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입양한 진중록씨 가정

“입양 후 더 행복해 … 사랑은 피보다 진하다”

지역내일 2012-05-22



“이 아이다!”
진중록(38)씨 부부는 한결(3)이를 처음 본 순간 탄성을 내질렀다. 생글생글 웃고 있는 아기가 너무 사랑스러워 보자마자 ‘내 아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부인 김기숙(38)씨 역시 그때의 심정을 ‘복권에 당첨된 기분’에 비유했다. 진씨 부부는 생후 2개월 된 아이 한결에게 운명적인 이끌림을 느꼈다.


진중록씨 부부는 2009년 한결이를 공개 입양했다. 당시 부부에게는 9개월 된 큰 아이 은결(4)이도 있었다. 진씨 부부는 은결이가 태어나자마자 입양신청을 해 9개월 만에 한결이를 집에 데려왔다. 결혼 전부터 생각해 왔던 것을 바로 실천에 옮긴 것.


진씨 부부는 결혼 전부터 입양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내가 낳은 자식이 아니어도 사랑으로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주변의 반대와 우려가 컸다. 다들 자기 아이를 낳아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큰 아이를 낳았지만 입양에 대한 진씨 부부의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홀트아동복지회에 입양신청을 했다. 처음엔 딸 은결이와 자매처럼 지낼 여자아이를 원했지만 남자아이와 장애아는 거의 입양이 안 되는 우리나라 입양 현실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배가 아파 낳은 자식의 성별을 선택할 수 없듯이 입양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한결이는 태어났을 때 몸이 많이 아픈 아이였다. 입양기관에서 조차 입양이 가능할까 걱정을 했다. 하지만 진씨 부부는 그마저도 부모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담담히 받아들였다. 진씨 부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한결이는 처음의 우려와 달리 현재 잔병치레 하나 없이 건강하다.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 사라져야 = 공개 입양 가정의 가장 큰 어려움은 주변의 시선을 견디는 일이다. 특히 진씨 부부와 같이 건강하게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람이 입양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양가 부모님들도 처음엔 반대가 심했다. 오랜 시간 입양의사를 밝혀왔음에도 ‘설마 진짜 입양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특히 김씨의 친정아버지는 최근까지도 입양한 딸네 가정을 안보고 살다가 한 달 전에야 비로소 한결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입양 가정의 부모에게 ‘대단하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거나 입양된 아이를 안쓰럽게 보는 주변의 시선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진씨는 “주위의 입양 가정을 보면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라며 “입양을 경제적 여유가 있거나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일”로 봐주지 않기를 당부한다. 또 진씨는 반드시 내가 낳은 아이여야 한다는 핏줄에 대한 집착과 여자 혼자 아이를 낳고 기르는 비혼모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길 희망한다. 비혼모 가정이나 입양 가정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사회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질 때 해외로 입양되거나 시설로 보내지는 아이들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은결이 한결이 모두 소중한 내 아이일 뿐 입양한 아이라고 해서 전혀 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아요. 한결이 입양 후 오히려 가족이 더 사랑으로 단단해진 느낌입니다. 지금 입양을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나와 아이가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하고 확신이 들 때 실천하시길 바랍니다.” 
서다래 리포터 suhdr100@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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