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백제박물관
백제시대의 역사와 문화가 한자리에 모였다. 송파구 올림픽 공원 내에 위치한 ‘한성백제박물관’은 서울의 고대 역사와 문화를 조명하는 타임머신으로 지난 4월 30일 개관하였다. 특히 한성백제의 방어시설이 있는 몽촌토성 안에 있어서 박물관과 함께 몽촌토성을 둘러보며 서울과 백제의 역사에 대해 직접 경험하고 배울 수 있다. 강남서초 지역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 잡은 ‘한성백제박물관’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백제 한성시대를 중심으로 서울의 고대 역사와 문화를 재조명
서울은 678년의 백제 전체 역사 중 493년간 백제의 수도였으며 고대 백제가 처음 수도로 삼은 이래 현재까지 2000년 이상의 역사가 흐르는 고도이다. 이종철 한성백제박물관 건립추진단장은 “서울은 500여 년 동안 수도 역할을 담당했던 백제의 요람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잊혀져왔던 백제의 수도로서 서울의 모습을 복원하기 위해 박물관 건립을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이처럼 ‘한성백제박물관(이하 박물관)’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서울을 수도로 삼아 약 5백년간 역사를 일군 백제 한성시대(BC18~AD475)를 중심으로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조명하고 있다.
몽촌토성은 88서울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송파구 방이동 일대 대규모 체육공원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발굴되었다. 또 풍납토성과 석촌동 고분군 등 백제 한성기의 핵심 유적들이 곳곳에 남아있고 출토된 유물만도 수만 여점에 이른다. 이러한 유적과 유물을 체계적으로 보존 관리하고 수도 서울의 2000년 역사를 재조명하기 위해 백제의 수도 중심지였던 올림픽공원 내 몽촌토성 인근에 박물관을 건립하게 된 것이다.
박물관은 지하 3층, 지상 2층 규모이며 42,311점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건물 외형은 몽촌토성 외벽의 자연스러운 실루엣을 바탕으로 해상강국 한성백제를 상징하는 배 모양으로 디자인되었다. 백제는 한강과 서해를 통해 중국, 일본과 무역하면서 국력을 키워나갔다. 따라서 백제의 해양국가 특징을 박물관 건축에 반영했으며 옥상에 있는 엘리베이터는 돛을 의미한다.
주제와 시기에 따라 나눠진 전시 공간과 다양한 모형들
박물관에 입장하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거대한 토성이다. 이것은 바로 사적 11호로 지정돼 있는 백제의 왕성, 풍납토성의 성벽을 전사(옮기어 베낌)해 놓은 것이다. 지하 2층에서부터 지상 2층까지의 어마어마한 규모로 토성의 모습을 그대로 본떠 만들었기 때문에 당시 풍납토성의 모습을 실감할 수 있다.
한성백제의 도읍지인 송파구 풍납동 일대는 평평한 지대였기 때문에 무엇보다 튼튼한 성이 필요했고, 따라서 한성 백제인들은 궁궐 주변을 튼튼한 토성으로 둘렀다. 풍납토성은 둘레 3.6킬로미터, 면적 26만평의 국내 최대 규모의 토성으로 수십만에서 수백만의 노동력이 축성에 동원됐을 것이라고 한다. 토성 모형 앞쪽에는 풍납토성을 건축하고 있는 백제인들의 모습도 자세하게 재현되어 있다.
‘제1전시실’에서는 ‘서울의 선사’라는 주제로 문명이 싹트기 시작하던 서울의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시대 선사문화와 마한의 소국에서 백제로 성장하는 모습을 유물과 모형, 영상자료로 소개하고 있다. 각 시대의 다양한 생활상을 재현해 놓아 어린이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꾸며져 있으며 고인돌의 돌 옮기기와 왕릉 쌓기 등의 간단한 체험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제2전시실’은 ‘왕도 한성’을 주제로 구성된 박물관의 주요 전시실이다. 5백 여 년 간 이어진 한성백제시대의 다채로운 유물을 통해 백제문화의 특수성과 다양성을 조명하고 있다. 백제의 건국 과정을 다큐멘터리를 통해 살펴볼 수 있고, 백제시대 정치‧문화의 중심이던 위례성 및 한성의 도시구조, 지방 거점도시와 지방 세력과의 관계, 그리고 영토 확장 과정 등을 유적과 유물을 통해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또 백제의 문화적 역량과 특징을 확인할 수 있도록 의식주, 무덤, 사상과 풍속, 제철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백제문화를 복원해 놓았으며, 백제시대의 배를 실물크기로 복원한 모형도 만나볼 수 있다.
‘제3전시실’에서는 ‘3국의 각축’을 주제로 서울과 한강유역을 둘러싸고 전개된 백제, 고구려, 신라 삼국 간의 각축전 양상과 한강에 남긴 고구려와 신라의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또한 475년 고구려의 공격으로 백제의 한성이 함락된 후 웅진과 사비에서 국가적 위기상황을 극복하여 문화를 꽃피우고 주변국에 전파한 과정도 다루고 있다.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각종 편의시설도 갖춰
박물관 개관을 기념하는 특별기획전으로 <백제의 맵시-옷과 꾸미개>전도 열리고 있다. 오는 9월 14일까지 이어지는 특별전은 백제의 옷감과 옷, 생활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졌으며 백제시대의 복식 25점과 장신구 70여종을 선보인다. 왕과 왕비의 평상복을 비롯해 귀족, 서민, 시녀, 악공의 의상은 물론 군인이 입었던 갑옷까지 재현해 놓았으며, 고대의 직조 방식으로 짠 견, 사, 곡 등 다양한 종류의 옷감을 직접 만져볼 수 있다.
박물관은 전시와 더불어 시민의 평생교육장으로서의 교육적 역할에도 힘쓸 예정이다. 전자도서관을 통해 서울의 선사․고대사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했고, 박물관의 유물과 전시를 바탕으로 각 연령층에 맞는 다양한 교육 문화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한성백제 아카데미’(성인), ‘야호! 박물관놀이터’(유아), ‘온조 역사과학문화 체험교실’(초등학생)이 있으며,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말가족체험교실’도 열리고 있다.
이밖에도 강당, 교육실, 세미나실, 도서관 등의 교육시설이 있으며 부대시설로 카페테리아, 뮤지엄숍, 옥상정원, 4D 영상관 등을 갖춰 관람에 편의성을 높였다. 특히 4D 영상관에서는 현대의 호기심 많은 소녀 유린이 과거 백제 한성시대로 시간여행을 하는 <유린, 백제로 가다>와 백제의 다양한 선진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먼 뱃길을 떠나는 <담지의 모험-해상왕국 백제>가 상영되고 있는데 생생한 영상으로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11시, 14시, 16시 하루 3회 상영 중이다.
박물관 옥상의 야외 정원으로 나가면 올림픽 공원의 전경과 함께 옛 백제의 땅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 데크가 나온다. 전망대에 서서 백제인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몽촌토성을 바라보다 보면 마치 2000년을 거슬러 시간여행을 떠난 유린이가 된 듯하다. 성곽을 쌓아놓은 듯한 경사로를 따라 내려오면 산책길로 이어진다. 조각의 숲이나 소마미술관 등 발길 닿는 곳으로 산책하면서 박물관 나들이를 마무리해도 좋다.
관람시간: 평일 09:00 ~ 21:00 / 토‧일‧공휴일 09:00 ~ 19:00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상설전시실 무료 (특별•기획전시는 유료로 진행될 수 있음)
위치: 송파구 위례성대로 71 (올림픽공원 내)
박혜준 리포터 jenna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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