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 소중한 가족과 은사님께 감사를 전하는 달이다. 정성스레 선물을 고르는 사람도, 설레는 마음 한 아름 안고 선물 보따리를 풀어보는 사람도 모두가 행복한 요즘. 감동으로 남은 기억, 황당했던 기억, 선물에 얽힌 소소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결혼을 마음먹게 한 소중한 선물
주부 김연희(37. 재송동)는 결혼 전 잊지 못할 프로포즈를 받은 것이 최고의 선물이라고 추억한다. 결혼 전 직장에서 일하는 도중에 갑자기 “김연희씨 계십니까?”하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꽃바구니와 예쁘게 포장되어 있는 선물을 받았단다. 궁금함에 풀어보니 평소에 예쁘다고 했던 시계와 함께 결혼하자는 프로포즈가 담긴 카드가 있었다. 같이 일하던 동료들의 부러움과 시샘을 한 몸에 받으며 으쓱해졌던 김씨는 서프라이즈한 이벤트를 마련해 준 지금의 신랑이 많이 고마웠다고. 남들이 들으면 그냥 그렇고 그런 프로포즈 같지만 김씨에게는 결혼을 마음먹게 해 준 소중한 추억이란다.
떠들썩한 프로포즈와 함께 결혼한 김씨는 “그때 그 시계에 넘어가서 결혼한 걸 가끔씩 후회하긴 해요. 하지만 시계를 볼 때마다 그때 느꼈던 설레고 기분 좋은 느낌이 되살아나 신랑이 밉다가도 다시 예뻐지곤 해요”라며 이왕이면 더 비싼 시계나 보석반지가 예쁘다고 할 걸 그랬나 하는 후회 아닌 후회를 한다고 웃으며 이야기한다.
원하는 선물 받고 싶다는 불평이 화근 됐네~
주부 강지민(40·중동)씨는 요즘도 가끔씩 선물이라면 순간 끔찍한 생각(?)이 든다. 기분 좋게 받고 감사한 마음이 생겨야 할 ‘선물’이라는 단어에 얽힌 강씨의 나쁜 기억 때문이다.
강씨네 가족은 5월에 생일이 많다. 행사에 생일까지 겹친 초보 주부 강씨는 어떤 선물을 사야 할지 몰라 일일이 원하는 선물이 뭔지 물어 보고 나름 거금(?)의 선물을 전달했단다. 그리고 5월 말 강씨의 생일.
“이때까지 한 게 있으니 살짝 바라게 되더라고요. 그것도 결혼 후 첫 생일이잖아요.”
그런데 강씨에게 날아 온 결과는 가정 불화였다.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강씨에게 알록달록한 속옷을 선물한 것이다. 뭘 갖고 싶냐고 물어보지도 않고 강씨 취향에 전혀 맞지 않는 저렴한 속옷 하나에 조금 속이 상한 강씨는 지나가는 말로 남편에게 불평을 했다. 남편도 공감했다. 그냥 그렇게 끝나면 좋았을 걸 남편이 생각 없이 시어머니와 시누이에게 불평을 전달하면서 남편과 시어머니의 심각한 싸움이 벌어졌던 것.
“시어머니도 불만이 있으셨는데 그 선물 사건으로 폭발하셨죠. 두 사람 성격이 비슷하다보니 몇 달 얼굴도 보지 않더라고요. 순한 친정 식구들만 보다 정말 기겁을 했습니다. 선물이고 뭐고···.” 강씨는 지금도 5월이 되면 그 날의 기억 덕에 등골이 오싹하단다.
사진으로 추억을 선물했어요!
첫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처음 하게 되는 일이 많아 신선한 이벤트를 마련하고 싶었던 주부 이민정(36. 연산동)씨는 반 친구들에게 조금 특별한 선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학예회 때 아이의 반 친구들의 사진을 한 장 한 장 찍어서 조그만 액자에 넣어 친구들에게 선물을 한 것이다. 담임선생님께는 작은 앨범을 구입해 반 친구들과 선생님 사진을 넣어 학급 앨범을 만들어 드렸더니 선생님도 아이들도 무척 좋아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 명 한 명 사진을 찍다보니 반 친구들 이름과 얼굴도 자연스레 알게 됐죠. 그래서 아이와 대화할 때 친구 이름을 들으면 다 아는 친구들 같아 함께 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도 더 많아졌고요. 담임선생님도 정말 고마웠다고 말씀하시니 괜히 기분이 좋아졌어요.” 값비싼 선물은 아니지만 신경 써서 정성스레 만든 선물이라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부담 없어 좋았다고 말하는 이씨다.
