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관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26일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교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전국 학교에서 실시됐다. 파행 수업과 초등학생 체벌 등으로 논란이 많았던 학업성취도 평가는 시험 이후에도 학부모의 원망을 사고 있다. 평가가 끝난 후 아이들에게 실시한 설문 조사 때문이다.
시험 답안과 같은 방법으로 OMR 카드에 체크하는 형태로 실시한 설문 조사는 학교 학년 반 번호 이름까지 표기하는 기명 설문 조사였다.
설문 문항은 주로 학교생활과 가정생활 학습형태 등을 묻는 내용이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설문 결과를 분석해 학생들의 학습부진 및 학력 격차의 근본 원인을 보다 심층적으로 진단하기 위해 교과부에서 실시한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질문에 답했던 학생들은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대전 ㄷ중학교 3학년인 이예슬(가명)양은 “가족 구성원 중 누구와 살고 있는가, 우리학교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한다, 나는 학교에 가는 것이 좋다 등 학업성취도 평가와 상관없는 조사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시험을 보고 난 후 ‘성취도 평가를 준비하는 과정이 학업에 얼마나 도움을 주었느냐’ 식의 물음이 있어야 맞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또한 예슬 양은 “2달 동안 0교시부터 8교시까지 문제만 풀었던 학교가 즐거운 곳일 수 있겠느냐”며 “그래도 기명 설문이라 사실대로 답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대덕구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열심히 가르치신다’란 항목에 솔직하게 답한 자신의 아이가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학부모는 “아이가 문제풀이식 수업에 지쳐서 ‘그렇지 않다’고 표시한 것을 보고 선생님이 반 아이들 앞에서 혼냈다”며 “다음날 수업시간 내내 선생님이 ‘난 못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라는 말을 꼬리표처럼 달아서 아이가 받은 상처가 크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전교조 대전지부 박종근 사무처장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학교 평가지표에 반영되고 이는 다시 시·도 교육청평가에 영향을 준다”며 “때문에 학업성취도 평가는 시교육청 입장으로 본다면 수백억의 예산을 좌우하는 중요한 평가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사무처장은 “그로인해 파행 수업과 자존감에 상처 받은 아이들을 양산했다”며 “대전시 교육청은 ‘시·도 교육청평가’에만 예민한 반응을 보이지 말고 학생들의 정서 치유에도 관심을 기울여야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박 사무처장은 “기명으로 실시한 이번 설문 조사처럼 더 이상 학업성취도 평가로 인해 아이들이 피해 받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안시언 리포터 whiwon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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