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동안 국수 삶는 구암사 북천스님 - “배를 채워 주는 것 보다, 허한 마음 달래주려”

최근 유성시장서도 노인위한 국수봉사 시작

지역내일 2012-05-29


32사단 훈련병들에게 국수를 삶아 주는 구암사 북천스님. 24년 동안 국수를 삶아 매주 봉사를 했으니 ‘국수달인’ 소리를 들을 만도 하다.
북천스님은 “요즘 군대가 예전처럼 배고픈가요? 주린 배를 채워주려는 것이 아니라 긴장하고 외로운 마음을 달래주러 가는 거지요”라며 웃는다.
하필 왜 국수냐고 물으니 27년 전 논산훈련소 이야기보따리를 푼다.
“훈련소에서 자대배치 받기 위해 기차타고 용산역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4시. 그때 장교부인회에서 커피와 호빵을 나눠줬는데 아직도 그 맛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먹고 돌아서면 배가 고픈 게 훈련병이다. 커피와 호빵을 나눠주는 사람들이 부처님처럼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스님은 제대하면 훈련병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는 봉사의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과자나 커피, 빵을 구입할 돈이 없었다. 대안으로 생각한 품목이 국수였다.


자원봉사 도움 없이는 불가능=
대전시와 유성구청 국방부 등에서 스님의 국수봉사에 감사패 전달을 시도했다. 하지만 스님은 극구 거부하고 국수봉사를 하는 자원봉사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스님은 “80여명의 봉사단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서 자원봉사자가 받는 게 당연하다”며 “자원봉사자들의 마음과 정성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런데 3~4년 전부터 스님의 모습이 유성시장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매주 토·일요일에 두 번 유성장이 서는 날을 제외하고, 노인들을 위해 국수를 삶기 시작한 것이다.
스님이 노인들 곁으로 다가간 것은 구암사에 대전시 요청으로 ‘시범 납골당’을 운영하면서부터다.
북천스님은 “우리 부모세대들은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했음에도 자녀들에게 제대로 효도를 받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스님은 ‘유성구 시니어클럽’을 빌려 국수판을 벌인다. 국수만 내놓기 미안해 떡과 과일도 함께 곁들인다. 비용은 뜻을 아는 신도들의 후원과 스님의 쌈짓돈을 털었다. 유성시장 국수판을 찾는 노인은 일주일에 500명 정도다.
버스를 3번이나 갈아타고 오는 노인들도 있다. 스님은 “배가 고파서라기보다 정이 그리워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오는 것”이라고 전했다.


명당 문화, 납골 문화로 바꿔야=
한국은 산림녹화가 된 OECD 국가 중 묘지를 만드는 유일한 나라다. 스님은 “명당에 조상을 잘 모셔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한다”고 강조했다. 1996년 지방자치제가 실시될 때부터  납골당을 시작했다. 스님은 구암사를 찾은 대전시장에게 세 가지 조언을 했다. 그중 하나가 납골 문화 정착이다. 1998년부터 시범 납골당을 위임받아 운영했는데 처음에는, 자기 땅 1평 가지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만 찾았다.
당시만 해도 조상이나 가족을 납골당에 모시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했다. 3년 뒤 SK그룹 고 최종현 회장이 “화장해라”라는 유언을 남기면서 납골 문화의 기폭제가 됐다. 지금은 전국에서 좋은 사례를 찾아 구암사를 방문한다.
스님은 “가족을 납골당에 모신 분들이 슬픔을 이기고 행복한 마음으로 찾아올 수 있도록 노력한다”며 “납골당에 모셔진 납골이 2000기니까. 구암사에는 대가족이 살고 있다”며 합장하며 웃었다.
천미아 리포터 eppen-i@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