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이들은 성인이 되기 전 사춘기를 거친다. 사춘기는 성숙기에 접어드는 청년기 전반기에 해당하는 시기로 여러 변화를 보이는 때이다. 사춘기를 감기 앓듯 가볍게 지나가는 아이가 있고 질풍노도의 혹독한 시기를 보내는 아이도 있다. 이것은 각 개인의 심리적 특성, 가정환경, 사회문화적 특성 등 복합적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감기 앓듯 가볍게 지나간다고 해도 사춘기 아이들과 부모의 마찰은 서로에게 감정적 상처를 남긴다. 성인으로 성장하는 아이의 변화를 부모는 반항으로 여기고 이를 통제하려 한다. 하지만 통제를 시도할수록 아이는 더욱 튕겨져 나간다. 신체적 변화와 함께 감수성 또한 고조되고 부정적 태도와 반항적 경향을 보이는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부모가 아이와 소통을 위해서 어떤 행동을 보여야 하는지를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알아보았다. 또한 사춘기 이전의 아이들의 생활과 부모와의 관계가 사춘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자.
Part 1. 사춘기 아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모든 아이들은 성인이 되기 전 사춘기를 거친다. 그러나 모든 아이가 ‘질풍노도 시기’의혹독한 사춘기를 거치는 것은 아니고 약 15~20% 정도만 이에 해당된다고 한다. 그 외에 아이들은 비교적 가볍게 사춘기를 경험한다. 그럼에도 전에 하지 않았던 행동들과 반응으로 인해 부모와 자녀의 골이 깊어진다.
# 1 진우(가명 13·남)는 동생이 귀찮게 하면 자신도 모르게 손이 올라간다. 동생을 때리는 것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화가 나면 자신을 통제하기 힘들다.
# 2 “엄마는 하루 종일 절 감시해요. 공부는 하는지, 좋은 친구들과 어울리는지 그런 것들이 궁금하신가 봐요. 공부 생각이 들다가도 엄마의 잔소리를 들으면 하기가 싫어져요” 현민(가명 13·남)은 엄마의 잔소리 때문에 괴롭다.
이렇듯 사춘기 아이들은 충동 조절이 쉽지 않고 부모님의 관심을 잔소리나 참견으로 생각한다. 아이들은 달라졌지만 부모가 자녀를 대응하는 방식은 예전과 그대로다. 당연히 소통이 쉽지 않다. 광주시 청소년상담지원센터 이 성 팀장은 사춘기 아이들은 신체적 변화는 물론 정서적 혼란기를 겪는 시기로 정체성 혼미가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한다. 자신을 탐색하는 시간이며,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때이다. 이 시기에 부모는 한발 물러나 아이들의 변화를 지켜보고 이해해야 한다.
# 1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서 딸은 부쩍 외모에 관심이 많아졌다. 사준 적이 없는데 가방을 열어보면 악세사리에 화장품까지 있다. 어디서 났는지 딸을 붙잡고 물어보면 친구 것이라고 하거나, 선물로 받았다고 하는 둥 얼버무리기 일쑤다. 주부 서민아(40·여)씨는 빨리 사춘기가 지나가기만 바란다.
# 2 중학생이 되면서 아들이 부쩍 성적에 관심이 많아졌다는 주부 김진희(38·여)씨. 남들은 철든 거 아니냐며 반색을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아들은 성적이 잘 나오지 않거나 자기 뜻대로 공부가 되지 않으면 동생을 괴롭히는 것은 물론 김씨에게도 불같이 화를 낸다. 이런 아들 때문에 화병이 날 정도다. 그래도 열심히 공부하려는 아들이 기특해 이리저리 맞춰 보려고 애를 쓰지만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할지 모르겠다. 아들과 함께 심리 상담을 받아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괜한 낙인만 찍힐 것 같아 망설이고 있다.
도와주면 원성을 듣는 상황에서 도움을 주는 방법을, 안내를 거절하는 상황에서 안내하는 방법을, 배려가 공격으로 오해받는 상황에서 부모는 아이들과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부모와 사춘기 자녀들이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은 뭐가 있을까? 부모와 아이 모두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소통의 부재와 게임중독이나 연예인에 열광, 외모에 대한 집착으로 공부에 소홀해지면서 갈등이 생긴다.
아이가 부모에게 대드는 등 직접적인 저항을 보일 경우 일단은 부모가 적극적으로 아이의 마음을 수용하도록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보이는 등 정서적인 친밀도를 높여 마찰을 줄인다.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지지하고 존중해준다고 느껴야 마음의 문을 연다.
사춘기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중요한 역할은 아이의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다. 신체적인 변화는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아이의 심리적 변화를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스스로 힘이 커졌다고 느끼면 싫은 것은 거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는 이런 과정을 ‘반항’으로 생각하지 말고 ‘성장’으로 이해한다.
# 중학생이 된 아들이 아내에게 툭하면 화를 내고 거칠게 반항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박진성(43·남)씨. 박씨는 그런 아들에게 매 주 토요일 같이 운동장에서 축구나 농구 등 체육활동을 할 것을 제안했다. 처음엔 시큰둥한 아들도 게임과 몸싸움을 하면서 친밀도가 높아지자 점점 마음의 문을 열었다. 박씨는 아들의 반항을 성인이 되기 위한 성장으로 이해하자 아들을 대하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고 한다.
