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은 지금 스마트폰앓이...

편리함과 중독 사이에 선 스마트폰 이야기

지역내일 2012-05-18

요즘은 손에 스마트폰을 든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은 전화기 하나로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볼 수 있고 인터넷 검색은 물론 은행업무, 쇼핑까지 즐길 수 있는 유용한 물건임에는 틀림없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수가 2,000만명을 돌파하면서 전 국민의 절반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스마트폰 중독의 위험성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스마트폰 때문에 업무나 학업에 지장을 받는 문제점 뿐 아니라 거북목증후군, 시력저하 등의 건강상의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어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어릴수록 스마트폰은 위험해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주부 강희정(42·좌동)씨는 5년 터울로 둘째를 낳아 6살이다.
요즘은 초등 4학년도 할 공부가 태산이라 딸의 공부를 봐 주다 보면 둘째가 너무 심하게 방해를 해서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을 주기 시작했는데 그게 문제의 시작이었다. 밤 낮 없이 스마트폰만 찾는 아들때문에 강씨는 걱정이 태산이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숨겼더니 하루는 조용하더란다. 뭘 하나 나와 보니 텔레비전을 두 손으로 잡고 열심히 시청 중!
“딸 키우다 아들 키우니 더 힘들어요. 너무 쉽게 게임이나 텔레비전에 중독 되네요. 몸은 하난데 두 아이 다 신경 쓰자니 이도저도 잘 안 됩니다.”
밖에서 놀 땐 까맣게 잊고 있다 집에만 들어오면 스마트폰에 집착하니 아들 때문에 강씨는 요즘 집이 무섭다. 스마트폰 들고 있는 아들 뒷모습은 더 무섭다. 
 
어린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아이들이 보채며 시끄러울 때 스마트폰을 꺼내어 주면 금방 조용해지기 때문에 엄마들은 쉽게 스마트폰을 아이들에게 내어주게 된다. 하지만 특히 영유아들에게는 시력저하나 뇌 기능 발달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스마트폰을 이용하더라도 30cm이상 떨어져 보도록 하고, 교육용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사용시간이 20분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아이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1 청소년 매체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초등 4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어린이와 청소년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2010년 5.8%에서 지난해에는 36.2%로 크게 늘었다. 문제는 이러한 스마트폰에 중독되기 쉽고 또 유해물에 접근하기 쉽다는 것이다.


작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스마트폰을 요구하는 아이에게 시기상조라며 mp3를 손에 들려줬다는 신수진(41·남천동) 씨. 음악 감상이 취미인 아이는 mp3를 신주단지 모시 듯 애지중지 한다는데 언제부터인가 자꾸 손에서 놓지 못하는 모습이 신 씨 눈에 들어왔단다.
“전화만 안된다 뿐이지 인터넷이며 앱다운 등 웬만한 기능은 다 가능한 기계예요. 그런데 새 학기가 시작된 뒤로 계속해서 알림음이 들리는 거예요. 알고 보니 단체 카카오톡을 하고 있었지 뭐예요. 기겁을 했죠.”
당장이라도 뺏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돌려받을라치면 반항할 것이 뻔해 보였다. “가끔 아이 방에 들어가면 mp를3 후다닥 내려놔요. 그러면서 ‘방금 막 봤는데 그 때마다 엄마가 들어 온다’며 본인도 억울하다고 하대요. 안 믿을 수도 없고.”
아이와 의논 끝에 단체 카카오톡 기능은 일단 삭제하기로 합의를 봤다. 아이 역시 시도때도 없이 울려대는 알림음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던 차였다고. 
“어차피 우리와 세대 차이도 크고 문화도 다른 아이들이에요. 말린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인정할 건 하면서 타협점을 찾아야겠죠.”
종종 아이에게 스마트한 기기 사용 때 도움을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갈수록 흰머리가 늘어난다는 신 씨다.


스마트폰을 사달라는 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결국 딸아이의 폰을 교체해 주었다는 박미애(45·재송동)씨. 얼마 전 샤워 중이던 아이의 폰에서 계속 울려대는 알림음 소리에 무심코 보게 된 단체문자채팅은 말 그대로 경악이었다.
“아이 친구들이 온갖 욕설을 써가며 누군가를 비방하고 있던 문자였어요. 더욱 놀라운 건 욕설을 쓰던 아이들이 평소엔 모범생으로 알려진 얌전한 아이들이었다는 점이에요”
그 문자를 보고 한동안 멍해졌다는 박씨는 자신의 아이도 그 아이들과 다름없을 거라 생각하니 앞이 막막하더란다. 결국 딸아이를 혼내기 위해 말을 꺼냈더니 아이는 자신의 문자를 훔쳐봤다고 오히려 화를 냈다고.
“요즘 아이들은 나쁜 행동도 혼자 하는 건 겁내지만 여럿이 어울리면 아무 죄책감없이 쉽게 해버리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문자들이 기록에 남거나 다른 누군가가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것 같아 더욱 걱정돼요.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인터넷상의 누리꾼의 말들도 같은 맥락인 것 같아요”
그 후 박씨는 딸아이에게 문자채팅의 위험성에 대해 몇 번의 주의를 주었지만 아이가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 받을 때마다 은근히 신경쓰인단다.     


