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외 관리자’. 의무교육인 중학교에서 70일 이상 무단결석할 경우 정원 외 관리자로 분류한다. 학교를 떠났다는 이야기다. 이유는 ?학교부적응’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적응을 못해서라기보다 ?자신과 맞지 않아서’가 적합하다는 해석이 늘고 있다.
아들의 미래를 위해 중학교부터 공교육을 중단했다는 이경식(44 아산시 풍기동)씨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영재로 자란 아이, 갈 곳을 잃다 =
이경식씨의 아들 이승철군은 올해 17세다. 이씨는 이군이 중2때 학교를 그만두게 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군은 초등 5학년 때부터 중2가 되도록 줄곧 영재수업을 받아왔다. 세간의 부러움을 샀던 이군은 흥미가 높은 수학, 과학에 몰입했다.
그러나 입학을 희망했던 과학고의 전형이 바뀌면서 내신비율이 높아졌다. 약한 타과목이 이군의 발목을 잡았다. 그대로 일반고에 진학하면 아이 특성 상 손해 볼 여지가 많았다.
이경식씨는 “영재교육도 공교육의 연장선이었다. 인재발굴에 목적을 두고 아이들 특성 분별만 했던 영재교육이 내 아이에겐 득으로 작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이의 능력을 개발하고 키워준다던 영재교육이 오히려 아이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들어 버린 셈이다.
그는 “1명을 뽑고자 많은 아이들이 희생당하는 공교육 현실에 회의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 또한 학원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이 학교에서 받지 못한 수업을 채워주기 바빴기 때문이다.
이군은 공부에 대한 열망이 높았다. 이씨는 “아이가 열정이 있을 때 빨리 끌어올려줘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이군이 흔쾌히 동의하자 검정고시를 1차 목표로 삼고 곧바로 학교를 포기했다.
부모의 끈질긴 노력, 아이도 만족 =
“쉽지 않았다. 수학은 직접 가르쳤다. 아이가 스포츠를 즐기고, 뉴스를 자주 접하게 해 어른의 시선으로 사회를 볼 수 있게 했다. 학창시절의 추억이 적어 서글픈 면도 있다. 그러나 이 사회는 추억을 먹고 살지 않는다.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사회인 것이다.” 이경식씨는 단호했으며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이군은 지난해 준비 없이 수능을 봤다. 수학은 1등급이 나왔다. 아버지의 지도와 가족의 사랑 속에 이군은 약 2년의 시간을 벌고 있었다. 이군은 올해 수능생 마음가짐으로 아버지와 계획을 세웠다.
전화를 연결해서 받은 이군의 목소리는 순수했다. “그냥 좋아요. 학교를 계속 다녔다면 행복하지 못했을 거예요. 지금 선택이 만족스러워요.” 전화기 너머 아이의 미소가 보이는 듯 했다.
이씨는 “아이가 또래문화의 악영향을 받지 않아 오류를 범하지 않았다”며 “특별히 사춘기도, 가족과 트러블도 없었고 철든 어른들과 같이 공부하며 사회적 구조를 빨리 깨치는 장점이 크다”고 말했다.
그의 결정은 일반 가정에서 쉽지가 않다.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와 흥미를 잃지 않게 부모가 멘토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무조건 일류대를 지향하지 않는다. 아이의 적성과 능력에 맞게 글로벌 시대에 발맞춰 나기기 위함”이라며 이경식씨는 “학교의 문제점을 분명히 지적할 수 있는 부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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