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농사 짓는 학교를 찾아서

“텃밭 일구며 생명 돌보는 마음 깨달아요”

지역내일 2012-06-16 (수정 2012-06-16 오후 12:53:36)

텃밭농사 짓는 학교를 찾아서

“텃밭 일구며 생명 돌보는 마음 깨달아요”


텃밭 농사를 짓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의회 최창의 교육의원이 도교육청을 통해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학교 안 텃밭 조성에 대해 도내 교원과 학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새로 텃밭을 조성해달라는 요구도 조사 대상의 80%를 넘는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올해부터 신설학교에 텃밭을 조성하도록 설계용역 과업을 지시하는 한편 추경예산에도 20개교 6천 만 원을 반영해 학교 텃밭 설치 사업을 지원하게 된다. 교내 텃밭 활동이 큰 호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지 학교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버려진 화단을 생명의 텃밭으로 일군
일산중학교 ‘텃밭동아리 돌봄’
지난 5월 16일 일산동 일산중학교(교장 이홍규), 수업이 끝나자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축구공을 차는 학생들 사이로 호미를 든 이들이 보였다. 텃밭동아리 학생들이다. 이들은 운동장 가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던 철쭉 화단을 밭으로 만들어 지난 가을부터 일구고 있다.
“운동장에서 놀고 싶지만 일해야죠. 오늘은 모종 심는 날인데요. 농사동아리 하면서 인내심이 생겼어요. 전에는 친구들한테 화를 내고 때리기도 했어요. 농사지으면서 성실하게 돌봐주게 되는 마음이 생겼어요.”
3학년 김진호(가명) 군의 말이다.
학교에서 텃밭 농사를 지으면서 보람을 느낀다는 김군은 잘 참지 못하는 성격 탓에 친구들과 마찰을 빚곤 했다. 
“농사를 지으면서 느끼는 바가 있었어요. 전에는 좀 참을성이 없었거든요. 뭔가 보람을 느끼고 누가 밭을 막 헤치면 기분이 언짢아져요.”
일산중학교 텃밭동아리 돌봄을 지도하는 송원석 교사는 김군을 포함한 텃밭동아리 학생들이 서서히 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생명에 대한 존중,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이 새롭게 생겨나는 걸 느껴요. 생명이 어떻게 자라나고 땅을 일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같이 공부하고 싶어요.”
송원석 교사는 텃밭 활동을 교과와 연계해서 풀어보고 싶다고 했다. 요리한 재료로 가정교과 요리 실습을, 유기농을 매개로 환경 수업을 진행하는 식이다.

 일산중학교는 2년 전 불미스러운 알몸졸업식 사건이 일어난 학교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그런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2010년 9월 경기도 교육청에서 혁신학교로 지정한 후 학교와 학부모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생명과 돌봄의 문화가 있는 학교로 거듭나고 있다. 텃밭동아리도 그런 노력의 하나다.
“여기에는 소위 ‘학교짱’도 있고 부적응 학생도 있어요. 일하다 보면 서열이 없어져요. 힘 약한 애가 힘 센 애한테 이것 좀 하라고 시키기도 해요. 일하는 게 중심이니까요. 일하고 나면 굉장히 뿌듯해 하죠. 친구들 데리고 와서 자랑도 하고.”
텃밭 농사를 돕는 도시농부 김한수(고양도시농업네트워크) 씨가 웃으며 말했다. 이날 학생들은 근대, 쑥갓, 상추, 방울토마토를 심었다. 쓰레기가 버려져 있던 화단이 초록 빛 생명의 옷을 갈아입었다. 그곳에서 학생들은 돌봄과 생명의 의미를 배워가고 있었다.






흙 만지면 가정과 학교가 변해요
안곡중학교 ‘텃밭동아리 농사체험부’
중산동 안곡중학교(교장 문영애) 텃밭동아리 ‘농사체험부’ 38명의 학생들은 한 달에 한번 고봉산 자락에 있는 텃밭을 찾아 간다. “공부하라”는 소리에 시달리던 학생들은 새소리를 들으며 흙을 만지는 짧은 시간이 새롭기만 하다.
“2학년 때 보다 스트레스가 많아요. 고등학교는 어디로 가야 할까 부담도 되고 내신 관리도 해야 되고요. 농사는 처음인데 해보니까 재미있어요. 고봉산 까지 오기는 힘들지만 상추 키워서 고기에 싸먹을 거라서 좋아요.”
3학년 김다영 양의 말이다.
안곡중학교 농사체험부 학생들은 일반 지원자 외에도 학교 부적응, 학력미달, 저소득 및 차상위 계층 학생들이 포함되어 있다. 안곡중학교는 텃밭 100평을 다양하게 활용할 계획이다. 저소득가정의 자녀들은 부모와 함께 텃밭을 일굴 수 있도록 공간을 내주었다. 부적응 학생에게는 벌점 대신 텃밭 활동을 지도한다.
“오리걸음을 쓰고 한자 쓰게 하다가 올해에는 농사를 짓게 했어요. 학생들은 좋아하죠. 작은 일 하나라도 넓은 공간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할 수 있고, 흙 묻히는 것도 처음인 아이들이 많으니까요.”
동아리를 이끄는 이종섭 교사의 말이다.
학생들이 심은 것은 상추 고추 땅콩 완두콩 상추 열무 옥수수 감자 대파 고구마 생강 토마토 딸기 등이다. 수확한 작물은 저소득 가정에 나눠 주거나 텃밭 동아리 활동한 학생들이 거두어 갈 예정이다.
학생들은 학교생활에서 채워지지 않았던 성취감을 텃밭 활동을 통해 맛보고 있는 듯 했다. 각자 좋아하는 작물을 꼽으며 기대감에 돌보는 모습은 해맑은 아이의 마음 그대로였다.
“토마토를 좋아해서 길러서 따먹어 보고 싶어요. 트럭타본 일도 좋고, 농사는 힘들지만 재미있어요.” (3학년 양은홍 군)
“상추를 심어서 집에 가져갔더니 엄마가 고기를 사주셔서 쌈 싸먹었어요. 밭에 와서 재배하는 게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해보니 재밌어요.” (3학년 양재학 군)
흙을 만지며 땀 흘리고 나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마음이 편안해진다. 자녀가 따 온 상추를 보고 부모들은 고기를 사 주고 자연스럽게 가정 내 대화가 이루어진다. 뻐꾸기 소리 들리는 산자락에서 안곡중학교 학생들은 자연이 주는 생명의 힘을 만끽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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