이처럼 ‘카카오톡’과 같은 무료문자 서비스나 ‘앵그리버드’ 등의 앱 게임들에 중독되기 쉽고 또 실제로 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길에서 스마트폰을 조작하거나 이어폰을 끼고 보행하다가 교통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문자를 쉽게 주고 받으면서 실제로 대화가 사라지져 사교성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늘어난다는 것도 큰 문제점 중 하나다. 휴대전화에서 문자로 주고받는 말들은 거의 정해져 있어 어휘력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점이다. 스마트폰에 중독되면서 청소년들이 책을 기피하고 스마트폰에 빠지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여성가족부의 조사에서 책을 읽는 학생 비율은 초등학생이 가장 높은 반면 중학생은 한 달에 한 권도 책을 읽지 않는다는 응답이 29.4%에 달했다.


문제도 많고 편리함도 많은 스마트폰


중 1, 초 5 두 자녀를 둔 김진희(41·수영동)씨 가족은 최첨단 네트워크 가족이다. 김씨의 남편이 통신 기계의 유행에 앞서가다 보니 스마트폰이 출시됨과 동시에 온 가족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정도니 말이다. 아이패드 경우, 우리나라에 출시되기도 전에 이미 구비가 되어 있었단다. 하지만 김씨는 요즘 걱정이 많다. 점점 가족간의 대화가 줄고 유대감이 줄어드는 이유 때문이다.
“스마트한 세계를 빨리 접하게 돼 편리한 점도 많지만 식사시간에 마저도 폰을 들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시끄럽게 재잘대던 아이들의 모습이 그립기도 해요. 기계문명의 이중성을 새삼 느끼고 있어요”
해결책을 찾던 김씨는 남편과 의논 끝에 일주일에 한번 저녁식사 시간만이라도 가족 모두 핸드폰을 꺼두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아이들도 흔쾌히 찬성해 매주 일주일에 한번은 폰 없는 식사시간으로 정했다.
“아이들이 커 가면서 가족 모두 밥 한 끼 같이 먹기도 힘든데, 식사시간 마저도 대화가 단절되면 큰 일이잖아요. 이것을 계기로 온 가족이 집에서 저녁 같이 먹는 날도 정했죠. 이 날 만큼은 남편도 모든 일 제쳐두고 일찍 들어오게 돼 아이들과의 유대관계도 더욱 돈독해졌어요”


8살 5살 아들 둘만 둔 주부 정수민(39·중동)씨는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핀잔을 자주 듣는다. “핸드폰이 그게 뭐냐?”라고. 아직도 구형핸드폰을 고집하는 정씨의 집에는 텔레비전도 없고 컴퓨터도 느리고 답답한 구형이다.
“조카가 지금 중학생인데 6살부터 컴퓨터게임을 많이 하다 결국 난독증으로 고생하는 걸 봤어요. 지금도 언니가 그 조카 공부 때문에 얼마나 고생하는지 몰라요.”
세상으로 조금만 나가면 컴퓨터에 닌텐도, 요즘은 스마트폰까지 아이들이 중독될 기계들이 지천이다. 하지만 정씨는 집에서만이라도, 아이들이 조금만 더 클 때까지 노출시키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걸 모르면 아이들 사이에서 따돌림 당한다고 하는데 가끔 친척집 가서 사촌들이랑 하는 거 보면 배우는 건 문제도 아니겠더라구요.”
요즘은 남편과 그 문제로 다툴 때도 많다고 한다.
“남편은 아이들을 그런 걸로 기죽이지 말라고 해요. 어떤 게 옳은지 헷갈리지만 둘째가 초등학생이 될 때까지만이라도 버틸 작정입니다.”     


이렇게 스마트폰은 새로움과 편리함을 가져다줌과 동시에 사람들간의 유대관계를 깨뜨리기도 하고 학습에 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내 아이는 정말 스마트폰에 중독되었을까?’ 궁금한 학부모들은 ‘인터넷중독대응상담센터’(http://www.iapc.or.kr/ 1599-0075)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인터넷중독 뿐 아니라 스마트폰이 중독되었나를 스스로 진단할 수 있고 또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장정희리포터 swtdre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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