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체능은 돈 있어야 하지 아무나 못해’라는 편견을 깨고 부모님의 정성과 코치진의 탁월한 지도, 학교의 물심양면 지원으로 삼위일체 되어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우리지역 전주 서일초등학교 수영부를 찾아보았다.
학교를 찾은 오후, 운동회가 막 끝나고 아이들 몇몇이 운동장 귀퉁이에서 한가로이 노는 모습이 눈에 띤다. 하지만 전국대회를 앞둔 수영부 아이들은 물살을 가르며 질주본능을 드러낸 채 훈련 삼매경에 빠져있다.
“창단이래 3년 만에 이룬 쾌거, 우리의 자랑입니다!”
전주서일초등학교(교장 양상현) 수영부는 지난 3월 제7회 한라배 전국 수영대회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2009년에 창단한 수영부는 그동안 전국체전 등 각종 대회에 참가해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어 창단 3년 만에 전북지역 수영 육성학교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5월 경기도 일원(수영은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림)에서 26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제41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도 서일초 수영 꿈나무 8명이 접영(배한별·6년)과 자유형(이현지·5년) 등에 출전해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양상현 교장은 “맹훈련중인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어머니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가까이에서 힘든 훈련을 견뎌내는 아이들을 지켜보노라면 부모님들의 가슴속에 돌덩어리 하나가 들어앉아 있을 터인데 늘 우리 선생님들을 믿고 따라주며 한결같은 사랑과 관심으로 함께 해주셔서 정말 고맙다. 이번 대회에서도 우리가 지난 성적에 자만하지 않고 그동안 훈련한 대로만 최선을 다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라며 아이들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다.
훈련할 땐 호랑이 선생님, 평상시엔 세심한 엄마
올해 신입 3명을 포함해 총 12명의 수영부를 이끄는 이희재 감독교사는 “9명이 전국소년체육대회 2차 선발전까지 올라갔으나 최종에서 8명이 선발되었다. 하지만 지역 학교로서는 대단한 성적이라 아이들은 물론 교사들도 뿌듯하다. 하지만 성적에만 연연하는 것은 아니다. 메달을 따지 못한 아이들에게도 자신이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음을 알리고 자긍심을 키워주며 동기부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방학동안 동계훈련을 통해 실력과 체력을 증진시키고 하루 4시간 훈련으로 기량을 키우며 지금도 전국대회를 앞두고 완산수영장과 덕진수영장을 제집같이 드나들었다.
이정섭 교감은 “훈련도 중요하지만 정작 대회에 나가면 아이들 최상의 컨디션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 육미수 코치가 자다가도 2시간마다 일어나 아이들 방을 돌며 온도와 습도를 맞추는 등 세심한 배려로 어머니들의 감동을 받고 있다. 훈련할 땐 호랑이 선생님 같다가도 훈련이 끝나면 아이들의 친구도 되어주고 가끔은 고민도 들어주며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전한다.
육 코치는 “아이들이 힘든 훈련에도 불평하지 않고 잘 따라주어 너무나 대견스럽다. 가르치는 것보다 더 잘 해 주고 있는 것 같아 기쁘고 아이들이 자랑스럽다”라며 아이들 아끼는 마음을 드러냈다.
“실수하지 않고 열심히 훈련한 만큼만 해다오”
4년 전 2학년 여름에 처음으로 수영을 접하게 되었다는 소년체전 금메달 유망주 배한별양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재능을 인정받아 서일초등학교로의 전학을 권유받게 되었다. 하지만 그 선택이 ‘최선’이었음을 인정한다.
한별양의 어머니 김가희씨는 “옆에 있는 사람들이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정작 훈련받는 아이들만 하겠나. 하지만 한별이가 복이 많은 아이인거 같다. 이렇게 좋은 코치진을 만나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훈련이 힘들긴 하지만 오히려 수영이 근력과 지구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고 순간 집중력도 좋아져 학습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회를 앞두고 늘 애쓰는 한별이를 보며 더 격려해주고 토닥거려주고 싶은데 그렇게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아이 운동 아무나 못 시켜요. 부모가 독해야 합니다. 아직 어리광을 부릴 늦둥이 막내라 안쓰러운 마음 더하지만 받아주면 아이가 무너질까봐 늘 무서운 엄마로 살아요. 그리고 수영 한답시고 제 나이에 해야 할 것들을 많이 포기하고 지나쳐야 할 때가 많습니다. 이제 6학년이라 친구들과 떠나는 수학여행도 못가거든요. 그럴 때 가장 많이 속상하죠.” 그는 한별이에 대해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말들을 토해놓았다.
마지막으로 김씨는 “그동안 동계훈련에다 방과후 훈련으로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그래서 욕심을 조금만 부려보자면 한별이가 훈련한 만큼 실수만 하지 않고, 대회 마치고 울지 않고 웃으며 돌아왔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학교와 지역의 명예를 놓고 기량을 겨루는 제41회 전국소년체전, 서일초등학교 수영부 선수들이 물살을 가르며 힘차게 질주하는 돌고래처럼 후회 없는 경기를 마치고 따뜻한 엄마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미니인터뷰-전주 서일초등학교 양상현 교장선생님
‘운동장 세바퀴로 다지는 바른 마음과 튼튼한 몸’
한 아이(정유진·졸업생)의 꿈과 노력으로 시작한 서일초 수영부의 승전보는 이제 서일초를 너머 우리지역의 자랑이 되었다.
“우리학교 수영부가 전국대회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이름을 알리게 되면서 교내 학생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먼저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과 건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요. 등교 후 ‘운동장 세바퀴 돌기’에도 매우 적극적으로 임하는 등 자긍심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매사에 임하게 돼 바른 인성 함양에도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전북도교육청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수영 우수선수 조기발굴과 수영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서일초는 올해 입학생 1학년부터 수영 참가신청을 받았다.
체격 못지않게 체력과 건강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실천을 하게 되면서 바른 마음과 튼튼한 몸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는 양상현 교장은 “서일의 아들딸들이 놀지 못하고 열심히 노력한 만큼 충분한 기량을 발휘해서 이번 전국소년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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