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부모력은 노력에서 나온다!

공동기획 - 부모력 향상

지역내일 2012-05-07

부모로서 갖춰야 할 자질이나 능력을 일컫는 신조어인 ‘부모력’은 일반적으로 자녀와 잘 소통하며 건강하게 양육하는 능력을 말한다. 바로 이 부모력이 얼마나 탄탄한지 여부에 따라 좋은 부모가 되기도 하고 부족한 부모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나 처음부터 올바른 부모력을 갖추기는 어려운 법. 부모교육 프로그램이나 그와 관련된 책, 기사, 선배 엄마들의 조언 등을 통해 정보를 얻은 후 조금씩 달라지려고 노력할 때 부모력도 조금씩 향상될 수 있다. 다양한 계기로 부모력을 향상시킨 사례들을 모아보았다.


강남서초 내일신문 편집팀

첫째와 둘째를 비교하던 나를 돌아보다

 큰 아들은 이제 8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행동도 꿈뜨고, 뭐든지 엄마가 시켜야만 행동하는 조금은 걱정스럽기도 하고, 조금은 못 마땅(?)한 아이. 이에 비해 둘째 딸은 5살이지만 어찌나 야무지고 자기 일도 척척하는 그야말로 예쁜 딸. 그래서인지 엄마인 나는 항상 큰 아이이게 “동생도 잘 하는데, 너는 왜”를 달고 살았다. 말끝마다 “동생도 잘 하는데”를 반복해 이제는 자동반사처럼 큰 아이를 보면 하는 말이 되버렸다. 그런던 어느 날, 택시를 타고가다가 부모 상담을 해 주는 소아 정신과 전문의가 하는 말이 마치 내 이야기인 것 처럼 가슴에 와 꽂혔다.
 전문의가 하는 말이 큰 아이가 동생과 비교되어 받는 스트레스와 부모의 말 한 마디가 아이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를 지적하고 있었다. 또 은연 중에 동생 역시 자신보다 못한 첫째를 무시하는 마음을 은연중에 키워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저 아이가 자기 일을 잘 하라고 하는 잔소리쯤으로만 생각했었는데, 그게 상처가 되고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택시를 타고 가는 내내 마치 내 이야기가 라디오를 통해 방송되는 듯 해 부끄럽기도 하고 내가 정말 어떤 엄마인지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어떤 엄마가 정말 좋은 엄마인지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었다.

전문가의 도움으로 다시 태어난 엄마



 나는 열혈 워킹맘이었다. 또한 열혈 학부모이기도 했다. 없는 시간을 쪼개 자녀 교육서를 꼼꼼히 챙겨 읽었고, 강의도 찾아다녔다. 아이는 엄마 말을 참 잘 들어주는 편이었다. 다니라는 학원에 빠지지 않고 다녔으며 이해력, 암기력도 좋았다.


그런데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수련회를 다녀오고 난 뒤 문제가 생겼다. 무서운 교관 선생님을 만나고 와서 아이의 멘탈이 붕괴된 것 같은데 따지고 보면 그동안 엄마에게 쌓인 외로움과 힘듦이 교관을 계기로 터져 나온 것이었다. 아이는 스스로 전문 기관을 찾아달라고 했다. 신경정신과와 상담센터의 차이를 묻더니 상담센터를 골랐다.


그 후 1년 동안 나는 밤마다 울었다. 아이는 의젓한 게 아니었다. 만나기 힘든 엄마에게 잘 보여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었으며 총명한 탓에 엄마가 원하는 대답이 뭔지를 잘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상담 과정에 따라 아이는 3-4살 연령의 아이들처럼 행동했다. 채워지지 못한 엄마의 사랑과 정을 채우고 싶은 것 같았다. 아이가 원하는 방식대로 애정을 건네주어야 했다. 원하는 만큼이 채워지지 않으면 아이의 모습은 더 나아지지 않았다. 밤이면 이대로 아이의 성장이 멈출까 두려워 펑펑 울었고, 지나간 수년이 아까워 엉엉 울었다.


시간이 지나자 아이와 내가 모두 변했다. 아이는 눈치 보는 기운 없이 나와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나는 내 입장보다는 아이가 원하는 것을 먼저 생각해보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언젠가 사라졌던 함박웃음이 아이의 입가로 돌아왔다.


