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생활비에 관한 블라인드 토크

빠듯한 살림살이에 부모 생활비 걱정된다!

돈보다는 부부 대화 개선으로 문제 풀어야

지역내일 2012-06-01

평소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부부다. 하지만 부모의 생활비와 병원비에 부부의 입씨름이 잦다. 낳아주고 키워주신 부모님의 은혜야 알겠지만, 매달 빠듯한 살림에 부모 생활비와 병원비까지 들어가야 하는 상황은 부부 모두 버거운 게 사실이다.
이처럼 부모의 여유롭지 못한 노후가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모아도 부족한데 마이너스 받아 매달 부모 생활비를 챙겨야 하는 일은 부부 서로가 힘든 일이다.
저마다의 사연 속에 다른 집은 부모 생활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양가 합해 매달 40만원 지출
황 모(39 평화동)씨는 그동안 여유가 없어서 미뤄졌던 부모님 생활비를 3년 전부터 드리고 있다. 시댁과 친정 부모에게 매달 각각 20만원씩 생활비를 드린다. 시댁은 4형제가 있어 홀로 사는 시어머니의 한 달 생활비로 크게 부족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친정은 1남2녀로 아무래도 친정 부모가 쓰기에는 생활비가 좀 부족하단다.
“양가 합해서 40만원씩 나가는 돈이 좀 부담스럽긴 해요. 그렇다고 연로하신 부모를 나몰라라 할 수도 없고, 우리 형편 필 때를 기다리려니 계속 못 드릴 것 같아서 남편과 함께 이야기했어요. 남편은 흔쾌히 양가 똑같이 드리는 걸로 해서 합의했죠. 하지만 우리는 매달 40만원 빼기는 힘든데, 받으시는 입장에서는 좀 부족함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앞의 경우처럼 자식들이 부모 생활비를 알아서 챙겨주는 경우도 있지만, 자식들에게 대놓고 생활비를 달라는 부모도 있다.
김 모(42 송천동)씨는 “시어머니께서 자식들 불러 놓고 앞으로 니들이 100만원을 만들어 내라고 했어요. 자식들한테 당당하게 우리가 살기 어려우니 생활비를 달라고 말하시는데, 마음이 정말 불편했어요. 매달 이리 쪼개고 저리 쪼개면 남는 것도 없고 아이 영어 학원 보내려면 피아노 학원을 끊고 부족한 돈을 어떻게 끌어야 하나 싶은 마음인데, 생활비를 달라고 하시니 당황스럽죠. 매달 10만원도 빼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에요”
여유가 많은 집이라면 자식들한테 굳이 손을 벌리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고, 자식 역시 여력이 된다면야 부모님께 매달 생활비에 용돈까지 드리고 싶을 것이다. 문제는 자식들 경제적 상황이 각각 다른 상황에서 실제로 부모 생활비는 가정불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시댁만 챙기는 남편 얄미워!
정혜영(36 인후동)씨는 “남편이 시댁만 챙겨 속상하다”고 말했다. “친정이 좀 여유가 있어서 오히려 목돈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고 있어요. 하지만 시댁은 경제적으로 어려워 생활비를 드리고 있는데, 건강까지 안 좋아서 항상 노심초사 한답니다. 하지만 문제는 남편의 태도에요. 생활비는 물론 모든 경조사에 남편은 자신의 집부터 챙겨요. 제가 ‘왜 처가에는 신경안쓰냐’고 물으면, ‘당신 집은 우리가 돈 안 드려도 사실만 하잖아’라고 말해요. 기분 나쁘죠. 정작 우리가 도움 받고 있는 쪽이 친정인데, 돈에 관해서는 자기 집부터 챙기는 남편이 정말 얄밉죠.” 더욱이 정씨는 시부모 건강도 좋지 않아 병원비까지 걱정된다고 말한다.
이지현(가명)씨는 양가 부모 생활비문제로 남편과 의견충돌이 생길 때면 답답함을 느낀다. “시댁만 드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친정까지 합치면 지출이 너무 많아져 부담스러워요. 차라리 아내 입장에서 양쪽 다 생활비를 드리지 말자고 남편한테 이야기 했어요. 우리도 애 키우면서 노후준비도 해야 하지 않겠냐하면서요. 하지만 남편은 부모님이 결혼 전까지 먹여주고 키워주고 했는데, 지금이라도 조금씩 갚아드린다고 생각해야 된다고 말해요. 제 입장에서는 부모가 자식에게 뭐 바라고 키워주는 것인가? 그럼 당신도 우리 자식한테 나중에 생활비 내라고 할꺼냐고 했죠. 그냥 무슨 일 있을 때 감사의 표시로 용돈을 드리면 되는 것이지 꼭 매달 생활비를 드려야 하는 것인지... 우리 친정 부모님도 저를 그냥 키우신 게 아니니까 양쪽 부모님을 다 드리면 부담해야 할 금액이 너무 많아요”


부모 자식 간에도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
효도의 척도가 돈이 된 세상이다. 언뜻 보면 너무 계산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부모나 자식 간에도 서로 오가는 금전관계 속에 할 말을 하는 입장이 된 듯하다.
김혜영(36 중화산동)씨는 “저희는 시댁에만 매달 50만원씩 드려요. 결혼할 때 집과 자동차를 사 주셨어요. 반면 친정은 여유롭지 못하시지만, 제가 생활비를 드릴 입장도 아니에요. 아무래도 저희 결혼할 때 시댁에서 받은 게 많다보니, 남편도 처가를 챙기지 않아요. 제가 장녀인데 동생들 보기에 미안하죠”
반면 임 모(송천동)씨는 얼마 전부터 시어머니 통장에 매달 10만원씩 자동이체를 하고 있다. “남편은 중소기업 다니는데, 남편 혼자 외벌이라 간신히 남편 월급으로 먹고 사는 수준입니다. 집도 없고, 8000만원 전세 살아요. 아이들 크기 전에 집 장만해려고 매달 주택자금 넣고 있어요. 시부모님께 드리는 10만원도 간신히 드리는 거예요. 결혼할 때 집 사주신 것도 아니고, 남편 총각 때 월급과 자신들이 보탰다고 전세금 6000만원 해주셨거든요. 앞으로 돈 받을 생각도 없고, 있는 재산(아파트 한 채)으로 연금 받으면서 자식들한테 손 안 벌렸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죠.”
양가 부모 생활비 문제는 부부가 서로 눈치를 보는 고충이 따른다. 결혼할 때 부모로부터 금전 혜택을 받았다면, 받지 못할 쪽에 소홀한 점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주대 상담심리학과 하혜숙 교수는 “부부간 불화에서 돈보다 문제는 서로의 관계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하 교수는 “이럴 때는 서로의 집안이야기에서 부부 각자 가족의 가계도를 그리면서 서로 성장 배경이 어떠했는지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며 “서로의 대화패턴, 교류패턴을 분석해 부부 사이에 만성 불안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영 리포터 key3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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