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웅 논설고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세번째 임기가 시작됐다. 7일 취임식이 열린 크렘린궁 안드레옙스키홀은 크렘린궁 내에서도 가장 화려한 곳 중의 하나다. 이 홀은 제정 러시아시대 농노를 해방시킨 황제, 알렉산드르 2세의 관저로 사용됐던 곳으로 궁 내부가 온통 금박으로 장식돼 있다.
더없이 화려하고 국민들에 인기있는 알렉산드르 관저를 취임식장으로 선택한 것은 '챠르(황제) 푸틴'을 상징적으로 과시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푸틴이 '챠르'는 물론 그가 통치했던 1·2기 대통령 시절처럼 일사불란하게 러시아를 이끌고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것은 러시아가 변했고 러시아인이 변했으며 세계가 변했기 때문이다.
푸틴이 처음 러시아 대통령이 됐을 때는 러시아가 극도의 혼란 속에서 무엇하나 제대로 굴러가는 게 없던 때였다. 러시아인들은 나라가 3류국가로 전락하는 것 아닌가 하는 극도의 불안 속에서 누군가 강력한 구세주가 나타나주길 갈망하고 있었다.
이런 때 KGB(한국의 국가정보원) 출신의 푸틴이 나타나 강력한 러시아를 외치며 철권통치했고 석유와 천연가스를 팔아 경제를 잡아나갔다. 국민들은 환호했고 나라는 질서가 잡히기 시작했다. 오늘의 푸틴이 있게 된 배경이다.
'강한 러시아' 이전에 민주화된 러시아 요구
그러나 오늘의 러시아는 그가 대통령으로 있던 4년 전의 러시아가 아니다. 푸틴의 취임식 전날인 6일에도 모스크바에서는 푸틴 대통령 취임에 반대하는 시위와 지지하는 시위가 동시에 벌어져 야당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등 120여명이 체포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반푸틴 시위는 지난 12월 총선 이후 계속되고 있다.
시위는 총선과 3월의 대통령선거에서 광범위한 선거부정이 행해졌다는 불만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그 저변에는 선거부정만이 아니라 사회전반에 만연돼 있는 부패, 인정할 수 없는 방법으로 부를 축적했다고 믿는 특권층에 대한 불만이 겹겹이 쌓여 있다.
푸틴 정권의 앞날이 결코 평탄치 못할 것임을 예고하는 징후들이다. 푸틴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러시아를 강하게 만들고 조국의 위대함과 권위를 재건하자고"고 역설했다. 예의 '강한 러시아'론이다.
그러나 푸틴의 '강한 러시아'가 시대의 흐름에 걸맞는 통치철학이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강한 러시아'가 다분히 국수주의적인 데다 그것이 푸틴 독재의 명분이 되고 있기 때문에 민주화 세력으로부터 강력한 저항을 받고 있는 것이다.
세계는 열려 있고 러시아 국민들은 놀랄만큼 빠른 속도로 민주화에 젖어들고 있다. 대선기간 동안 푸틴은 민주화운동과 관련, 가끔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으나 실제로 그렇게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의 전통적인 지지층이 있는 데다 개방으로 갈 경우 사람들은 푸틴의 상식을 넘어서 더 많은 자유를 바랄 것이기 때문이다. 푸틴 선택의 어려움이다.
푸틴 러시아의 또다른 고민은 관료조직은 물론 사회 곳곳에 자리잡은 부패 문제다. 러시아의 부패 문제는 뿌리깊고 대단히 광범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패와 권력층의 축재 문제가 '푸틴 패거리'들과 연관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푸틴정권이 그가 희망하는 '강한 러시아' 이전에 민주화된 러시아, 보다 깨끗한 러시아를 요구하는 국민들로부터 강력한 저항을 받게 될 것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미화된 푸틴식 통치, 불안요인 될 수도
세계도 러시아를 그냥 놔두지 않을지 모른다. 유럽의회 대변인인 찰스 테넉은 2009년 러시아에서 발생했던 영국투자은행 변호사 마그니츠키의 사망사건을 한 예로 지적하고 있다. 마그니츠키는 러시아 관료들의 부정을 폭로한 후 체포돼 감옥살이를 하다 감옥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이와 관련 미국의회가 마그니츠키 사망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관련자 60여명의 해외자산 동결과 비자발급을 거부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중이고 영국 캐나다 유럽의회도 비슷한 조치를 추진중이다.
