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흘리개 꼬맹이 시절, 가장 신나는 일 중 하나는 엄마 손잡고 시장가는 날이었다. ‘이것저것 사달라고 조르기 없기’라는 다짐을 한 뒤 따라나서곤 했던 그 때는 상품이 귀했던 탓에 신기한 물건들을 잔뜩 구경할 수 있는 시장이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좌판에 파는 군것질거리는 시장 나들이에서 가장 기대되는 대목. 따뜻한 어묵 한 입 베어물면 그저 행복했다. 마트나 백화점이 곳곳에 들어선 지금,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해도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인 곳이다. 활기 넘치는 전통시장 속으로 고고~
언제나 활기 넘치는 자갈치시장
‘덤’에서 ‘정’을 느끼죠
평소 마트나 백화점에서 찬거리를 구입했던 김수현(38·남천동)씨. 얼마 전 친언니와 재래시장을 찾은 뒤로 전통시장 예찬론자가 됐다. “싱싱한 채소며 과일이 정말 먹음직스럽더라고요. 직접 만든다는 반찬은 어찌나 맛깔스러운지. 무엇보다 양이 대박이었어요. 이제 종종 재래시장에 들리기로 했어요”라며 같은 식재료인데 값 차이가 상당한 점에 꽤 놀랐다고 했다.
주차가 다소 불편하고 두 손 무겁게 든 채로 여러 군데 들려야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가격 저렴하고 덤으로 얹어주는 물건은 전통시장만의 강점이다. 다양한 물건을 구경하는 재미와 더불어 물건 흥정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물건값만 물어보고 사지 않을 때 돌아오는 싸늘한 눈초리는 부담스럽다.
자갈치의 명물 생선구이집
부산을 대표하는 자갈치시장
자갈치시장에 들어서자 비릿한 바닷내음이 먼저 손님을 맞이한다. 갖가지 생선, 해산물이 줄을 지어 서있다.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라는 캐치 프레이즈가 정답다. 언제나처럼 시끌벅적 활력이 넘친다.
자갈치의 명칭은 지금의 충무동 로터리까지 뻗어 있던 자갈밭을 자갈처(處)라 불렀던 데서 유래했다는 설과 생선인 갈치에서 유래했다는 두 가지 설이 전해진다. 영도대교 옆 건어물시장에서부터 충무동 공동 어시장까지를 통틀어 자갈치시장이라고 한다.
좌판을 따라 걷다 보니 20~25cm 남짓해 보이는 고등어 대여섯 마리에 오천 원이라고 써있는 가격표가 눈에 들어온다. 지금이라도 펄떡이며 다시 살아나 바다로 돌아갈 듯 싱싱해 보인다. 유창상사 사장님은 “배 부분에 아무런 무늬 없이 하얀 것이 참고등어”라며 말을 건넨다. 참고등어는 배 부분에 어릿어릿 무늬가 있는 점고등어와 달리 육질이 탱탱하고 고소하단다. 고등어라도 다 같은 고등어가 아니라는 말씀.
생선구이집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곳을 지난다. 모 예능프로에 나와서 더욱 유명해진 자갈치 생선구이. 구수한 냄새는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구이집 중에서는 일본과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경북대구횟집이 유명하다. 유영복 사장님은 “다 같은 생선을 구워도 일반 가정집집과 구이집은 씻는 방법부터 차이가 난다. 수돗물로 생선을 씻으면 염분이 빠져나가 맛이 떨어지게 된다. 생선구이집에서는 필터링된 바닷물로 장만을 하기 때문에 맛이 다른 것”이라면서 “늘 예열되어 있는 불판도 맛을 좋게 만드는 비법”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생선 중에서 열기와 가자미가 손님들이 찾는 베스트라는 말도 덧붙였다.
자갈치시장은 아침 6시에 문을 열고 밤 10시에 닫고 연중무휴다. 자갈치마켓타운이나 신동아시장 등의 건물은 매월 2·4주 화요일이 휴무다.
부산 중구의 전통시장
신선한 활어, 선어, 해산물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자갈치시장 옆으로 충무동 해안시장이 들어서 있다. 인근에 있는 국제시장은 기계 공구·전기 전자류·주방 기구·의류`가방이 주요 취급 품목이다. 먹자골목도 빼놓을 수 없다. 깡통시장(부평시장)은 군용 물자와 함께 다양한 상품들이 밀수입되면서 형성된 시장이다. 특히 통조림류를 많이 팔아서 깡통시장이라는 명칭을 얻게 됐다. 지금은 양주, 의류, 장식품, 액세서리, 잡화, 전자제품 등을 취급하고 있다.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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