부모력은 학력이나 독서만으로 얻어질 수는 없는 특별한 능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여러 세대가 함께 어울려 살며 선배 부모들의 모습을 관찰하기 힘든 요즘 같은 시대에는 필요한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부모력을 키우는 방법 또한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아이와 눈높이 맞추는 법을 배우다


 엄마가 되기 전 나는 혼자 놀기의 달인이었다. 혼자 도서관가기, 혼자 쇼핑하기, 혼자 여행가기 등등. 그렇게 나만의 시간에 익숙해있었기에 엄마가 되면서 크나큰 내적 갈등을 겪었다. 아이들이 예쁘고 소중한 만큼 나만의 시간에 대한 갈증도 깊어졌기 때문이다. 예전엔 그저 하나의 일상이었던 일들이 ‘아이들과 함께’로 오버랩시켜보면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린 현실이 슬프고 힘들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 엄마가 된다는 건 나의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의미인 줄 정말 몰랐었기에 더 힘든 초보 엄마의 시간을 보냈다. 나는 엄마 자격이 없는 걸까, 이기적인 걸까 하고 자책하면서.


 그러던 중 ''용감한 엄마가 세 돌 된 아이를 데리고 터키 여행을 다녀왔다''는 내용만 알고는 여행은 꿈도 못 꾸는 처지이니 대리 만족이나 느껴보고자 읽게 된 책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 ‘여행서’라고 생각하고 읽은 책에서 그 어떤 육아서보다 더 큰 위로를 받고 깨달음을 배웠다. 단순히 여행에서 보고 느낀 바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 저자의 가치관과 삶의 지향점, ''엄마''라는 존재 등에 대해 담담히 고백해 내려간 글에서 수없이 고개 끄덕이고, 눈물짓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특히 터키를 여행하며 곳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눈 대화와 저자와 그 아들과의 일상에서 느낀 단상들에서 참 많이 공감하였다.


 그리고 세 살 아이 손을 잡고 터키로 떠나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하고 함께 함으로써 자신의 욕망도 채우면서 아이와도 소중한 시간을 보낸 지혜를 본받아 ‘나 혼자’이거나 혹은 ‘아이들을 위해서’처럼 양 극단이 아니라, 생각의 틀을 바꿔 나와 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난 엄마이면서 나로써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지금도 ‘엄마’와 ‘나’ 사이의 역할 분배에 문제가 생길 때면 초심을 일깨우기 위해 펼쳐드는 책이다.


 



선배 맘들 코칭 덕분에 아들과의 사춘기 갈등 넘겨


딸을 키우다가 뒤늦게 5살 터울로 아들을 낳고 보니 키우는 재미가 새로웠다. 게다가 아들은 커갈수록 딸보다 더 살갑게 굴기까지 했다. 남들은 아들 키우기가 힘들다고들 하지만 우리 아들은 부모가 시키는 대로 말도 잘 듣고 철이 일찍 들어서 힘들게 한 적이 별로 없었다. 간혹 잘못한 일이 있어서 혼을 내면 밖에 나가서도 늘 “엄마, 죄송해요”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그러니 쳐다보기만 해도 절로 미소가 번질 정도로 아들홀릭이 될 수밖에.


그랬던 아들이 중1 때 사춘기를 겪으면서 갑자기 돌변하기 시작했다. 뻔히 잘못을 저지르고도 미안해하기는커녕 혼을 내면 눈을 부릅뜨고 대들었다. 밤늦게까지 컴퓨터 게임하는 걸 나무랐더니 상관하지 말라며 소리를 질렀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같이 소리를 지르다보면 말싸움이 끝나질 않았다. 딸의 사춘기는 그저 혼자 있고 싶어서 방문을 잠그는 정도였는데 아들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이렇게 완전히 딴사람으로 변해버린 아들을 어떻게 대해야 좋을지 몰라 먼저 아들을 키워본 주변 엄마들에게 하소연을 했다. 그랬더니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을 겪은 엄마들의 사례와 그 대처법에 대한 조언이 쏟아졌다. 이 시기만 잘 넘기면 된다는 격려와 함께.


아무리 착한 아들도 사춘기 앞에서는 생전 처음 보는 ‘괴물’처럼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그 후론 한 번씩 아들과 부딪칠 때마다 혼자 마음을 다스렸다. 그러고 나서 선배 엄마들을 만나 함께 아들 녀석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해 성토를 벌였다.


그렇게 한 해를 보내고 나니 사춘기 증상도 잠잠해지고 다시 예전의 아들로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유 없이 불쑥 화를 냈다가도 정신을 차리고 나면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서 겸연쩍어 했다. 선배 엄마들의 코칭 덕분에 아들과의 사춘기 갈등을 큰 문제없이 넘긴 부모력 있는 엄마가 된 셈이다.


