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탐방길-김제 망해사와 진봉산 산책길

앞으로는 수평선 뒤로는 지평선을 간직한 곳 ‘망해사’

지역내일 2012-06-19 (수정 2012-06-19 오전 6:41:09)

한발짝만 뒤로 물러서면 저만치 멀어진 봄을 붙잡을 수 있을까? 한여름의 더위가 물씬 느껴지는 6월에 벌써 향기 지긋하던 봄이 그리워진다.
떠나는 봄은 아쉽지만 초록의 신선한 에너지가 넘실거리는 여름을 홀대할 수 있으랴. 하지만 이글거리는 태양을 피해가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 덮치기 하는 여름을 조금 편안히 맞이하고 싶어 김제 망해사로 떠나본다. 


* 망해사 바다에서 바라보는 망망대해

망망대해 서해를 바라보며 앉은 절
전주역에서 50분가량 너른 김제 평야를 가로질러 심포쪽으로 달리다보면 진봉산 끝자락 서해가 바라보이는 절벽에 망해사가 자리하고 있다.
망해사는 백제 의자왕 2년(642년) 부설거사가 이곳에 와 사찰을 지어 수도했고, 당나라 승려 중도법사가 중창, 조선조 인조 때 진묵대사가 1589년 낙서전(문화재자료 128호)을 증건하고, 1933년 김정희 화상이 보광전과 칠성각을 건축하고 중수했다고 전해진다.
망해사는 그토록 오랜 역사를 간직한 절임에도 그다지 화려하지도 웅장하지도 않다. 몇 안 되는 건물 중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은 주지승이 거처한다는 낙서전뿐이며, 마당에서 바라보는 망망대해와 볼일(?) 보다가도 자연에 심취해 해탈의 경지에 오를 것 같은 해우소가 인상적인 곳이다.
30도를 웃도는 때 이른 한여름 날씨건만 마당 가장자리에 서니 바닷바람에 옷깃을 여민다. 400년을 부부처럼 살아온 낙서전 앞 팽나무는 여느 마을에서처럼 ‘할배나무’, ‘할매나무’라 불리며 고찰 망해사를 지키고 있다.
망해사는 바다를 바라보는 절이라 붙여진 이름으로, 때때로 물이 빠진 시커먼 갯벌도 마당으로 삼는다. 바다의 수평선이 아니라 갯벌의 지평선까지 볼 수 있다는 망해사는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새만금 바람길 망해사~심포항을 걷다
소나무 숲으로 에워싸인 망해사 뒤 ‘새만금 바람길’이란 안내판을 시작으로 진봉산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다. 진봉산은 해발 72m의 나즈막한 언덕으로 남녀노소 가볍게 걷기에 손색이 없다. 군데군데 운동기구들도 설치되어 있어 도심공원을 연상케 하나 시골에서 농사일로 바쁜 농부들은 이곳을 그다지 찾지 않는 듯 솔잎이 쌓여 길을 덮었다.
봄이면 벚꽃으로 한창 예뻤을 길이다. 하지만 여름에 찾은 산책길은 울창한 숲이 그늘을 만들었다. 100미터쯤 걸어 올라가자 아름다운 낙조를 고스란히 두 눈에 담을 수 있다는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 오르니 앞으로는 바다가, 뒤로는 끝없는 김제평야가 펼쳐진다. 일행 중 고향이 김제라 높은 산은 보지도 못하고 지평선만 보고 자랐다는 최인희씨는 “와! 내 고향 김제평야다. 저 너른 들판이 황금물결로 출렁이는구나!”라며 보리수확이 한창인 벌판을 바라보며 감탄을 자아낸다.
산책로는 약 1킬로미터 정도로 고개 하나만 넘으면 횟집들이 늘어선 심포항에 도착한다. 고기잡이를 마친 배가 들어왔는지 어부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여느 바닷가와 마찬가지로 갯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 심포의 황금들녘

황금물결로 출렁이는 심포들녘
가을 수확철이 아님에도 때 이른 황금들녘으로 장관을 연출하는 심포는 지난 5월 ‘지평선황금보리 추억의 보리밭축제’가 열린 곳이다. 싱그러움을 상징하는 초록의 보리가 넘실대던 그 곳이 수확기의 농부의 마음을 대변하듯 황금 옷으로 치장을 하고 물결친다. 
전국 최대 보리밭(1천400ha) 규모를 자랑하는 신포면 일대의 보리밭에는 알알이 박힌 보리들로 이미 가을을 맞이한 듯하다.
차를 달리다 멈춰 서 사진 삼매경에 빠진 이들도 있고, 아이들에게 보리의 생김새를 설명이라도 하듯 보리밭에 얼굴을 묻은 가족도 보인다. 농부들은 이런 사람들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는 듯 수확의 기쁨에 빠져 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라 어느 바닷가를 가더라도 수평선은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국토의 절반이상이 산악지대로 이뤄져 있어 육지에서 지평선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데. 산이 없고 넓은 들로 이루어져 예로부터 우리나라 제일의 곡창지대로 손꼽히던 김제평야, 그 옛날 조선 8도 중 가장 부유하게 살았던 그 명성 그대로 살맛나는 전북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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