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 1년, 강명초의 새로운 시도

선생님이 바뀌니 학교가 변하더라

지역내일 2012-05-09 (수정 2012-05-09 오전 9:15:39)

강동구 상일동에 있는 강명초등학교 취재를 위해 방문한 날은 마침 봄학기 평가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운동장, 실내 체육관에서 반별로 모여 땀 흘리며 단체줄넘기, 피구에 열중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학년별 교실 수업 분위기, 복도에 전시된 학생들의 그림, 수공예품, 문집을 찬찬히 보며 강명초의 이모저모를 생생하게 둘러볼 수 있었다.


다른 학교에 있지만 강명초엔 없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59개 서울형 혁신학교 중 하나인 강명초는 1년간 다양한 변화를 모색, ‘혁신학교의 전진기지’라는 별명을 얻었다. 전교생이 1000여명, 지난해 3월 개교했다. 신설학교로서의 기본 틀을 갖추는 동시에 혁신학교로서 여러 가지 시도를 모색하며 교사들은 숨 가쁜 1년을 보냈다.
 전교임원, 학습임원, 스티커 상벌제, 각종 시상식 등 모든 학교에 있는 제도들이 이곳엔 없다. “우리 학교에는 반마다 회장, 부회장이 없어요. 그러니까 서열도 없지요. 선생님도 공평하게 대해주시려고 애쓰세요.” 6학년 이진희양이 활짝 웃으며 말한다.
 “스티커 제도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교사들이 학생을 편하게 컨트롤하기 위한 방편입니다. 원래 교육은 힘든 것입니다. 문제 행동을 고쳐주기 위해선 스티커가 아니라 본질적인 해결책을 찾아내야죠. 임원 선발의 맹점은 모든 것이 소수 아이들한테 집중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임원을 뽑지 않고 모든 학생들이 돌아가며 대표를 맡게 합니다. 어렸을 때 리더십을 골고루 경험해 봐야 리더 자질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죠.” 이부영 교육과정부장의 설명이다.

사들 ‘끝장 회의’ 집단지성 이끌어내
 특히 강명초는 상명하달식이 아닌 ‘교사회 중심’으로 학교시스템을 바꿔나갔다. “지난 1년간 교사들끼리 끝장토론, 늦은 밤까지 마라톤회의 등 무수히 많은 회의를 했어요. 사소한 결정하나 하는 데도 서너 시간씩 토론을 했지요. 힘든 과정이었지만 회의를 통해 이견을 좁히니 점차 ‘집단지성’이 빛을 발하게 되었다.
 우선 담임교사가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조직을 개편했다. 수업 연구를 집중적으로 하고 좋은 사례는 공개하며 동료 교사끼리 벤치마킹했다.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1km를 직접 재보며 숫자와 거리감각을 익히는 등 생각하는 수업을 전 학년에 도입하는 등 교과통합 체험학습을 강화했다.  ‘클릭 교사’의 폐단을 막기 위해 미디어 매체도 꼭 필요할 때만 활용하도록 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1년 4학기제를 채택, 80분 수업 30분 휴식의 블록 수업을 도입했다. “노는 시간 30분 동안 친구들과 실컷 놀 수 있어 좋아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학기가 끝나고 그동안 배운 걸 발표하는 자리가 1년에 4번씩 열려서 재미있어요” 한소연(6학년)양이 경험담을 들려준다.
“아이들이 학교 가는 걸 즐겨요. 덧셈, 뺄셈을 활용한 스토리를 만들어 보거나 숫자가 적힌 사방치기로 배수 개념을 익히는 등 수학을 연산이 아닌 개념 위주로 가르치는 것도 독특하지요. 수공예품을 직접 만들어보는 활동도 많아요. 변하는 세상에 맞게 수업 방식을 개선하려는 교사들의 노력이 엿보입니다.” 여희정 학부모회장의 설명이다.

 ‘행복한 학교’ 아직 갈길 멀다
 특히 신학기 때마다 교사사회의 핫이슈인 담임배정 제도도 바꾸었다. 학년 담임 배정을 교장이 아닌 모든 교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결정, 잡음을 없앴다. 부장교사 역시 교사들이 직접 뽑았다. 교사들에게 자율권이 많아지자 점차 활기찬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모든 학교에서 3월 실시하는 학부모총회를 ‘학교 교육과정 설명회’로 형식을 바꾸었다. 맞벌이 가정 부모를 배려, 저녁 7시에 설명회를 개최, 강당에 학년별로 모여 교장 인사, 각반 담임 소개, 학교교육과정 전반에 대한 안내를 한 후 학급별로 담임과 따로 모여 1년간 반 운영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새로운 형식의 설명회에 학부모들은 높은 참석률과 호응을 보냈다.
  특히 임원 부모 중심으로 반강제로 배당되는 형식적인 학부모단체 대신 학부모 스스로 필요에 의해 모임을 조직해 운영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개교한 첫해인 지난해에는 학부모회가 따로 없었어요. 올해 서로 뜻을 모아 처음 구성했지요. 학교 행사에 인력 동원되는 일은 일절 없고 책읽어주기, 텃밭 가꾸기 등 테마를 정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여희정 학부모회장이 만족감을 표시한다.
 “새로운 사업을 이것저것 벌이는 대신 기존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데 주력했다”는 이부영 교육과정부장의 말처럼 강명초가 지닌 1년간 진행한 일련의 시도들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전학 문의가 자주 오고 강명초 근무를 희망하는 교사가 늘어나며 여러 학교에서 강명초 운영 사례 자료집을 보내달라는 문의가 증가하는 등 ‘혁신학교 강명초’에 대한 관심또한 높아지고 있다.
 혁신학교 1년의 실험이 ‘반짝 효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초심을 잃지 않도록 교사들의 열정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 마련, 교육현장에 적용해 효과가 큰 사례를 매뉴얼화해 다른 학교에 효율적으로 보급할 수 있는 아이디어 등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 어렵게 첫발을 내딛었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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