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종합진로체험관 시설은 최신식, 운영은 글쎄?
성남 정자동에 문을 연 한국잡월드.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진로 교육에 갈증을 느끼던 차에 때맞춰 오픈한 잡월드에 연일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다양한 직업을 맛볼 수 있다.’ ‘운영이 허술해 기대에 못미친다’ 다녀온 사람마다 반응이 엇갈린다. 평소 진로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리포터는 잡월드를 하루 종일 체험하며 보고 느낀 점을 생생하게 가이드한다.
토요일 오전. 학교에서 단체 관람 온 청소년부터 팀을 꾸려 초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온 엄마들 모임, 가족단위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고용노동부가 5월에 개관한 한국잡월드. 초중고생들에게 어릴 때부터 다양하게 직업 관련 정보와 체험 기회를 줘 진로를 결정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2004년부터 추진, 8년 만에 오픈했다.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의 최신 시설에 진로 검사, 직업 체험, 각종 진로 이벤트가 다양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꾸며져 개관 전부터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내부는 진로설계관, 어린이와 청소년 체험관, 직업세계관으로 꾸며졌다. 진로설계관은 개인별 검사를 통해 적성을 알아볼 수 있으며 직업세계관은 일종의 박물관으로 직업의 종류, 역사, 미래 유망 직종, 롤모델이 될 만한 직업인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진로체험관’ 관객 몰려 예약제 큰 효과 없어
관람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직업체험관은 만 10세까지 이용 가능한 어린이관과 초등 고학년부터 이용할 수 있는 청소년관으로 분리되어 있다. 체험관 내부는 방송, 의료, 문화예술, 과학기술, 경영 금융, 공공서비스 등 직업군별로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어린이체험관은 37개 체험실, 44개 직종으로 꾸몄고 오전, 오후 각 4시간씩 2부제로 운영된다. 청소년체험관는 43개 체험실, 66개 직종으로 한 개의 직업을 60분씩 집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어린이실은 ‘직업 테마 놀이터’란 느낌이 강하네요. 민간 시설에 비해 정교함은 떨어지는 편이고요. 반면 청소년체험관은 관심 직종을 꼼꼼히 살필 수 있어 직업 이해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체험학습지도사 노상미씨의 관람평이다. “수술실에서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로봇으로 수술을 하고 맥박체크를 해보니 실감 났어요. 녹음 스튜디오 체험도 재미있었어요.” 김남주양이 소감을 밝힌다.
체험관은 온라인 예약제로 운영된다. 청소년 체험관의 경우 사전에 예약하지 않은 채 방문하면 현장에선 잔여 체험석이 있을 경우만 이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전 예약제가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해 관람객들의 불만이 높다. “체험 직업 숫자에 비해 실제 체험할 수 있는 수가 너무 적어요. 인기 체험관은 1시간 정도는 늘상 기다려야 하고요.” “ 가용 인력, 시설 내 수용 가능 인원에 대한 적절한 예측이 선행돼야 합니다. 학생들이 기대에 부풀어 줄을 섰다가 한참 기다린 채 한두 개만 끝내고 귀가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이용 후기 내용이다.
‘진로 설계관’ 게임식 검사 방식 독특, 줄서기는 피곤
청소년의 흥미와 적성을 검사할 수 있는 진로 설계관 역시 줄서기의 연속이었다. 관람 편의를 위해 번호표 기기 설치 등 보완이 시급해 보였다.
진로 검사는 ‘디지털 키드’인 청소년들 눈높이에 맞게 구성되어 있다. 음악, 공간, 논리수학 지능을 비롯해 분야별 흥미 적성을 알아보기 위해 터치스크린과 게임 형식을 도입하고 동영상을 활용했다. 학생들은 종이에 체크하는 기존 검사 방식과 다르다며 흥미로워했다. “재미있는 컴퓨터 게임을 했다고 느꼈는데 순발력과 유연성 등 운동 지능을 알아본 테스트라고 하네요. 특이했어요.” 초등 5학년 이지원양이 소감을 밝힌다.
모든 검사를 마친 후 개인별 테스트 결과지를 받아볼 수 있다. 성격유형, 특징, 적성에 맞는 추천 직업군들이 일목요연하게 나와 있다. 다만 검사 결과에 대한 전문가 상담을 받아볼 수 없어 아쉬웠다.
‘직업세계관’ 관람객 흥미 유발 역부족
박물관 형식으로 꾸민 직업세계관. 선사시대부터 조선, 근현대까지 역사별 직업의 변천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고 바이오, 나노, 문화 콘텐츠, 우주 항공 등 미래 유망 직종을 조망해볼 수 있는 전시물이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코너별 테마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고 청소년들이 관심 많은 미래 직업에 대한 설명이 빈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의 인기 직업이 궁금한데 여기 나와 있는 설명만으로는 쉽게 이해되지 않아요. 애니메이션 설명 내용도 지루하고요.” 중학생 이서현양의 관람평이다. “원래 안내자가 이 부분을 설명해야 하는데 관람객이 많다보니 현재는 동선 안내, 시설물 파손 방지 등 부차적인 부분에만 신경 쓰고 있는 실정입니다.” 전시장에서 만난 도슨트의 하소연이다.
개관 특집으로 6월말까지 매주 토요일 무료로 열리는 북콘서트는 의료, IT 등 여러 직업의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알찬 강의였다. 하지만 강의 내용을 잘 이해하기 어려운 초등 저학년생이 많아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어 아쉬웠다. 연령층 제한 등 운용의 묘가 필요해 보였다.
관람객 편의시설 수준급
깔끔하게 인테리어 된 식당은 한식, 중식, 패스트푸드 등 메뉴가 다양했으나 정부가 운영하는 시설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가격대는 다소 비쌌고 점심시간에 손님이 한꺼번에 몰려 혼잡했다. 미리 준비해온 간식을 먹을 수 있는 뜨락 정원, 어른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카페, 진로 관련 책과 자료를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정보열람실 등 편의시설은 잘 갖춰져 있고 시설도 수준급이었다.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야외 분수도 인기가 좋았다. 최신 시설을 갖춘 원스톱 진로체험학습장 잡월드. 기대치가 높은 관람객 눈높이에 맞도록 운영 체계 개선, 인력 보강 등은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로 보였다.
* 입장료(직업세계관, 진로설계관 이용)
- 어린이/청소년 3000원 , 성인 4000원
* 체험료 (온라인 사전예약)
- 청소년체험관 : 주중 5000원, 주말 6000원 1만원
- 어린이체험관 : 주중 1만3000원, 주말 1만4000원
* 체험관 운영시간
- 청소년체험관 평일?주말 09:30~16:40
- 어린이체험관 평일 10:00~19:00 , 주말 09:30~18:30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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