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명의를 빌려준 데에 불과한 개인에게 증여세 20억 원이 부과된 사건이 있었다. 증여세법에 의하면 조세 회피 목적에 기하여 행하여진 차명주식에 대하여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별다른 생각 없이 이름을 빌려주면 명의수탁자에게 난데없이 거액의 증여세가 부과되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데, 법원은 그 동안 대부분 조세 회피 목적이 있다고 보아 증여세 부과를 정당하다고 판결해 왔다.
부부가 사업을 하다가 협의이혼을 하는 과정에서 50%의 주식을 나누기로 하였다. 그런데 이혼하는 처가 외국의 영주권자라서 처의 언니를 주주로 등재하였다. 그 결과 언니에게 20억 원의 증여세가 부과되었다.
주식의 명의신탁은 법적으로 가능하다. 다만 조세 회피 목적이 있으면 증여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하는데 이것은 실제 증여에 대한 세금이 아니라 조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차명주식을 취득한 것에 대한 제재로 해석되고 있다.
부동산실명제 실시로 인해 부동산의 명의신탁에 대하여는 증여세 규정의 적용이 없고 과징금만 부과된다. 처음에는 과징금을 일률적으로 부동산가액의 30%를 부과하였으나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내려져 현재는 5%에서 30%로 하향조정되었다. 이 경우에도 조세를 포탈하거나 법령에 의한 제한을 회피할 목적이 아닌 경우에는 다시 50% 감경된다.
반면 주식의 명의신탁에 대하여 부과되는 증여세는 항상 최고세율 50%의 증여세율의 적용을 받는다. 왜 주식의 명의신탁을 부동산의 명의신탁에 비하여 가혹하게 제재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위 사례에서 실제 조세를 회피할 목적보다는 다른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명의를 빌린 것이고 세금을 회피하더라도 금액은 1천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10억원의 증여세를 내는 것은 너무 과중한 제재라고 보여진다. 대법원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판례를 변경하여 조세회피가 경미한 것이거나 주식의 명의를 신탁한 주된 목적이 다른 데 있었던 경우에는 증여세 부과가 위법하다고 보고 있다.
위 사례에서도 언니를 주주로 등재한 것이 외국 영주권자를 주주로 등재하는 절차적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한 것이고, 과점주주가 아니라서 제2차 납세의무나 간주취득세를 회피 가능성이 없으며, 회사는 설립 후 한 번도 이익배당을 실시한 사실이 없어 명의신탁을 통해 종합소득세 회피를 의도도 없었다는 이유로 증여세 부과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이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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