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떡으로 전국적인 유명세 얻은 ‘떡함지’ 차재석 대표

‘좋은 재료로 맛 좋고 먹기 좋게’ 건강을 담은 떡

지역내일 2012-05-09 (수정 2012-05-09 오전 9:38:10)

“정직한 쑥인절미를 만들어 주어 감사합니다.” 덕소에 사는 80대 황정순 할머니는 명절 때마다 직접 쓴 편지와 함께 떡을 선물할 지인 리스트를 보내온다. 잠실에 위치한 떡집 ‘떡함지’에는 이런 단골들이 꽤 많다. 떡 맛에 매료된 일본에 사는 고객은 항공 택배비까지 부담하며 꾸준히 떡을 사먹고 있다. 2005년 오픈, 7년 만에 쑥떡으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얻고 있는 비결을 ‘떡함지’의 차재석 대표에게 들어보았다. “좋은 재료로 맛 좋고 먹기 좋게.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졌죠.” 차 대표가 유머 있게 운을 뗀다.

 해풍쑥으로 ‘떡 맛 차별화’
 새벽 5시 오픈, 8명의 직원들이 3교대로 근무하는 떡함지는 오전 내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한쪽에서 계속 떡을 쪄내고 옆에서는 먹기 좋게 개별 포장해 한지 박스에 담는다. 또 다른 팀은 전국에 보낼 택배 물량을 최종 점검하는 등 가게 안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기상 시간이 새벽 3시 반입니다. 곧바로 냉동 창고로 가서 재료 챙겨 가게로 출근하죠. 재료 검수, 떡 만드는 기술, 대금 결제와 회계처리까지 주인이 뭐든 꿰뚫고 있어야 품질이 유지됩니다.” 주인장의 설명이다.
 아침 식사 대용이나 간식용으로 많이 찾는 쑥인절미. 그 맛은 재료가 좌우한다. “고향인 통영에서 뜯은 해풍쑥을 써요. 바닷바람을 맞고 자라 특유의 향과 맛이 일품이죠.  단오 전 5~6월경의 쑥이 제일 맛있어요. 해마다 이맘때쯤 대량으로 사다가 1년간 써요.” 찹쌀은 충청도 방앗간과 계약을 맺어 매일 도정해서 쓴다. 쑥, 찹쌀, 천일염 등 최상품 재료를 구하기 위해서 전국을 돌며 깐깐하게 거래처를 뚫었다. ‘변하지 않는 떡 맛’의 비밀은 이런 노력 덕분이었다.

 금융권 영업본부장에서 떡집 사장으로 변신
 그는 금융권 영업본부장 출신이다. 한미리스, 삼성카드, 대우, 금호 오토리스 등 자동차 리스 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잘나가는 영업맨’으로 입사 10년차에 연봉이 1억원을 훌쩍 넘었고 스카우트될 때마다 몸값은 계속 올라갔다. “영업의 세계는 ‘숫자가 곧 인격’이죠. 비결은 ‘사람’이었지요.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고객 옥석 파악하는 법’을 빨리 터득했고 나름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했죠. 그때 터득한 영업 노하우가 지금 떡장사의 밑천인 셈이죠.”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반포에서 방앗간으로 일하던 처남이 덜컥 가게를 인수하게 되었다. 인수 자금부터 가게 운영, 관리 등 소소한 것까지 코치하며 일을 도왔다. 처남 일을 거들다 보니 ‘장사의 맛’에 끌렸고 심사숙고 끝에 용기를 냈다. “2005년 당시 잠실 일대 랜드마크가 갤러리아팰리스였어요. 그래서 이곳에 터를 잡았죠.” 처남에게 떡 만드는 기술을 전수 받은 후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떡함지만의 레시피’를 완성했다.
 초창기엔 떡집과 회사 일을 병행하는 ‘투잡’을 선택했다. 하지만 매출은 기대만큼 늘지 않았다. “회사에서 받은 보너스를 떡집 운영자금으로 쏟아붓는 등 초기에는 고생을 했죠. 그래도 꾹 참고 기다렸어요. 대신 손님의 기호 분석 같은 장사의 기본기를 다져나갔죠.”

‘변함없는 떡 맛’ 위해 새벽 3시 반 기상
 2009년부터는 20년간의 샐러리맨 생활을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떡집에 매달렸다. “떡 맛은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격 정찰제를 고수했어요. 가격이 흔들리면 품질이 떨어지거든요. 대신 손님들에게 ‘덤’을 후하게 주었어요.” 친절하게 손님맞이하고 떡 인심 후하니 단골이 늘었고 전국에서 주문이 밀려왔다. 입소문이 나면서 KBS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했다.
 “쑥인절미는 쑥이 들어가 잘 굳지 않아 택배 판매가 가능하죠. 이 때문에 동네떡집에서 ‘전국구 떡집’으로 도약할 수 있었어요.” 떡함지 매출액의 약 70%는 택배 판매다. 특히 명절, 어버이날이 있는 5월, 수능시즌은 대목이다. 이 무렵엔 밤을 새며 떡을 만든다. “사장이라고 뒷짐만 지고 있으면 안 되요. 뒷설거지부터 전화상담, 판매까지 모든 걸 다 해야 합니다.”
 떡집이 인기를 얻자 백화점 입점, 홈쇼핑 판매 제의도 잇따라 들어왔지만 거절했다. 대규모로 납품을 하다보면 지금 같은 ‘떡 맛’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난 떡 사업가가 될 생각은 없어요. 내 깜냥에 맞게 하는 거죠. 떡 장사꾼이 ‘돈 맛’을 들이면 재료비, 인건비 깎을 수밖에 없고 그러면 맛은 변질돼요.” 너털웃음을 짓는 차 대표에게 고집스러운 장사 철학이 엿보였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