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막강 영향력을 자랑하는 파워블로거 5인과 합동인터뷰를 진행한다는 야무진 욕심을 냈다. 이들은 얼마 전 막을 내린 제29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기간 동안 영화의 전당을 찾았다. 영화를 풀어내는 글솜씨와 남다른 시각으로 이미 누리꾼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는 글쟁이들인지라 실수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은 인터뷰를 마치고 정신을 차리고서야 인지된 부분. 이미 저질러버린 것을 어쩌랴. 부.국.단.영.을 보러 서울에서 부산으로 모여든 3인과 부산을 지키고 있던 2인, 도합 5인과 영화를 둘러싼 유쾌한 수다를 시작했다.
왼쪽부터 배재문(발없는새), 최승호(비됴알바), 김지연(풀잎피리), 성락훈(너굴너굴),
황홍선(레드써니)님
Q 각자 본인의 소개를 부탁한다.
A 발없는새(이하 발새)> 이번 부산국제단편영화제 홍보 역할을 맡고 있는 배재문입니다.
레드써니(이하 R군)> 온라인홍보대행사 일을 하고 있고요, ‘Project R’이라는 블로그를 운영 중인 황홍선입니다.
비됴알바(이하 비됴)> 현재 영화 관련 회사에서 영화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최승호입니다.
풀잎피리 (이하 풀잎)> 저는 공연·전시 블로거이고요, 가끔씩 영화 리뷰를 쓰기도 합니다. 현재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는 김지연입니다.
너굴너굴(이하 너굴)> 부산광역시 공식블로그담당자 성락훈입니다. 블로그에는 주로 부산을 여행하고 소개한 글을 포스팅합니다.
Q 본인을 영화의 세계로 이끈 영화를 꼽으라면?
A 너굴> ‘포레스트 검프’는 처음으로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영화예요. 늘 봐도 질리지 않죠. 영화가 참 재밌다고 느끼면서 그 때부터 관심을 갖게 됐어요. 영화 촬영지도 찾아다니게 되고.
풀잎> 중학교 때 처음으로 자력으로 봤던 ‘쇼생크 탈출’과 97년에 혼자 봤던 ‘스타워즈’(스타워즈 탄생 20주년 기념 ''스타워즈 스페셜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재개봉)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2007년 대학원을 마치던 해 인생이 피폐하다 싶어 삶을 좀 블링블링하게 만들 수 있는 계기를 찾다가 일주일에 한 번씩 공연을 선택해서 보기로 했어요. 공연 리뷰를 제대로 써야겠다는 계기가 된 작품은 16번을 본 ‘위대한 캐츠비’와 ‘맨 오브 라만차(돈키호테)’입니다.
비됴> 중학교 1학년 때 성룡의 ‘폴리스스토리’로 영화에 입문했어요. 당시 이런 신세계가 있구나 했죠. 고 2 때 본 ‘동방불패’는 영화를 정말로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됐고요.
R군> 초등학교 5학년 때 극장에서 ‘미녀와 야수’를 보는데 관객들이 박수를 치는 거예요. 제게는 큰 감동이었어요. 그 때부터 영화를 열심히 보기 시작했죠.
발새> ‘시네마천국’. 긴 말이 필요 없습니다. ‘시네마천국’은 영화의 세계에 빠져드는 데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영화로 제게는 바이블이죠.
Q 본인이 생각하는 영화의 매력. 내게 영화는 ooo이다로 표현하자면?
A 비됴> ‘애인’같아요. 외로울 때 보듬어주곤 하는. 영화와 같이 영화를 보는 느낌? 현재 사귀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R군> 제게 영화는 생명을 연장해주는 ‘산소호흡기’예요. 힘들었을 때 좋아하는 영화를 기다리는 희망으로 버텼죠.
풀잎> 주로 공연·전시 리뷰를 쓰는 입장이라 영화 보는 시간은 순수하게 ‘쉬는 시간’이죠. 순간을 즐기는 휴식.
