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서 벗어나기

지역내일 2012-04-12

과음의 문제로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에 이른 사람치고 부정적인 여건에 매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래서 거의 모든 알코올의존자는 견딜 수 없는 수치감, 죄책감, 열패감에 휩싸여 살아간다.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이 자극이 되어 이 때문에 단주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면 너무나 순진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왜냐 하면 얼마간 단주를 해낸 사람일지라도 바로 그러한 감정을 느끼는 순간 견디지 못하고 바로 술잔을 드는 것이 이 질환이기 때문이다. 장기간 안정적인 단주를 유지하자면 수치감, 죄책감, 열패감, 자존감의 저하와 상실 따위의 부정적 감정에 잘 대처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그 감정적 고통을 잊기 위하여 바로 다시 술에 빠지기 쉽다.
이러한 부정적 감정들은 자신과 자신의 행동과 가치에 대한 부정적 믿음에서 유래한다. 그 무엇보다도 자신이 중독이라는 사실 자체로 수치감이 크다. 그밖에도 부정적 자아 인식이 흔하다. 지난날 실수들을 거짓말로 호도한 것, 부도덕하고 불법을 저지른 것, 사랑하는 가족들을 실망시키고 고통을 안긴 것, 가정과 직장을 비롯하여 귀한 것들을 잃은 상실감과 회한에 빠져들기 쉽다.
이러한 감정을 잘 다루어내는 과정이 없으면, 잠깐일지라도 그 감정적 고통을 피하기 위하여, 또는 과거의 잘못된 행동에 대하여 스스로를 벌하고 상처 입히느라 다시 중독적 행동에 빠져들기 쉽다. 그러고 나면 또 술 마신 것으로 창피해 하고 죄책감과 실패감에 휩싸여 또다시 음주하는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점점 더 바닥으로 소용돌이치게 된다. 바로 이런 점들에서 알코올의존이 진실로 심각한 정신과적 질병인 것이다.
오랫동안 단주를 잘 유지하자면 가장 먼저 이러한 부정적 감정에 휘몰리지 않아야 한다. 일단 단주를 시작하고 나서 흔히 겪는 큰 낭패감 중에 하나는 다시 술을 입에 갖다 대는 것이다. 그래서 단 한잔이라도 음주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이 시기에 가능하면 조그만 것이라도 긍정적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생활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획기적인 성과를 입증해 보이려고 욕심낼 필요가 없다. 그것보다는 가정 안에서 맡겨진 가족구성원의 역할이라도 책임지는 생활을 하는 것이 자존감을 회복하는 좋은 방법이다.
일상에서 건강한 생활은 과거의 실수에 따른 열패감을 완화시킨다. 나아가 과거에 상처 입힌 사람들에게 사과할 수 있다면 더욱 효과적이다. 마음이 훨씬 가벼워지고 해방감과 자유로움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신정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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