 

 



좋은 엄마로의 변화, 작은 계기에서 비롯돼


고1인 딸은 고등학생이 된 후 첫 시험인 이번 중간고사를 큰 스트레스 없이 비교적 차분하게 준비했다. 그러니 엄마의 역할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고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시험기간의 우리 집 풍경이 이렇게 평안했던 건 아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를 잘했던 딸이 중1이 되자 첫 중간고사에서부터 전교 최상위권 성적을 내야 한다며 아이를 몰아세웠다. 아이 역시 공부에 욕심이 많아 경쟁상대인 같은 반 친구를 의식하며 공부에 매달렸다. 그런데 그 친구 때문에 반 1등조차 놓치고 말았다. 내심 기대를 했던 나는 너무 속이 상해 딸에게 신경질적인 잔소리를 퍼부었다. 딸은 말없이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그때부터 시험 때가 되면 안 그래도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를 더 많이 하라고 다그치고, 한 문제라도 틀리면 “왜 그런 실수를 했느냐”며 심하게 혼을 냈다. 그러니 아이는 시험기간만 되면 예민해지고 갈수록 신경질적으로 변해갔다.


그런 상황에서 우연히 상위권 아이들의 공부 스트레스에 대한 기사를 접하게 됐고 그중에서 한 구절이 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바로 “시험성적이 떨어지면 가장 속이 상한 사람은 아이인데 엄마들은 마치 내 아이는 아무 감정도 없다는 듯이 혼만 낸다”는 지적이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 사실을 간과한 채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수도 없이 내뱉었고 결국 시험불안증으로 이어지게 만든 나 자신을 그때서야 돌아보게 되었다.


그 이후로 일단 아이의 마음부터 편안하게 해주려고 노력하게 됐고 아이도 그런 엄마의 변화를 반기며 점점 안정을 되찾았다. 첫 아이를 키우느라 부족함이 많았던 엄마가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는 이렇게 아주 작은 것에서 비롯됐다.


 

 



‘바르게 키우기 콤플렉스’ 극복하니 아이가 밝아져


장남, 장녀인 우리 부부는 부모님으로부터 항상 동생들 앞에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교육받으며 자랐다. 게다가 결혼을 해서도 양쪽 집안의 맏이 역할을 하느라 늘 식구들 챙기기에 바빴다. 문제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키우는 방식이었다.


나는 요즘 다른 엄마들과는 달리 어린 아들에게 지나칠 정도로 배려와 예의를 강조했다. 혹시 친구들과 놀다가 싸우기라도 할까봐 내내 지켜보느라 엄마들과의 모임에서 차도 한 잔 편하게 마신 적이 없다. 오죽했으면 다른 엄마들이 “애는 잘 노는데 엄마가 왜 그러느냐”며 의아해 할 정도였다.


게다가 남편은 한술 더 떠서 양쪽 할아버지, 할머니께 정기적으로 안부전화 드리기부터 시작해 동네 어른들께 바르게 인사하기 등 예절교육에 신경을 썼다. 혹시라도 아이가 대충 인사를 하면 다시 공손하게 배꼽인사를 하도록 시켰다. 물론 공공장소에서 소란스럽게 뛰어다니거나 백화점 혹은 마트에서 떼를 부리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아들은 어딜 가도 늘 엄마, 아빠 곁에만 맴돌고 무슨 일을 할 때마다 일단 엄마, 아빠 허락부터 구하는 소극적인 아이로 변해갔다.


이런 우리 부부의 양육 태도를 지켜본 친정어머니가 “안 그래도 순하고 얌전하게 태어난 아이를 부모가 너무 지나치게 바르게 키우려고만 하면 결국 혼자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가 된다”고 따끔하게 나무라셨다. 오히려 아이답게 행동하도록 풀어줘야 할 필요가 있다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부터 우리 부부의 양육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고 있던 터였다. 그때부터 ‘그러면 안 돼’라는 말 대신 ‘괜찮아’라는 말로 아들이 걱정 없이 무슨 일에든 부딪쳐 볼 수 있도록 했다. 아직도 ‘애어른’ 같이 행동할 때가 많지만 그래도 훨씬 더 밝아졌고 스스로 해내는 일도 점점 많아지고 있어 다행이다. 우리 부부의 ‘아들 바르게 키우기 콤플렉스’ 때문에 힘들었을 아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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