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 ㄴ초등학교는 올해도 여전히 바쁘다. 이 학교는 지난해 전국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이하 성취도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 학교는 지난해의 명성을 잊을 수 없다. 올해 3월부터 시작한 성취도 평가 대비반은 아이들의 오후를 모조리 시험만 대비하는 시간으로 바꿔버렸다.
“하고 싶은 걸 할 수 없어요!”=
이 학교에 다니는 6학년 이수철(가명)군은 학원을 가지 않아도 3월부터 6시 이전에 집에 가본 적이 없다. 정규수업을 마쳐도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놀 수도 없다. 아파도 담임교사에게 병원 가겠단 말을 꺼내기도 어렵다. 매일 6시가 다 되도록 성취도 평가 대비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벌써 4권째다. 문제집은 해마다 충남도교육청이 발행해 온 수업활용 자료다.
“반마다 3명에서 5명 정도 빼고는 다 해요. 선생님이 설명해주고 나면 계속 문제 풀어요.” 수철군은 “선생님은 어쩌다 아프거나 일이 있어 빠지게 되면 공부 손해 본다며 여행이나 체험학습을 가겠다고 해도 이 때 꼭 가야겠냐고 말씀하신다”고 말했다.
아픈 아이를 데려가는 엄마들 마음도 편치 않다. 성취도 평가 대비반에서 빠지면 체험학습이란 명목도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기 어렵다.
더운 계절이지만 학교는 오른 전기요금에 민감해져 냉방가동시간도 하루 한두 시간에 그친다. 아이들은 더워도 싫어도 여전히 학교에 남아 성취도 평가 대비 문제를 풀고 있다.
“엄마들 목소리는 어디에…”=
이수철군 엄마 정시은(가명)씨는 아이들이 매우 안됐다며 “동의서를 받고 한다지만 실제로 성취도 평가 대비반에서 빠지긴 쉽지 않다. 중학교 갈 때 성적에 지장 있는 듯한 말로 아이들과 엄마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학교가 이런 추세로 아이들에게 강요 아닌 강요를 하고 있어 혹시나 아이들에게 불이익이 생길까봐 정씨도 소심한 자신을 탓하며 불만스러워도 따라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정씨는 학교에서 6시까지 하는 것도 모자라 이후 다시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주변 지인의 이야기를 전했다. “학교에서 전인적인 교육을 위해 아이들을 붙잡고 있는 것도 아니고 실력향상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따로 공부를 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정씨는 아직까지 엄마들이 학교에 직접 대놓고 하는 어떤 불만의 소리도 듣지 못했다며 “누굴 위해 성취도 평가를 준비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학교를 졸업시킨 아이가 있는 김희진(가명)씨는 “그래도 나아진 거”라며 “지난해는 7월에 시험을 친데다 매일 7시까지 성취도평가 대비를 했다”고 밝혔다.
반면 직장을 다니는 엄마들은 아이가 학교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안전하고 공부를 시켜줘서 좋아한다고 김씨는 주변 직장맘들의 반응을 전했다.
학교와 교육청, “그런 일 없다” =
ㄴ초등학교는 매일 오후 6시까지 성취도평가 대비를 하는 부분에 대해 “그런 일 하나도 없다”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아산교육지원청 이미영 장학사는 일선학교에 이미 전화지도며 공문도 보내 파행적인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당부했고 “그런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장학사는 “학교가 강제로 성취도평가 대비를 시키지 않는다. 동의서를 받고 한다. 학부모들이 왜곡되게 받아들이는 부분이 있다. 방과 후 교과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엄마품 돌봄 교실을 운영하는 학교는 늦게까지 돌봄 교사가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마다 3~5명만 빼고 거의 모든 아이들이 방과 후 교과 프로그램을 원해서 참여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는 “학교정보공시가 되다보니까 민감한 부분이 있다”며 “최종적인 지도 관리를 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충남도교육청은 성취도평가문제 유형을 익히는 문제적응성 향상자료를 전 학교에 배부했다.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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