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기리에 방송됐던 SBS 드라마 ‘천일의 약속’은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젊은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극 중에서 치매를 앓고 있는 서연의 나이는 불과 서른 살. 2004년 개봉된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손예진도 치매에 걸린 젊은 아내 역을 맡아 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흔히 치매는 ‘고령화의 그늘’로 불린다. 치매가 주로 나이 많은 노인들에게 나타나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치매환자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초로기 치매는 65세 이전에 발병하는 치매를 의미한다. 40~50대 뿐 아니라 유전적인 경우 20~30대에도 치매가 발생할 수 있다. ‘천일의 약속’과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 등장하는 이야기가 더 이상 드라마나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로 다가올 수 있는 문제다.
얼마 전 주부 김 모(61세)씨는 건강보험에서 해 주는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에 포함된 ''간이지능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와 깜짝 놀랐다. 정밀검사 결과 심각한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담당 의사는 "건망증과 가벼운 우울증, 집중력 감퇴 등이 발견되므로 5년 뒤부터는 정기적으로 치매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나이 60세가 넘어도 청춘인데 벌써 치매? 라니 김 씨는 치매가 문제가 아니라 정말 우울증에 걸릴 정도로 걱정이 태산이다. 이런 걱정이 비단 김 씨 뿐일까? 자주 깜빡깜빡 건망증이 심해져 고민인데 혹시 나도 조기 치매? 뇌 의학 전문의들은 "치매라는 질환 자체가 불치의 병이 아니며, 원인에 따라 치료 가능한 치매도 있고,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치매도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조기발견 후 원인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일찍 시작할수록 진행 속도가 늦어지므로, 치매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은 조기 발견을 위해 나이와 상관없이 뇌기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Q1. 건망과 치매는 어떻게 구분하는지요?
건망증과 치매는 “기억력이 약해진다”라는 동일한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혼돈을 야기합니다. 건망증은 물건이나 영수증을 어디에 두었는지, 혹은 약속 등을 잊어버리지만 나중에 잘 생각해보면 그 과정이나 상황들을 기억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하지요. 건망증은 여러 가지 일들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할 때 집중력의 저하로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일들을 잊어버리게 되지만, 천천히 시간을 갖고 기억을 되짚어 보면 자신도 모르게 뇌세포에 입력이 되어 있는 정보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반면 치매는 어떠한 사실이 있었는지 조차 기억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약속을 잊은 경우 “아, 내가 다른 일 하느라고 약속을 잊어 버렸었네”하고 약속했던 일을 떠올릴 수 있다면 건망증이고,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오히려 “내가 언제 약속했었냐?”고 오리발을 내밀며 화를 낸다면 치매의 초기증상으로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Q2. 노인성 치매와 젊은 치매, 즉 초로기 치매의 초기 증상이 차이점이 있는지요?
초로기 치매는 의학적으로 65세 이전에 발병한 치매를 의미합니다. 노인성 치매는 기억력 저하와 언어기능 저하, 시·공간 인지기능 장애등이 순차적으로 발생하는 반면 초로기 치매의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기억력이 저하되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일들은 잘 수행하는 경우도 있고, 우울감이나 거부감, 혹은 집착이 심해진다든지, 갑자기 모든 일에 자신감이 없어하기도 합니다. 공간개념이 초기부터 감소되어 젊은 사람이 어느 날부터 길 찾는 일이 어려워지며 옷을 부적절하게 입거나 화를 부적절하게 많이 내는 경우처럼 성격변화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해 조기 증상을 감별하기 어렵습니다. 조기 증상을 감별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예전과 달라졌다’라는 것입니다. ‘예전과 달라진’ 변화가 감지되면 지체하지 말고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Q3. 치매의 원인과 대표적 증상은 무엇인지요?
치매의 원인은 90여 가지 이상으로 다양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치매의 원인들을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눈을 감고 머릿속에 막대사탕을 그려보도록 합시다. 동그란 사탕은 뇌세포에 해당하고 길쭉한 막대는 뇌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에 해당하지요. 결국 치매란 뇌세포와 그것을 먹여 살리는 혈관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제일 많은 원인은 노화에 의한 뇌세포의 소실이며 그 이외에도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등 혈관에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들, 뇌세포가 제대로 살 수 없는 환경들 즉 폭음이라든가 여러 종류의 뇌염, 비타민 부족, 갑상선 기능 저하, 뇌 손상, 뇌수두증 등이 원인이 됩니다. 흔히 치매는 유전이 되는 병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전체 치매 중 유전이 되는 치매는 극히 일부에 해당합니다. 치매는 선천적인 질환이기 보다는 후천적인 요소에 의해 걸리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치매의 대표적 증상은 기억력 저하, 언어기능 저하, 시·공간 인지기능의 저하로 길 찾기 장애, 계산력의 저하, 성격변화 등이 나타나게 됩니다. 또 치매가 진행이 될수록 난폭해지거나 대소변을 못 가리고, 인식장애로 인해 가족을 못 알아보게 됩니다.
Q4.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치매 조기 발견법이 있을까요?
치매의 조기 발견법은 ‘예전과 달라졌다’라는 것에 포인트를 두면 됩니다. 기억력이 깜빡깜빡하고 단어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아 “거시기, 저시기”하면서 대화를 나눈다거나 전화를 받았는데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이 잘 안된다거나 하는 증상, 익숙하게 다니던 길들이 낮 설어 보일 때 등 예전과 다른 변화가 발생하였을 때 간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대적으로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흡연, 음주 등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분들은 뇌 조기검진을 받아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Q5. 일상생활에서 치매를 예방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치매에 걸리기 쉬운 사람들은 뇌세포와 뇌혈관을 관리하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혈압, 당뇨, 고지혈증, 뇌경색 등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지속적으로 두뇌활동과 신체 운동을 해주어야 하며, 뇌세포와 뇌혈관이 부담가게 하는 환경을 제거해 주어야 합니다.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인지활동으로는 책읽기, 즐거운 일을 회상하면서 일기쓰기, 퍼즐 맞추기, 낱말 맞추기, 신문읽기, 노래하기 등을 추천할 수 있습니다.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골프, 댄스 같은 지속적인 신체활동도 치매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결론적으로 치매를 예방 할 수 있는 방법, 또는 치매에 걸리더라도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은 진정으로 행복의 비밀을 깨닫고 삶속에서 실행에 옮기는 것입니다. 분노할 일이나 싸울 일이 있어도 당신의 뇌세포와 뇌혈관을 생각하면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기뻐할 줄 알아야 합니다. (도움말 해븐리병원 신경과 전문의 이은아 원장)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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