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 물살을 가르며 열심히 앞으로 향해가고 있는 박용환씨.
2012년 5월 1일 낮 12시 잠실대교 밑. 햇볕이 뜨겁다. 물결치는 한강 앞에 한 남자가 섰다. 이 순간을 위해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매주 화요일마다 한강을 찾았다. 수은주가 영하 13.5도를 가리키는 한겨울에도 아랑곳 않고 한강물에 몸을 담갔다.
“오늘따라 왜 이리 물맛이 좋지? 지난 겨우내 먹었던 한강 물맛이 아닌데?”
잠실대교에서 반포대교까지 장장 15Km. 이 날 3시간 28분을 헤엄쳐 8명 중 1등으로 완주한 박용환씨는 자신의 도전에 새 역사를 썼다.
장애를 딛기 위해 시작한 도전 =
박용환씨는 4년 전 사다리에서 떨어져 골반이 8개로 조각나는 비운을 겪었다. 한순간에 장애인이 된 그를 좌절에서 건져준 건 다름 아닌 수영. 수영을 시작하면서 그의 삶은 도전 그 자체가 됐다.
몸이 점점 좋아지는 걸 느낀 박씨는 수영에 몰입하기 위해 하루 세 갑씩 피우던 담배도 끊고 술도 확 줄였다.
“해병대 있었을 때보다 지금 몸이 더 좋다. 오히려 다친 게 고맙다. 안 다쳤으면 여전히 술과 담배에 절어 살았을 거다.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다.” “수영이 심신건강에 최고”라는 그는 생기가 넘쳤다. 낙천적인 성격도 한몫 했다.
절뚝거리며 걷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자세를 교정했고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정신으로 산다는 박씨. 그가 느끼는 도전의 희열은 알코올보다 강하고 니코틴보다 질겼다.
“도전은 내 삶의 호흡이다” =
그가 한 도전은 수없이 많았다. 대표적인 도전으로 박씨는 2010년 여름 서귀포에서 마라도까지 43Km를 완주해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2009년 첫 바다수영대회에서 절뚝거리는 몸으로 골인한 감격은 절대 잊을 수가 없다.
그는 ?조오련의 600리’를 며칠간에 걸쳐 완주했던 경험도 가지고 있다. 한강물길 종주도 현재까지 반포대교 이하로 내려간 사람이 없다. 다음해 그는 잠실대교에서 여의도까지 약 20Km를 도전할 마음을 품고 있다.
연습하러 다닐 때도 그는 모험을 즐긴다. 안개 가득한 한강을 헤엄친 적도 있었다. 수문이 열려 한강물이 엄청 불어나 다시 돌아가는데 안개밖에 보이지 않는 상황이 오히려 재밌었다고.
혼자 수영하면 무섭지 않냐는 질문에 “누가 도와줄 상황이 안 되면 더 조심하게 돼 혼자만의 도전을 즐긴다”는 박씨. 쉼 없는 도전이 어렵지 않은 이유다.
5개월 간 한강을 다니며 생겼던 일화도 만만치 않다. 수영하다말고 점퍼를 발견해 112에 신고했던 기억. “캔맥주와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고. 그 뒤 수영하다 손에 딱딱한 게 잡혀 시체인줄 알고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했다.
비오는 날 물에서 악취가 너무 심해 냄새나는 쪽을 쳐다보니 아연실색할 정도로 오폐물이 둥둥 떠내려 온 적도 있었다. 동전도 제법 주웠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장애를 이긴 거침없는 도전이 일상화된 박용환씨는 “후회는 아무리 빨리 해도 늦다”며 “몰두하는 만큼 책임감이 향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내심 한강물길 종주가 전국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켜 전국대회로 부상하지 않을까 기대하며 또 다른 도전을 그려가고 있다.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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