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목]
춘천을 대표하는 전통 있는 5일장, 풍물시장
[도입] 삶이 고단하고 지칠 때면 흔히들 새벽시장에 가보라고 조언들을 해왔다. 특히 시장은 일상의 무기력감을 치유하는 데에 뛰어난 효능을 갖는다고도 일컬어졌다. 왜일까? 사람들에게 시장이란 도대체 어떤 의미이기에. 춘천사람들의 뇌리에 전통 있는 5일장으로 각인된 풍물시장. 시장통의 하루는 물씬한 사람냄새로부터 시작된다. 상인과 소비자 간의 밀고 당기는 흥정 또한 색다른 구경거리다. 시장골목 어귀에서부터 만나는 크고 작은 갖은 좌판들, 오랜 장사 경험과 남다른 노력으로 성공을 일군 상점상인들도 제법 눈에 띈다. 오늘도 풍물시장은 어김없이 춘천사람들을 부른다. 그리고 사람들은 시장에서 어제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하나가 된다.
전통시장의 열세 속에서도 정과 낭만은 예전 그대로!
수년 전부터 5천여 인파가 몰리는 춘천지역 유일의 5일장으로서의 명성이 자자했던 춘천 풍물시장. 최근 대형마트와 불경기 탓에 긴장감도 있지만 시골장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과 낭만은 예전 그대로다. 여기에 과거 약사동 시대를 마무리하고 온의동 시대를 맞아 시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상인들의 노력으로 풍물시장은 새롭게 거듭나고 있는 모습이다.
새롭게 단장된 상점건물의 143개의 점포와 2일, 7일 장이 서는 날이면 어김없이 몰려드는 노점상이 시장풍경을 연출한다. 손수 농사지은 것들을 들고 나오시는 할머니들까지 더하면 장사꾼들만 450여 명을 넘긴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손님들까지 합세하면 분위기는 자연스레 흥겨운 시골장터가 된다.
너르게 펼쳐진 과자 좌판 앞에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지나는 모든 이들이 얼렁뚱땅 과자를 집어 먹는가하면, 대형마트 매장의 냉장고 속에 깔끔하게 진열된 상품이 아닌 길바닥 바구니 안에 대충대충 담아놓은 채소들이 마냥 정겹다. 한 치의 에누리 없는 바코드 식 계산이 아니라 두루뭉술하게 이것저것 더하고는 끝전은 자르고 속된 말로 ‘퉁치는’ 계산법에 간혹 실랑이도 오가지만 대체로 만족하는 미소들이다. 골목골목에는 오랜만에 본 낯익은 얼굴들과의 반가운 인사도 흔한 풍경,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에, 얼큰한 막걸리 한잔에 어르신들의 정겨운 모습은 도심에 갇힌 아이들에게도 꼭 보이고픈 장면이다.
상인들의 단합된 힘으로 5일장 유지
춘천풍물시장의 유래는 1989년 약사천 복개로부터 비롯됐다. 당시 시내 일원의 노점상들과 떠돌이 행상들을 모아 약사천 복개공간에 집단 정착시킨 것이 풍물시장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세월은 흘러 이제는 약사천을 다시 복원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춘천풍물시장은 22년의 약사동 시대를 마감하고 2010년 11월 온의동 복선전철 고가철로 하부 공간 300여 미터 구간으로 이전해오게 된 것이다.
이전 당시 춘천시는 풍물시장을 명품거리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노점상과 외지상인 등이 몰리는 장날을 운영하지 않는 상설시장으로 기획했었다. 하지만 상인들은 장날을 운영하지 않을 경우 시장 활성화는 어려울 것이며, 또 장날 풍물시장을 찾았던 상당수 춘천지역 노점상의 생계 또한 막막하다는 주장을 펼쳐 현재의 5일장을 고수할 수 있었다.
“상인들의 입장에서는 풍물시장의 명맥유지를 위해서라도 이어져온 전통을 버릴 수 없었죠. 풍물시장 초기 89년 당시도 처음엔 상설로 있다가 장사가 잘 안 됐고, 경기도 좋지 않았어요. 그러다 2일, 7일 5일장을 처음 유치한 게 91년 즈음부터죠.” 임봉삼 풍물시장번영회장의 전언이다.
새로운 도약, 주말장터 개최
지난달부터 풍물시장은 관광객을 겨냥한 주말장을 본격 운영 중이다. 복선전철 개통으로 시장을 찾는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많아진 건 사실이지만, 판매에 현저한 차이를 보이는 건 아니라는 게 상인들의 판단이다. 개장 초기에 한시적으로 시범운영했던 주말장터를 연중 정례화하고 시민과 기관, 단체 등이 함께 장터를 꾸리는 형태로의 운영을 꾀하게 된 이유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춘천시민들의 관심과 사랑이랍니다. 지역민들에겐 5일장의 개념이 강해서 아직은 좀 생소한 것 같은데요, 주말시간 젊은 층들이 우리 전통시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각종 문화행사나 벼룩시장 등도 다양하게 유치할 겁니다.” 임봉삼 회장을 비롯한 풍물시장상인들, 그리고 춘천시가 함께하는 노력으로 다양한 볼거리, 즐길 거리로 우리 곁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올 풍물시장을 기대해본다. 또한 새로운 관광명소로서 우리 시장상인들에게도 더 큰 활력으로 다가왔으면 좋겠다.
문의 : 춘천 풍물시장번영회 253-5814
김연주 리포터 fa1003@naver.com
< 미니인터뷰 : 춘천 풍물시장번영회 임봉삼 회장 >
Q. 온의동 이전 후, 시장 분위기 어떤가요?
현재로서는 시민들이 찾아오시기에 위치가 훨씬 좋아진 것 같습니다. 다들 처음엔 낯선 환경에서 자리배정 등 마찰이 있긴 했지만, 현재는 대다수의 상인들이 스스로들 환경이 더 나아졌다고 판단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좋습니다.
Q. 대형 할인매장 출현으로 전통시장이 힘들다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바로 옆 롯데마트와 도로 건너 이마트 중간에 풍물시장이 껴있는 입지죠. 롯데마트 입점 당시 우려가 컸지만, 롯데마트 측과 ‘서로 상생하자’는 것에 동의했어요. 그들도 시민들을 위해 주차장을 무료 개방하는 등 함께 윈윈하는 방법을 찾았죠. 전통시장은 농수산물이, 마트는 아무래도 공산품이 강하죠. 그래서 우리 손님들 장보고 자연스레 마트를 이용하고, 마트 손님들도 장날은 시장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두 곳에서 더 편하게 쇼핑을 즐기고 있어요.
Q. 시민들께 바람이 있다면요?
시민, 기관, 단체들과 함께 일단 주말장터 활성화에 매진해야죠. 아직은 서비스 질도 약하고, 고객대응 방법 또한 다소 경직되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우리 스스로 개선점에 대해 자주 모여 이야기 하고 노력하는 중이니, 시민들도 시장상인들의 투박하지만 소박한 상거래를 이해하시고, 무엇보다 그 밑에 깔린 넉넉하고 풍부한 정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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