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 도시농부의 텃밭 농사 성공기

“가족애가 돈독해졌어요”

지역내일 2012-04-18 (수정 2012-04-18 오후 11:14:36)

도시농업 바람이 불고 있다. 아이들에게 자연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 엄마들, 소일거리를 찾는 노인들, 여가를 알차게 보내고 싶은 직장인들,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함을 느끼는 이들이 주말농장과 베란다·옥상 텃밭으로 몰리고 있다.
그러나 도시농업·주말농장이라고 하면 왠지 거창하고 어렵게 느껴져 망설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천안도시농업네트워크의 도움을 받아 텃밭 농사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현주(41)씨 가족은 지난해 성공적으로 텃밭 농사를 마쳤다.
가지 상추 대파 부추 고구마 땅콩 열무 등 텃밭에 심은 모든 작물이 잘 자라 여름내 맛있게 먹었다. 밭에서 기른 야채로 상을 차리니 반찬값이 크게 절약됐다. 평소 야채를 잘 안 먹던 아이들도 직접 기른 야채는 잘 먹었다.
배추 농사도 참 재미있었다. 가을 내 배추벌레 잡느라 고생했지만 내 손으로 농사지은 배추로 김장을 담으니 뿌듯함이 배가 됐다.
텃밭 농사를 시작한 후 가장 좋은 점은 가족애가 돈독해졌다는 것이다. 매주 온가족이 밭에서 일하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아빠랑 아이들이 많이 친해졌다.
“아빠와 아이들이 대화가 부족해 걱정이었는데 텃밭 농사를 지으면서 머리 맞대고 이야기할 시간도 많아지고 공통화제가 생긴 것 같아 좋아요.”  
강현주씨는 평소 “우리가 먹는 야채는 우리가 직접 길러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몰라 망설이다 우연한 기회에 천안도시농업네트워크를 알게 돼 텃밭을 분양받았다.
농사일이 처음인 강씨가 텃밭 농사에 성공한 비결은 ‘부지런함’이다. 매주 빠짐없이 자동차로 30분 거리의 미죽리 텃밭에 나가 밭을 돌봤다. 또 모르는 것이 있으면 전한규 대표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상의했다. 그러다보니 실수가 적었다.
주말에 텃밭에만 매달려 있어 아이들이 싫어하지 않았냐고 묻자 강씨는 고개를 저었다. 아침에 밭에 나가 한 시간 정도 일하는 것만으로도 16~23㎡ 정도의 텃밭은 충분히 가꿀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주말 휴식을 방해받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작년에 농사지으며 재미를 느낀 남편 최준열(42)씨는 회사 동료들에게도 텃밭 농사를 권해 올해 두 가정이 새로 참여하게 됐다.
친한 사람들과 도우며 함께 농사지을 생각을 하니 올해는 텃밭 농사가 더 재미있을 것 같단다.
서다래 리포터 suhdr100@naeil.com




인터뷰 - 천안도시농업네트워크 전한규 대표
제목 : 폐품 활용한 베란다 텃밭도 관심 가져볼 만



천안도시농업네트워크 전한규 대표는 3년 전 도시농업의 미래가치와 공익성에 주목해 주말농장을 시작했다. 풍세면 미죽리에 약 6000㎡의 땅을 마련해 텃밭 분양에 나선 것.
첫해 80여 가정이 주말농장에 참여했는데 3년차인 올해 150여 가정으로 늘었다. 유치원과 회사 등 단체에서 텃밭을 분양받는 경우도 있고 강연 요청도 많아졌다. 그만큼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증거다. 이에 힘입어 올해는 미죽 텃밭에 이어 두정 텃밭도 개장했다. 
도시농업의 교육·환경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전한규 대표를 만났다.




- 천안도시농업네트워크는 어떤 단체인가
도시농업의 발전을 위해 전문적으로 텃밭을 보급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단체이다. 도시농업이 가진 공동체적 특성과 복지사업적인 성격을 더욱 가치있게 발전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 왜 도시농업이 중요한가
도시농업은 도시의 녹지를 높이는 주목할 만한 대안이다. 공원과 옥상녹지 어느 곳이든 경작이 가능하다. 이전까지 녹지의 개념이 경관과 휴식의 개념이라면, 도시농업을 통한 녹지는 생산과 여가 교류의 장이다. 또 아이들에게는 생명과 먹을거리의 소중함을 몸으로 체득하는 활동의 기회가 된다.
콘크리트 숲더미와 같은 도시에서 꽃과 화분, 농작물은 물고기의 허파와 같다.    




- 텃밭을 가꾸면 어떤 점이 좋은가
첫째, 좋은 여가거리가 된다. 텃밭 가꾸기는 보람과 즐거움 약간의 경제적 이득이 함께하는 즐거운 놀이이다.
둘째, 구성원들의 소통의 기회가 된다. 한 아파트에 몇 년을 살아도 대화할 일이 많지 않은데 함께 텃밭을 가꾸다 보면 자연스레 이웃을 만나고 대화도 나누고 일도 돕고 막걸리를 나눠 마시며 소통할 기회가 늘어난다.
셋째, 먹을거리의 자급화가 이뤄진다. 또 텃밭 농사는 기본적으로 유기농을 지향하게 되므로 환경을 생각하는 올바른 먹을거리 운동이 된다.




- 초보도 텃밭 가꾸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작물을 키울 때 80%의 역할은 자연이 해준다. 씨앗을 뿌리면 나오고 목마를 때 쯤 비가 내리고 열매가 맺을 때쯤 햇볕이 뜨거운 여름이 된다. 인간이 맡은 20%의 역할, 그것은 초보들도 조금만 배우면 할 수 있는 부분이다.
텃밭을 분양받기 전 베란다에 비닐포대나 나무상자 등의 폐품을 이용해 대파와 같은 작물을 심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서다래 리포터 suhdr100@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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