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여기 오길 잘했어. 진짜 재밌다.”
“평생 여기서 나무 화분이나 만들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여섯 살 아이도, 사십 중반의 어른도 감탄을 연발했다.
* 5월5일 어린이날. 북적이는 놀이공원 대신 조용하고 경치 좋은 내포생태교육지원센터에서
나무화분 만들기 등 생태 체험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 가족의 모습.
5월 5일 어린이날, 리포터 가족은 예산에 있는 내포생태교육지원센터에서 하루를 보냈다.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그리고 친정어머니의 생신이 있는 달. 그래서 우리 가족은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친정어머니와 세 자녀, 그리고 손주 여섯 명이 함께 여행을 간다.
올해는 어린이날과 주말이 겹쳐 교통 혼잡을 예상해 가까운 곳에 있는 내포생태교육지원센터에 가족 프로그램을 일찌감치 신청해 놨다.
결과는 대만족.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꽤 긴 일정이었지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너무 좋다’를 연발하며 하루를 보냈다.
폐교를 리모델링한 내포생태교육지원센터는 교문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넓디넓은 예당저수지가 바다처럼 펼쳐지는 아름다운 곳이다. 폐교 전에는 교실로 쓰였을 작은 건물에는 목공실, 강당, 북카페 등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서 있다.
센터 뒤편 숲 속의 오두막은 숲으로 이어지는 지형과 단풍나무의 뻗어 나온 가지까지 그대로 살려 만든 아늑하고 시원한 놀이터였다.다. 이날 아이들은 틈만 나면 이 오두막을 아지트 삼아 놀았다. 아이들 여러 명이 한 번에 올라가 놀아도 끄떡없는 그물망, 터널처럼 생긴 미끄럼틀, 모래놀이터까지 갖춘 이 멋진 오두막이 생태학교 숲속친구 4단계(초등 고학년) 아이들과 교사가 직접 만든 곳이라니 놀라웠다.
자연 속에서 마음을 열어놓는 시간
내포생태교육지원센터에 체험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담당 강사가 참가자들의 연령과 모임의 성격 등을 파악해 프로그램을 짜고 세부 내용을 의논하는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신청한 팀에 따라 프로그램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우리 가족은 할머니와 손주들까지 대가족이 체험을 신청한데다 마침 가정의 달이어서 ‘가족의 사랑’이 주제가 됐다.
진행을 맡은 김현주 강사는 우리 가족이 평소 하기 힘들었던 속마음을 꺼내놓거나 사랑을 고백하는 시간을 많이 갖게 했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어른들도 나중에는 스스럼없이 기뻤던 일, 슬펐던 일, 섭섭했던 일 등을 서로 나눴다.
숲 속 산책로에서 나무 액자와 모빌을 만들며 서로의 감정을 터놓을 때는 ‘우리 가족이 평소 이런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별로 없었구나’하는 생각에 다들 조금씩 울컥해 지기도 했다.
하지만 “엄마 아빠가 보드게임을 많이 안 해줘서 섭섭해요”, “텔레비전도 보고 컴퓨터 게임도 하고 탄산음료도 마시면서 엄마 잔소리를 안 듣는 방법은 없을까요?” 등 아이들의 천진한 이야기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자연적으로 땅에 떨어진 보잘 것 없는 나뭇가지와 종이로 만든 끈이 멋진 나무 액자와 모빌의 재료가 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각자의 마음을 나뭇가지로 묶어 완성한 모빌은 우리 가족 모두의 마음이 엮여진 것이라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김현주 강사는 이런 프로그램이 심리치료에 이용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오후에 진행된 나무 화분 만들기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미리 잘라놓은 나무판자로 화분을 만들고 물감으로 색을 칠한 후, 나무 조각으로 기차 모양을 만들어 화분에 장식했다. 나무못과 고무망치를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막내인 여섯 살 아이도 안전하게 잘 만들었다. 여기에 야생화를 심어 나무 화분을 완성했다. 다 만들어진 13개의 화분을 나란히 연결해 놓으니 알록달록 예쁜 기차 모양이 됐다.
준비해간 재료로 맛있는 저녁밥을 지어먹고 드디어 기다리던 캠프파이어 시간이 돌아왔다.
마침 달도 손에 잡힐 듯 둥실 떠있어 강강술래가 절로 나올 듯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센터에서 준비한 모닥불은 마른 측백나무 가지를 불쏘시개로 사용하는데 석유를 뿌리지 않아도 불이 잘 붙었다. 아이들은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앞에서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불타오르는 모닥불을 앞에 두고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어린이날을 보낸 것 같아 기뻐요.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우리 가족들 모두 즐겁고 행복하게 어린이날을 보낸 것 같아 기뻐요.”
텔레비전, 게임기 없이 자연 속에서 하루를 보낸 아이들의 입에서 ‘행복하다. 재밌다’는 말이 연신 나오는 특별한 날이었다.
서다래 리포터 suhdr100@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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