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지역 교사야구동아리 데카

“학교야 야구하자”

지역내일 2012-05-02

“저한테 수업 받지 않는 아이들도 다가와서 야구하자고 해요. 글러브 하나면 쉽게 친해지거든요. 운동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칭찬하게 되고 아이들도 발산을 하죠.” 데카 팀의 에이스 투수 배삼식(동패중) 교사는 점심시간마다 학생들과 야구를 한다. 얼마 전 유리창도 하나 깨트렸지만 야구로 아이들 만나는 일은 멈추지 않는다.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추운 겨울에도 하고 싶어 해요. 공간도 마땅치 않고 가르칠 선생님이 부족해도 정말 좋아해요.”
과목이 아닌데도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 해줄 수 있어 기쁘다는 교사들. 스트레스 풀려고 야구 모임을 꾸려 놓고도 결국은 아이들 이야기로 돌아가고야 마는 ‘타고난 선생님’, 야구동아리 데카 회원들이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문산중 교사 동아리로 시작해 파주시로 확대
“야구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방과 후 야구반 등을 운영해서 아이들이 가고 싶은 즐거운 학교를 만드는 것이 저희들의 바람이죠.”
김형수(문산중) 교사가 모임 취지를 설명했다. 데카는 10을 뜻하는 영어다. 야구경기를 뛰는 선수들 9명에, 뒤에서 돕는 이들을 더해 지은 이름이다. 데카는 2010년 2월에 문산중학교(교장 김운상) 교사들이 모여 만든 야구동아리다. 14명이 첫째, 셋째 주 토요일마다 모여 운동장에서 야구를 즐겼다. 모임은 두 해를 넘기도록 지속되고 있다. 평균 나이 40살, 야구를 시작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소중히 여긴 덕분이다.
해가 바뀌면서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는 교사들이 생기면서 학교 분포는 한 곳에서 10개 로 늘었다. 운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학교생활, 학생들 지도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야구하며 스트레스 풀고 학교생활 도움 저절로
데카의 첫 번째 목적은 교사들의 스트레스 해소다.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통과하는 민감한 청소년들과 생활하는 일은 교사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초창기에는 학교얘기를 하면 벌금 만원을 내자는 규칙을 정하기도 했다.
“애들한테서 벗어나 스트레스를 해결하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직업병 탓인지, 결국 애들 얘기로 끝나는 게 대부분이었어요.”
김용인(문산중) 교사의 말이다.
화두는 학생들의 생활지도다. 남자 교사들이라 대부분 학교에서 생활지도를 맡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터져 나온다. 중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은 인근 고등학교로 진학한 학생들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기도 한다. 동호회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학생에게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출신 중학교에 연락해 학생 정보를 물어보는 일은 거의 없는데 데카에서만은 예외다. 교사들은 각자 알고 있는 다양한 노하우를 공유한다.


“선생님 우리 야구해요” 다가오는 아이들
문산중 김운상 교장은 “학교 폭력이라는 말을 쓰지 않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학교에서 일어난 폭력을 모두 ‘학교 폭력’이라고 말하면, 학교라는 공간이 자칫 폭력의 온실인 것처럼 매도될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난겨울 일어난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이후 교육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학교 내 폭력 문제로 지나치게 쏠리는 것도 교사들을 힘들게 한다. 안타까운 것은 학교와 교사에 대한 믿음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불안한 마음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다보니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일도 과대 포장되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하지만 교사들은 알고 있다. 힘들어 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도, 그들을 일으키며 다독이는 것도 자신들의 역할이라는 것을 말이다. 학교 폭력이라는 큰 문제도 파고 들어가 보면 관계와 소통의 문제라는 것이 그들의 진단이다. 그래서 데카 회원들은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도구로 야구를 꺼내 들었다. 취미로 시작한 야구를 결국 학교에서 풀어내니 직업병이라 해도 어쩔 수 없다.
회원들은 방과 후 야구반을 운영하는 등 각자 여건에 맞게 야구를 활용했다. 공을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상담이 이루어 졌다. 배삼식 교사에 따르면 “야구는 아이들과 소통하기에 참 좋은 도구”다.


부상 투혼으로 다져진 팀워크
경쟁보다는 화합을 중시하지만 사회인야구 리그에는 될 수 있으면 참가한다. 실력을 체크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감독을 맡고 있는 나영선(파평중) 교사는 “사회인 야구는 실력이 없으면 주전으로 뽑아주지 않지만 우리 팀은 다르다. 실력이 없어도 열심히 참여만 하면 나갈 수 있어 결속력이 좋은 팀”이라고 데카를 자랑했다.
팀원들이 기억하는 명승부는 2011년 파주 윈터리그 경기다. 욕심은 나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잇달아 패배를 기록하며 팀 분위기는 침울하던 차에, 타석에 들어간 김용인(문산중) 교사가 큰 부상을 당했다. 투수가 던진 빠른 공에 엘보를 맞고 쓰러진 것이다. 선수들은 동료의 부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친 이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겨야겠다고 마음먹고 점수를 내기 시작해 역전승했다.
김용인 교사는 “그 많은 점수 차를 뒤집어서 결국은 이겼다는 전화를 응급실에서 받고 파이팅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울고 웃고 땀 흘리며 동료애도 깊어졌다.
데카 팀원들은 파주시 중고등학교 교사들이 참여하는 대표 동아리가 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10년, 20년, 아니 정년퇴임한 뒤에도 모임이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때쯤이면 풀리지 않을 것 같은 교사들의 스트레스도, 학교 폭력 문제도 모두 옛 추억으로 주고받을 수 있을까.


야구 재능 나눌 코치를 찾습니다!
파주지역 교사야구동아리 데카에는 선수 출신의 팀원이 없다. 창단 초기에는 처음 치고는 잘한다는 평가를 들었지만 늘 그대로라 실력이 제자리걸음이다. 팀원들은 재능기부할 코치를 애타게 찾고 있다. 긴 시간이 아니어도 괜찮으니 포인트 짚어줄 수 있는 코치를 찾는다. 문의 파주 산중학교 나영선 교사 031-943-2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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