너굴> 새로운 여행을 제안해주는 매체. 영화 촬영지가 여행의 소재가 되니까요.
발새> 영화, 그대는 나의 전부.
Q 영화를 보기 전에 정보는 어디까지 알고 가나요? 일반 관객들이 가장 재밌게 즐길 수 있으려면 어느 정도의 정보를 가지고 관람하는 것이 좋을까요?
A 비됴> 직업의 특성상 그 영화에 대한 정보가 쌓이고 쌓여서 만나게 됩니다. 관객분들은 제목과 장르 정도 알고 가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요즘은 영화를 많이 보니까 시놉만 봐도 대충 예상할 수 있고, 그러다보면 섣불리 판단하고 자신의 기대와 영화가 어긋나면 실망을 하죠. 정보에 덜 노출되면 다른 사람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고 순수하게 자신의 시각으로 감상할 수 있으니까 좋지 않을까 싶어요.
R군> 좋아하는 영화의 경우 거의 모든 정보와 평가는 섭렵하고 가는 편이죠. 보통 다 알고 가면 재미가 반감된다고들 하는데 전 애정을 가지고 보기 때문에 기대에 못 미쳐도 실망은 안합니다. 일반 관객이라면 시놉시스 정도 알고 가든지 조금 더 관심 있으시면 예고편이나 감독, 배우 정도 알고 가면 즐거운 관람이 되지 않을까요? 여담인데 레드써니 블로그를 보고 가면 더 좋고.(웃음)
너굴> 감독과 배우, 시놉시스 정도 알고 갑니다. 블로그도 참고하지요. 어릴 때는 무조건 배우가 선택의 기준이었어요. 지금은 예고편이 너무 화려한 영화를 경계하는 편입니다.
풀잎> 웬만한 정보는 다 알고 가요. 반전이 있는 영화라면 반전만 모르고 가죠. 아는 만큼 보이는 것 같아서이기도 하고 제 성격이기도 하고. 영화는 감독, 드라마는 작가, 공연은 연출·배우·공연장을 주의 깊게 살피는 편이죠. 일반적으로 믿을만한 사람-여기 있는 파워블로거-한테 재미있는지 물어보고 결정하면 실패 확률이 적겠죠?
Q 영화 리뷰를 쓰는 이유를 말하자면?
A 비됴> 제주도에서 근무할 때 사람들이 쓴 영화 리뷰를 보면서 일기 쓴 지 오래됐다는 생각을 했어요. 일기는 매일 써야 되니까 힘들고 대신 영화를 보고 리뷰를 쓰자 했죠. 예전부터 영화 보고 지인들에게 설명해주는 것을 즐겼는데 제주도에서는 말할 상대가 없는 거예요. 다 극장 직원들이었거든요. 순수한 목적에서 시작했는데 리뷰가 네이버 메인에 뜨면서 보는 사람이 많이 생기다 보니 보여주기 위한 글이 되기도 하네요.
R군> 나만의 영화 웹진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으로 블로그를 시작했어요. 영화전문기자를 꿈꿨던 터라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연습이다 생각합니다. 블로그를 통한 글쓰기는 포트폴리오지요. 영화본 뒤 수다 떠는 것처럼 가볍고 재미나게 쓰려고 노력합니다.
풀잎> 내 인생의 기록이죠. 보고 나면 금세 잊으니까. 파워블로그로 글이 노출이 되면서 댓글에 상처도 받고 다른 사람을 신경써야하나?하는 고민도 잠시 했어요. 하지만 나의 공간이니까 내가 좋은 것이 좋다고 결론 내렸죠. 공연 리뷰는 관객들의 현명한 소비를 도와주기 위해서 써요. 공연은 비싸니까.
너굴> 새로운 영화 촬영지 추천을 위해서 시작했어요.
발새> 영화 리뷰는 영화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또 좋은 영화를 널리 알려주고 싶기도 했고.
Q 별점을 주는 기준은 뭔가요?
