로 나눠 코스를 돌아야 할 땐 매일 나와서 코스를 가르쳐주고 같이 돌았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힘들지 않고 즐거운 이유는 “아버지들의 단합된 모습과 한층 밝아진 아이들 학교생활이 보람을 주기 때문”이라고.
자녀와 학교를 위한 의기투합, 아버지순찰대 =
아버지순찰대는 처음에 그저 아버지 모임이었다. 모임을 이어가면서 학교와 아이들을 위해 할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 야간순찰을 돌자고 의견이 모아져 아버지순찰대가 탄생했다.
이후용(37) 회원은 “처음 아버지회 결성 때는 회사 때문에 망설였는데 아버지순찰대를 만든다는 말을 듣고 바로 동참했다”며“ 1학년 아이가 졸업할 때까지 계속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였다.
김돈욱(44) 회원은 “아버지순찰대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학교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아이들과 얘깃거리도 많아졌다. 특히 교사들과 소통이 돼서 좋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순찰대를 하면서 귀가가 빨라져 아이들이 매우 좋아한다며 흐뭇해했다.
또한 그는 “아버지들끼리 굉장히 친해졌다”며 “모임을 해도 애들 얘기며 서로 도움 주는 건전한 대화가 오간다”고 즐겁게 말했다. 이들은 오프라인에서 활동하는 회원은 물론이고 관심 있는 아버지들의 온라인 참여를 위해 ''온양신정초등학교 아버지회’ 카페도 개설했다.
이들은 내친 김에 아버지 순찰대에 이어 재능기부 형태로 아버지 축구교실도 계획하고 있다. 자녀들과 축구공 하나로 얼마나 보람 있는 시간을 가질지 벌써부터 신이 난 표정들이다.
이 회장은 “주민들, 특히 어르신들이 칭찬을 많이 해줘 힘이 난다”며 “회원들에게 감사하고 꾸준한 수고를 부탁한다”는 너털웃음을 날렸다.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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