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참 놀랍다. 18년 전 이화여대 정문에서 맛 본 그 손맛을 다시 만나다니 말이다. 돼지고기를 숭숭 썰어 넣은 김치찌개, 매콤하고 달달한 오징어 볶음, 야채 가득한 볶음밥에 얹어진 계란프라이 등 다양한 한식 메뉴를 선보였던 이름도 특이한 ‘퉁’ 식당. 이쯤 되면 고개를 끄덕이며 ‘퉁’ 식당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터. 하루가 멀다 하고 들락거렸던 유명한 ‘퉁’ 식당 김덕만 사장이 평촌 ‘대물림 전복ㆍ낙지볶음 전문점’으로 돌아왔다.
신선 재료로 제공되는 코스 요리의 향연
20년 동안 요리와 함께한 ‘대물림 전복·낙지볶음 전문점’ 김덕만 대표는 입맛 까다로운 이대생들을 사로잡은 장본인으로 그 당시 가장 인기 있었던 메뉴가 낙지볶음이었다. 그래서일까. 그때의 맛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위해 몸에 좋은 보양식 전복과 낙지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인기몰이를 톡톡히 하고 있다.
이곳의 음식은 남다르다. ‘음식을 좌우하는 것은 신선한 재료’라는 원칙하에 김 대표는 “모든 해물은 산지에서 당일직송으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단골 고객들을 위해 해물의 종류를 1~2주 간격으로 바꿔 자주 찾아오는 분들이 식상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표의 철학과 정성이 더해져 탄생한 코스요리는 10여 가지 넘는 만찬이 끝없이 이어진다. 우선, 특제소스를 얹은 과일 야채샐러드로 미각을 돋우면 제주도에서도 맛볼 수 없는 전복죽이 제공된다. 여기까지는 애피타이저에 불과하다. 계절 재료에 따라 달라지는 매생이전, 낙지전, 파래전, 부추전, 깻잎전, 녹두전, 감자전 등은 매일 와도 다 못 먹을 정도로 다양하다. 이어 계란찜과 신선한 산낙지회까지 먹고 나면 미각에 긴장감이 돌면서 그동안 맛봐왔던 것과 확연하게 차이가 남을 느낀다.
새롭게 선보이는 전복 물회 또한 기존의 물회와는 다른 풍부한 맛이 우러난다. 3시간 이상 우려낸 육수에 15가지 야채와 전복만을 넣어 개운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아직 메인메뉴가 나오지 않았지만 주객이 전도된 격. 물회를 먹자고 이곳에 온 것이 아닌데 말이다.
음식을 파는 게 아니라 정을 나누는 것
이제 메인 메뉴 등장이다. 주문즉시 만드는 전복구이는 수족관에서 바로 잡아 들기름과 마늘에 조리한 뒤, 구워내기 때문에 부드럽고 담백하다. 이번엔 뽀얀 국물이 가득한 산낙지 연포탕이 준비된다. 김 대표가 연포탕에 살아있는 산낙지를 직접 넣어 주기 때문에 고객들은 눈과 입이 즐거워지기 일쑤. 한 달에 한, 두 번씩 찾아온다는 최정화(45·안양 호계동)주부는 “연포탕을 먹고 나면 ‘이게 진국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면서 “집에 돌아가면 가끔 이 맛이 문뜩 그리워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음식이 약이고 약이 곧 음식이라 여기는 김 대표는 코스 요리에 여성들의 미용과 다이어트에 좋은 파래곤약국수를 넣었다. 칼로리가 거의 없는 곤약에 야채와 소스가 버무려져 절묘한 궁합을 이룬다.
드디어 보기만 해도 즐거운 낙지볶음이 나왔다. 옛 추억과 그리움이 묻어있는 그 맛. 세월은 흘렀지만 김 대표의 손맛은 여전했다. 벌써 식감부터 다르다. 쫄깃함을 넘어 꼬들한 맛이 입안에서 금세 사라진다. 달콤하고 매콤한 국물에 밥 한 공기 뚝딱이다. 마지막으로 나오는 빙수는 단연 압권. 6가지 견과류와 복분자액으로 만들어 이제까지 빙수에 대한 상식을 깨기 충분했다. 매콤한 낙지볶음 뒤에 먹고 난 뒤라서 그런지 상큼함과 개운함에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든다.
한편, 코스 요리가 부담스러운 고객들을 위해 전복구이, 전복회, 전복물회, 연포탕, 낙지전, 굴전, 산낙지회, 낙지볶음, 새우튀김 등을 단품 요리로도 맛볼 수 있다. 특히, 김 대표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전복낙지삼계탕은 삼계탕에 전복과 낙지를 넣어 오도독 씹히는 전복과 쫄깃한 낙지, 부드러운 삼계탕이 완벽한 조화를 이뤄 어느 곳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이렇게 모든 음식 하나, 하나에 정성을 쏟는 김 대표는 “음식을 파는 게 아니라 정을 나누는 것”이라면서 “불황일수록 넉넉한 인심으로 대접해야 고객들도 그 마음을 느끼고 다시 찾아온다”고 강조했다. 이제,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 있는 대물림 전복ㆍ낙지볶음 전문점은 10명의 고객 중 9명이 다시 찾아올 정도. 김 대표의 철학이 빈말처럼 들리지 않는 건 정성과 최선을 다해 요리하기 때문일 터다.
위치 :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925번지
문의 : 031-382-3525
이민경 리포터 mk4961@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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