A 비됴> 영화의 장점을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라 별점이 후합니다. 별로인 영화도 연기가 좋으면 점수를 주고요. 기본적으로 재미있어야 된다는 생각이에요. 또 나는 안 좋아도 대중이 봤을 때 재밌고 좋겠다 싶으면 별점이 올라가죠. 점수가 후하니까 의외로 별점이 낮은 경우 신뢰도가 높아져요. 얼마나 꽝이면 후한 사람이 박하게 매겼나 싶어서.
R군> 대부분 좋게 평가하죠. 즐거우려고 영화를 보는데 좋은 게 좋은 거다 뭐 그런 식이죠. 제 기준은 ‘엔딩’이에요. 감동적인 엔딩이면 별점이 올라가죠. 눈물이라는 감정은 예술이 소비자에게 뽑아낼 수 있는 최대의 공감이니까. 개인적으로 ‘픽사’ 영화에 후한 점수를 줍니다.
풀잎> 공연에 별점을 매기지는 않아요. 다만 추천 기준은 돈을 지불한 만큼의 가치가 있는가입니다. 영화의 경우 보고난 뒤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는가이고요.
너굴> 한국 영화 기준으로 제목과 내용이 잘 어울리는가. 또 그 영화가 내게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인가. 캐스팅도 많이 보는 편입니다.
Q 본인이 생각하는 본인 블로그 강점을 꼽으라면? 또 다른 분들의 의견은 어떤가요?
A 비됴> 수치나 성적이 잘 정리되어 있다는 점이요. 특히 남자들이 좋아하더라고요.
일동 : 극장에서 일하다보니 현장감이 뛰어나죠. 글도 깔끔하고. 가장 저널리즘적이라고 할까? 또 모든 영화를 제일 빨리 볼 수 있는 직업인지라 리뷰도 가장 빠르다는 점과 편견이 적다는 점도 강점.
R군> 리뷰가 완벽하다?(웃음) 농담입니다. 가볍게 읽기 편하고 재밌다는 점이요.
일동 : 기획력이 좋아요. 감성도 풍부하고 콘텐츠 창조 능력도 남다르고요. 글을 시원하게 잘 쓰죠.
풀잎> 지금 관심사를 쓴다는 점? 제 분신과도 같죠.
일동 : 옆에서 말해주는 느낌이 들어요. 편안하게 읽을 수 있어 좋지요.
너굴> 부산과 부산의 영화 촬영지를 소개하는 블로그는 거의 없으니까 희소성이 강점이라 생각해요.
일동 : 우리들 중에서 비주얼이 제일 멋있어요. 포토샵도 잘 하고. 보고 있으면 저 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재주가 있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A 비됴> 영화 관련 직업을 갖고 싶었는데 지금 하고 있네요. 앞으로 경력을 더 쌓아서 ‘한국 영화를 움직이는 파워 50인’에 들고 싶다?(웃음)
R군> 세계 정복?(웃음) 3대 영화제 취재가 꿈이에요. 칸은 다녀왔으니까 베니스와 베를린이 남았네요.
풀잎> 블로그를 잘 운영하는 것이 목표예요. 공연 시상식 심사위원이 꿈이었는데 지금 하고 있고요. 공연 평론가는 매우 적어요, 바닥도 좁고. 그래서 사람들에게 신뢰 주는 글을 쓰는 것이 목표입니다.
너굴> 원래 꿈이 영화 로케이션 헌터예요. 로케이션 작업에 관여하고 싶고 영화 촬영 현장에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최근에 본 영화 중 가장 좋았던 영화로 R군, 너굴, 비됴, 발새 모두 ‘건축학 개론’을 꼽았다. 건축학 개론을 아직 못 본 풀잎은 ‘화차’가 가장 괜찮았다고 했다. 이따금 유명 작가들이 어눌하게 말하는 것을 보면서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구나했는데 웬 걸? 블로거 5인은 재기발랄한 글솜씨만큼이나 화려한 입담을 자랑했다. 달필에 달변까지. 이거 반칙이다, 신나는 반칙.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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