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가 사는 법 - 我저씨 아마추어 사진가 오홍균

한 작품 찾기 위해 밤새도 즐거워

지역내일 2012-05-10 (수정 2012-05-10 오후 1:27:47)

“카메라를 처음 잡는 순간 ‘이것이다’라는 전율을 느꼈어요. 중학교 시절 미술에 빠져 예술 쪽을 전공하고 싶었으나 아버지의 간곡한 만류로 포기 할 수밖에 없었죠. 그동안 마음 한구석 허전했던 이루지 못한 로망이 사진이었다는 것을 20년 만에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오홍균(39·사직동)씨는 기아자동차 남청주지점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이지만 사진을 통해 꿈을 이룬 행복한 아저씨이기도 하다.


반대하던 가족들, 이제는 응원군이자 모델
항공 기계를 전공했던 오홍균씨가 사진을 접하게 된 건 2008년 충북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인터넷 창업’ 과정을 배우던 중이었다. 디지털 사진 과정을 같이 배워 두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는 권유로 우연히 듣게 되었다. 처음 카메라를 잡았을 때의 감격만큼 배워가는 과정 또한 즐겁고 신나는 여정이었다.
“처음엔 모시고 살던 부모님은 물론 고교 교사인 아내, 세 아이들 모두 반대가 심했습니다.
주말이면 카메라를 들고 떠나니 어느 가족이 좋아하겠습니까? 그러나 점차 작품의 질이 높아지는 모습을 보고는 인정해 주었고, 지금은 제 응원부대이자 모델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오 씨는 1년에 한 번, 아내의 허락을 받고 혼자 2박 3일간의 출사여행을 떠난다. 그중 흐린 어느 겨울 찾았던 남해여행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그는 황량한 들판에서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마른 풀들을 찍어 ‘바람의 언덕’이라고 제목을 붙였다.


비슷한 풍경에서 다양한 사람으로 주제 달라져
처음 오씨의 작품 주제는 풍경이나 자연이었다. 그러나 어떤 풍경을 찍든 어느 위치가 좋고 어떤 느낌으로 찍어야 잘 나오는지를 기능적으로 따지면서 찍는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비슷한 느낌의 사진이 많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때 오홍균씨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여운이 많이 남는 인물사진이었다. 순간순간 감정의 기복이 그대로 드러나는 얼굴 표정을 마주하게 되면 본인도 모르게 셔터를 누르게 되더라고. 회원으로 활동하던 배드민턴 클럽도 한몫했다. 운동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보니 한 컷도 같은 사진이 없었다.
“경기 도중 다이내믹한 포즈는 연속촬영으로 찍어요. 또 놓치기 쉬운 응원석의 다양한 모습들도 담아냅니다. 한 장의 작품을 찾아내기 위해 몇 백 장의 사진을 보며 밤을 새워도 힘든 줄을 몰랐습니다. 사진을 인터넷카페에 올려 댓글 반응을 보는 것 또한 생활의 활력소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인터넷 카페가 활성화가 되었고 ‘촬영이사’라는 새로운 직책이 생겨 임원으로 활동도 했습니다.”


전국공모전에 출품한 3작품 모두 입상
수박 겉핥기식의 지식을 거부하고 깊이 있는 사진 공부에 미쳐있던 3년 동안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늘었다. 2010년에는 청주전국사진공모전에 출품한 세 작품 모두 입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특히 특선작 ‘동심’은 어린이들의 해맑은 모습을 잘 포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항상 자녀들에게도 몰입할 수 있는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조언한다. 오씨는 “큰아이는 미술에 빠져있고, 둘째는 아직 탐색기간이며 5살 막둥이는 록 음악에 빠져있다”며 “막둥이는 차에 타면 영어도 모르는 녀석이 오디오를 조작해 자기가 듣고 싶은 팝송제목을 찾아 반복 재생을 하며 듣는다”며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찾으면 그것이 무엇이든 응원해줄 생각이다. 공부만 강요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오홍균씨는 사진관련 대학원에 진학해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쌓고 싶다. 또 개인전을 열고 싶은 소망도 있다. ‘깔끔하게 단순하게’를 사진철학으로 삼고 있는 오씨는 오늘도 진솔한 표정을 찾아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이선형리포터 gold05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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