한 나라에서 용인되는 가치가 다른 나라에서는 용납되지 않을 수 있고 어느 한 나라의 문제가 그 나라만의 문제로 치부되지 않는 시대다. 세계가 변한 것이다. 한때 나라를 안정시키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칭송됐던 푸틴식 통치가 앞으로는 러시아를 불안하게 만드는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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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세번째 임기가 시작됐다. 7일 취임식이 열린 크렘린궁 안드레옙스키홀은 크렘린궁 내에서도 가장 화려한 곳 중의 하나다. 이 홀은 제정 러시아시대 농노를 해방시킨 황제, 알렉산드르 2세의 관저로 사용됐던 곳으로 궁 내부가 온통 금박으로 장식돼 있다.
더없이 화려하고 국민들에 인기있는 알렉산드르 관저를 취임식장으로 선택한 것은 '챠르(황제) 푸틴'을 상징적으로 과시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푸틴이 '챠르'는 물론 그가 통치했던 1·2기 대통령 시절처럼 일사불란하게 러시아를 이끌고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것은 러시아가 변했고 러시아인이 변했으며 세계가 변했기 때문이다.
푸틴이 처음 러시아 대통령이 됐을 때는 러시아가 극도의 혼란 속에서 무엇하나 제대로 굴러가는 게 없던 때였다. 러시아인들은 나라가 3류국가로 전락하는 것 아닌가 하는 극도의 불안 속에서 누군가 강력한 구세주가 나타나주길 갈망하고 있었다.
이런 때 KGB(한국의 국가정보원) 출신의 푸틴이 나타나 강력한 러시아를 외치며 철권통치했고 석유와 천연가스를 팔아 경제를 잡아나갔다. 국민들은 환호했고 나라는 질서가 잡히기 시작했다. 오늘의 푸틴이 있게 된 배경이다.
'강한 러시아' 이전에 민주화된 러시아 요구
그러나 오늘의 러시아는 그가 대통령으로 있던 4년 전의 러시아가 아니다. 푸틴의 취임식 전날인 6일에도 모스크바에서는 푸틴 대통령 취임에 반대하는 시위와 지지하는 시위가 동시에 벌어져 야당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등 120여명이 체포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반푸틴 시위는 지난 12월 총선 이후 계속되고 있다.
시위는 총선과 3월의 대통령선거에서 광범위한 선거부정이 행해졌다는 불만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그 저변에는 선거부정만이 아니라 사회전반에 만연돼 있는 부패, 인정할 수 없는 방법으로 부를 축적했다고 믿는 특권층에 대한 불만이 겹겹이 쌓여 있다.
푸틴 정권의 앞날이 결코 평탄치 못할 것임을 예고하는 징후들이다. 푸틴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러시아를 강하게 만들고 조국의 위대함과 권위를 재건하자고"고 역설했다. 예의 '강한 러시아'론이다.
그러나 푸틴의 '강한 러시아'가 시대의 흐름에 걸맞는 통치철학이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강한 러시아'가 다분히 국수주의적인 데다 그것이 푸틴 독재의 명분이 되고 있기 때문에 민주화 세력으로부터 강력한 저항을 받고 있는 것이다.
세계는 열려 있고 러시아 국민들은 놀랄만큼 빠른 속도로 민주화에 젖어들고 있다. 대선기간 동안 푸틴은 민주화운동과 관련, 가끔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으나 실제로 그렇게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의 전통적인 지지층이 있는 데다 개방으로 갈 경우 사람들은 푸틴의 상식을 넘어서 더 많은 자유를 바랄 것이기 때문이다. 푸틴 선택의 어려움이다.
푸틴 러시아의 또다른 고민은 관료조직은 물론 사회 곳곳에 자리잡은 부패 문제다. 러시아의 부패 문제는 뿌리깊고 대단히 광범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패와 권력층의 축재 문제가 '푸틴 패거리'들과 연관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푸틴정권이 그가 희망하는 '강한 러시아' 이전에 민주화된 러시아, 보다 깨끗한 러시아를 요구하는 국민들로부터 강력한 저항을 받게 될 것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미화된 푸틴식 통치, 불안요인 될 수도
세계도 러시아를 그냥 놔두지 않을지 모른다. 유럽의회 대변인인 찰스 테넉은 2009년 러시아에서 발생했던 영국투자은행 변호사 마그니츠키의 사망사건을 한 예로 지적하고 있다. 마그니츠키는 러시아 관료들의 부정을 폭로한 후 체포돼 감옥살이를 하다 감옥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이와 관련 미국의회가 마그니츠키 사망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관련자 60여명의 해외자산 동결과 비자발급을 거부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중이고 영국 캐나다 유럽의회도 비슷한 조치를 추진중이다.
한 나라에서 용인되는 가치가 다른 나라에서는 용납되지 않을 수 있고 어느 한 나라의 문제가 그 나라만의 문제로 치부되지 않는 시대다. 세계가 변한 것이다. 한때 나라를 안정시키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칭송됐던 푸틴식 통치가 앞으로는 러시아를 불안하게 만드는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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