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충분히 못 해서 시험을 못 본 것이 말이 안 되는 이유

지역내일 2012-05-25

 현대인은 정도가 다른 ‘자폐증’을 앓고 있다. ‘나’ 안에 갇혔다는 뜻이다. 소통을 사회적 화두로 외치는 이유는 그것이 중요하다기 보다, 소통이 잘 안 되고 있음을 우리 스스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대기업은 ‘소통’을 올해의 회사 내부 키워드로 내세웠다. 유난히 소통이 안 되는 회사인가 보다. 키보드 위에서의 화려한 손놀림은 소통의 속도를 실시간으로 끌어올렸지만, 사람들은 세상에 대해 ‘건강하게 반대하는 법’을 모른다. 또한 누군가 나를 반대하면 지혜로운 수용이나 논리적인 반박을 할 줄 몰라 자해로서 대응하는 사람도 나타난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에 등극한 한국은 ‘진정한 토론’을 배워야 할 때다. 우리의 아이들이 토론을 몰라 길을 헤맨다. 이 글은 ‘건강한 반대’를 하는 방법의 매니페스토(Manifesto)다.




Debate은 역사가 선택한 의사결정방식

 토론의 목적은 옳음과 그름 등 문제의 솔루션이 미결정 상태일 때 찬반으로 의견을 분할하여 함께 검증을 하면서 민주적으로 문제해결을 하는 데 있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이런 식으로 해결방식을 찾았을 때 가장 분쟁의 가능성이 낮았다. 아테네 시대 법정토론을 Debate의 근간이라 보며 근대 미국 독립혁명 후 본격적으로 교육에 도입되었다. Debate은 단순히 말로 하는 싸움이 아니라 지적인 스포츠이다. 양립 불가능한 의견 중 하나만 채택이 되므로 인지적, 정의적, 심동적으로 센 사람이 이긴다. 다음의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Debate에서 승자이자 미래 인재상이다. 설득력과 청해력, 협동심, 인내심, 에티켓, 집중력, 리더십, 창의성, 논리력, 전략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력, 문제해결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자기주도적인 리서치 능력, 다양한 분야의 기반지식 형성 능력 등의 핵심역량이다. 아, 이쯤에서 포기하고 싶어진다. 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그러나 여기에서 포기하면 결국 제대로 갖추지 못한 주장을 세상에 대고 해야 하고, 이것은 곧 독선이다. 이것을 강제 수용하도록 하는 것은 민주적 의사결정 방식이 아니다.



가짜 디베이터들의 화법

 TV프로그램 100분 토론에서 핏대를 올려가며 악쓰는 지성인들을 기억하는가? 다른 덕목은 부재한데, 승부욕과 강인한 눈빛만을 갖춘 그들로 하여금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리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의 아이들이 이들을 빨리 대체했으면 좋겠다. 100분 토론에 자주 나오는 Pseudo-debater(가짜 디베이터, 필자가 만든 말)들의 말을 분석해 보자. ‘진우는 성인이 아니다. 왜냐하면 만 이십 세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논증에서 만 이십 세가 되지 않은 것은 이유라 할 수 없다. 이유가 주장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험을 못 봤어. 왜냐하면 공부를 충분히 못 했기 때문이야.’ 이 논증에서 공부를 충분히 못 한 것은 시험을 못 본 것의 이유가 되지 못 한다. 중요한 것은 공부를 충분히 하지 못한 까닭을 밝히는 것이다. 위 논증에 ‘몸이 아파서’가 첨가되면 이유를 갖춘 논증이 된다.



모든 공부는 디베이트로 귀환한다

 ‘왜냐하면’이나 ‘~때문이다’ 등의 안내어를 사용한 주장과 이유들을 모두 논증으로 범주화한다면, 세상의 많은 담론들은 소음이 된다. 세상은 이런 소음들을 걷어내기 위한 자정작업을 시작했다. 논리적인 말하기와 쓰기가 교육의 중심으로 들어온 것이다. 한국교육에서는 획기적인 사건이다. 조용한 반란이다. 결국 우리의 자녀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은 자폐적 인간형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스포츠나 다른 잡기는 함께 어울려 배우는 것이 좋다면서, 유독 공부만은 혼자 외롭게 하는 싸움이라 믿는 우리 부모들. 공부도 같이 잘 할 수 있어야 진짜 잘 하는 것이다. 인정하기 매우 힘든 사실은, 혼자 공부 잘 하던 잘난 아이는 더 이상 똑똑한 엘리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요즘 공부를 잘 하는 것과 토론을 잘 하는 것은 동일하다. 학생들이 하는 토론이나 소통을 관찰하면 그 말하는 때깔과 기세만 보아도 그 학생의 깜냥과 미래를 점칠 수 있다. 토론능력은 더 이상 전문 디베이터들의 테마가 아니다. 21세기를 살아갈 숟가락과 젓가락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공부는 디베이트로 귀환한다.



Debate은 영어 토론을 해야 실력이 는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디베이트를 잘 할 수 있을까?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서 일정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영어토론을 잘 하게 되는가? 아니, 영어토론은 영어토론을 해야 실력이 는다. ‘Dogs are better than cats.''와 같은 초등학생 인지수준에 맞는 Resolution(토론주제)을 가지고 토론을 일찍 시작한 학생들은, 중도 포기적 타협으로 대충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는다. 충돌을 피한 적당한 합의는 삶의 지혜가 아니라 입증 책임의 회피이다. 상대편 주장의 전개 방식에서 발생하는 논리적 오류에 끝가지 챌린지하여 부당함을 입증하려는 근성은 학습을 통해 길러지고, 실제 토론 현장에서 입증과 논박의 책임을 다 하면 토론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올림픽 게임에서의 승리가 신성한 것처럼, 토론에서의 승리 또한 신성한 것이며, 지적인 승리로서 정당성을 확보하는 최선이다. 이 토론 현장은 때론 학교 시험지이고, 때론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세상을 향한 반대나 정당성 확보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공부도 이렇게 하는 것이다.




조안나 원장
TOPIA어학원 강남캠퍼스 원장
영어교육학 & 언어학 석&박사 과정
미국 테솔 석&박사 과정
미국 뉴욕주 초&중등 교사
대원외고 합격생 1000명 이상 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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