보청기가 이렇게 비쌀 줄이야~
어버이날을 맞아 친정부모님의 선물을 고민하던 주부 김미진(39 ·수영동) 씨는 평소 드리던 용돈이나 옷 대신 뭔가 색다른 선물을 해 드리고 싶어 부모님께 직접 여쭤보기로 했다. 처음엔 아무 선물도 필요 없다고 말씀하시던 김씨의 어머니가 청력이 떨어진 아버지의 보청기를 제안하셨단다.
“마침 필요하신 게 있어 다행이다 싶어 흔쾌히 해드린다고 말씀드렸죠. 그리고 보청기 가격을 알아봤더니 맙소사~ 그 조그만 게 가격(몇 백을 호가하는)이 그렇게 비쌀 줄 몰랐어요. 저 혼자 능력으로는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남편에게 말했더니 해드린다고 했으니 카드 할부를 해서라도 해드리자고 하더라고요.”
보청기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처음엔 저렴한 것으로 할까 고민하던 김씨는 주위에서 듣기로 저가의 보청기는 윙윙거리는 잡음이 심해 해드리고 욕먹는다는 말을 듣고 이왕 해드리는 거 좋은 것으로 해드리자고 마음먹었단다.
“앞으로는 어른들 선물 고를 때 절대 여쭤보지 말자고 결심했어요. 괜히 큰소리치고는 얼마나 당황했는지... 카드 12개월 할부금 넣을 일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오네요 호호~.”
착각은 자유
1998년 2월, 영화 타이타닉이 전 세계를 강타한 그 때. 결혼을 앞둔 조은경(39·광안동)씨는 디카프리오를 보겠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예비 남편에게 영화관 데이트를 요청했단다. 그런데 이게 뭔 일? 영화를 몹시 좋아하는 남편이 유독 그 영화만큼은 자신의 취향과 거리가 멀다며 노!를 선언한 것. “마흔줄에 들어선 지금도 여전히 홍콩 무협 영화에 무한 애정을 보이는 남편 눈에는 타이타닉이 별로였나 봐요.”
며칠 뒤, 의외의 거절에 마음이 살짝 상해있던 조씨 앞으로 꽃과 함께 타이타닉 CD가 배달되어 왔다. “카드에는 ‘사랑해, 행복하게 해줄게’ 뭐 그런 내용이 적혀 있었어요. 당연히 남편이겠거니 했어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신랑 글씨체가 아닌 거예요. 순간 당황했죠. 실은 오랜 시간 알고 지내던 동네 오빠가 몇 년 째 결혼하자며 연락을 해왔던지라 그 오빠의 프로포즈인가 하며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더랬어요.”
‘어떻게 거절하나, 이제 곧 결혼한다고 알려야 되는데..’라는 조씨의 고민은 한 시간 뒤 신랑과의 통화로 깔끔(?)하게 정리됐단다. 알고 보니 서울에 있던 신랑의 부탁으로 꽃배달 직원이 카드를 대신 써서 보냈던 것. 너무 앞서 나갔던 조씨만의 착각이었다. 올해 다시 타이타닉이 3D로 재개봉하면서 옛 기억이 되살아났다는 조씨는 민망함에 얼굴이 달아올랐다나 뭐라나.
첫사랑이 준 종이학 때문에...
결혼 2년차 주부 홍수희(31·용호동) 씨는 얼마 전 이사를 위해 짐정리를 하다 남편과 싸울 뻔한 사연을 이야기한다.
“책상 밑에 있는 짐들을 정리하던 남편이 유리병 하나를 가져오더니 필요 없는 것들은 버리자고 하더라고요. 유리병 안에는 종이학이 들어있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10년 전 첫사랑에게 받은 선물이었어요. 아무생각 없이 이제껏 들고 있었던 거예요.”
홍씨의 남편도 선물한 경험이 있는지, 아니면 어디서 들은 바가 있어서 그런지 누가 준 것이냐며 취조 아닌 취조를 하더란다. 당황한 홍씨는 여고시절 친구가 준 것이라며 얼버무렸지만 남편의 의심어린 눈치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고.
“결혼 전, 첫사랑과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정리한다고 했는데 종이학이 남아있었나 봐요. 저도 그 시절 종이학을 접어 뭇 남성들에게 선물한 기억이 있어서인지 그 정성이 아까워 버리지 못했어요. 지금은 얼굴조차 가물거리는 첫사랑이 이번 에피소드로 인해 새삼 그리워지는 거 있죠. 남편에겐 미안한 일이지만요”라며 머쓱하게 웃는 홍씨다.
김영희·장정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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