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국세청은 여러 소득이 있으면 정산을 하라고 한다. 이는 나라가 시민들로부터 빠짐없이 세금을 걷기 위한 조처일 뿐이다. 국가가 연간 예산에 따라 경상수지를 맞추기 위하여 개인들로 하여금 세금정산을 하게 하는데 비해, 왜 사람들은 각자 자신을 위하여 번 수입과 버느라고 들인 경비를 정산하지 않는가?
자신이 정말 얼마나 벌었는가를 정산할 때에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농사꾼이 단순하게 가을에 수확하여 번 돈을 모두 자신의 수입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없다. 봄철에 들인 씨앗 값, 모종 값, 비료 대, 농기계 임대료, 인부들 인건비, 새참 비용 등 각종 농사 경비에다 나중에 부과될 갖가지 세금과 공과금, 그리고 농기계 구입 유지비를 빼고 남은 것만을 소득이라고 쳐도 계산이 옳지 않을 수 있다. 보이는 모든 것을 빼놓지 않고 계산했다 해도 놓친 것이 있기 때문이다.
물려받은 논밭이라고 지대는 빼놓고 계산한 것은 아닌가? 자신의 몸뚱이라고 또 한집안 식구라고 자신의 인건비와 식구들의 노임에 대해서는 계산에 넣지 않아도 되는가? 힘든 일로 몸을 다치거나 나중에 더 나이가 들어 농부 병이라도 걸리면 운수소관으로만 치부하고 넘어갈 것인가? 아니면 보험 같은 것으로 미리 계산하여야하는 것은 아닌가?
벌기 위해 치른 비용이라는 것이 심한 노동으로 누적한 신체적 무리와 이로 인해 앞으로 나타날 신체 질환에 대비하는 것까지를 포함시키면 완벽한 것인가? 일에 대한 중압감으로 늘 지나친 스트레스를 겪고 그런 식으로 살아가는 동안 감정적 고통과 소진, 그리고 이에 따른 악영향도 무시하여서는 안 된다. 그런 식으로 일만 열심히 하고 정신없이 살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평소에 전혀 마음의 여유 없이 오로지 일에만 집착하고, 조금도 자신에 대해서 생각을 하며 살아가지 않는 사람들은 나이가 60을 넘고 이제 노인이 되어서도 이를 깨닫지 못 한다. 과음을 자주 하면 막연히 아직도 자신이 한창인 나이인 줄로 알고 남보다 더 일을 많이 하려고 혈기를 부린다.
과음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는 눈앞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인 줄로 안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시작하므로 늘 예상과 어긋나기 마련이다. 결과가 기대보다 나쁘므로, 이리저리 더 머리를 쓰고 계산을 해도 눈 앞의 사안에만 매우 협소한 시각으로 답을 찾아 봐야 매양 마찬가지이다. 사물을 근시안적으로 보는 한, 입력된 기본 자료가 부실한데 결과가 제대로 나올 리 없다. 결국 잔머리만 굴리는 셈이 될 뿐이다.
한해 소득 정산도 이렇듯 부실한데 인생 전체를 정산하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다. 매 순간 눈앞에 닥친 일로 노사초심하면, 인생 전체를 내다 볼 여유가 없다. 훗날 인생을 되돌아볼 때, 그래도 무언가 스스로에게 유익한 삶이었다고 하여야 후회가 덜 하지 않겠는가?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신정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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