사춘기 아이에게 일방적인 훈계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어느새 언쟁이 되곤 한다. 아이가 부모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일단은 끝까지 듣자. 그리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아이들과 체육활동과 공통의 취미활동을 찾는 등 정서적 친밀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갖는 것도 중요하다.
“청소년기에는 질서, 도덕 , 권위에 대해 수평적 사고를 하게 됩니다. 당연히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관점, 행동, 태도를 바꿔야합니다. 아이가 반항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해 나가고 있다는 점을 먼저 이해하세요.”
두리상담센터 박병훈실장(광주여대 겸임교수)은 부모가 날마다 같은 행동을 하면서 아이에게 다른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라면 먼저 부모의 사고와 행동부터 점검하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Part 2. 어린 시절을 잘 보내야 사춘기를 편하게 겪는다.
사춘기가 되기 전 아이들에게 부모는 세상의 중심이다. 부모의 말과 행동이 이치에 맞는지 틀린지가 중요하지 않다.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말과 행동이 사실로서 무의식중에 자리 잡는다. 이처럼 아이들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부모. 이들의 올바른 역할은 무엇일까?
① 충분한 애착관계를 형성하라
태어나는 순간부터 울음으로 자신의 욕구를 요구하는 아이들에게 즉각적인 반응은 긍정적인 성격을 형성하며 부모와의 친밀감이 깊어진다. 라온아동연구센터 허선윤 소장은 ‘즉시’ 반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즉각적인 욕구해소는 자녀와 충분한 애착관계를 맺는 기본 조건으로 이를 통해 부모는 아이의 성향을 파악하여 아이가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낼 때 왜 그런 모습을 보이는지 답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요구가 무시되고 거칠게 다루어진 아이는 부정적이고 누구든 불신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② 스스로 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줘라
보통 엄마들은 아이가 실수하는 모습을 지켜보지 못한다. 엄마들의 참견은 유아 때부터 시작된다. 스스로 밥을 먹겠다면서 옷이며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참지 못한 엄마들은 ‘엄마가 해 줄게’라며 앞서 아이의 모든 것을 해줘버린다. 허 소장은 유아기 혹은 아동기 시절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로 엄마의 조급함을 꼽았다. 사춘기 시절 뿐 아니라 성인이 된 후에도 부모에게 의존적이고 우유부단한 성향을 가진 사람은 엄마의 선행에서 말미암은 것이다.
③ 사과 할 줄 아는 부모가 되자
아이가 하지 말라는 일을 하거나 자신의 설득을 무시했을 때 부모들은 버럭 화를 내며 폭력적인 언어를 쏟아낸다. 그러나 자신이 들었을 때 기분 나쁘고 화나는 말은 절대 아이들에게 하지 말자. 만약 했다면 부모도 사과해야 한다. 아이가 잘못했을 때는 사과를 요구하면서 부모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는 다면 아이는 부모를 자신과 소통되지 않는 대상으로 인식하여 사춘기 시절이 오면 아예 입을 닫아 버린다.
④ 아이의 말을 경청해라
청소년기의 대화 중 아빠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극단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친구들이 있다. 아이의 메시지는 ‘난 아빠에게 화가 나요, 실망했어요’ 인데 어른들은 표면적 언어에 대한 잘못만을 지적한다. 아동도 마찬가지다. 물건을 던지거나, 떼를 쓰고 바닥에 뒹구는 아이들의 행동은 원인이 있다. 부모는 어리다고 의견을 무시하며 단지 눈에 보이는 행동에 대한 야단을 치는데, 먼저 왜 저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앞뒤 상황을 따지고 아이의 말을 경청한 후 아이의 근본적인 요구에 진심으로 응하도록 한다.
⑤ 신체활동으로 체력을 길러라청소년상담지원센터 이 성 팀장은 어려서부터 학원과 학교를 오가며 지친 체력 때문에 아이들의 인내력 떨어진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학업부진의 결과로 이어지며 쉽게 좌절하고, 감정 통제력마저 약하게 하여 우울증을 앓게한다. 더불어 남자아이는 사춘기가 되면 공격성이 여자아이 보다 두드러진다. 특히 7세~11세 사이에 공격적 성향을 잘 다스려 주지 않으면 사춘기 때는 더더욱 강한 공격력으로 표출된다. 공놀이, 자전거 타기, 달리기 등 신체활동으로 체력도 키워주고, 공격력 해소방법도 알려주자.
⑥ 칭찬이 독이 될 수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만, 무분별한 칭찬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들은 실패감을 느낀다. 실패의 경험이 없는 아이들은 조금의 실패에도 힘들어 하며 이 두려움이 커지면 좌절감도 커진다. 허소장은 차라리 칭찬을 하지 말라고 한다. 잘했을 때나 못했을 때나 부모들의 잘못된 칭찬보다 격려의 말이 아이들의 올바른 성격형성에 더 많은 도움이 된다.
⑦ 유아기 때 부족했던 욕구 지금이라도 채울 수 있다
중학생인 김(13?남)군은 사춘기가 되자 짜증을 많이 내고 성적도 하위권이었다. 이 때문에 상담센터를 찾은 김군은 상담사의 무릎에도 기대고 누우며 자신의 유아기적 욕구 불만을 표출했고 젖병을 빨고 싶은 마음도 털어놨다. 한 달 정도 주스와 물을 젖병으로 마시며 부족했던 욕구를 채우자 짜증도 사라지고 성적도 향상됐다. 의외로 기본적인 유아기적 욕구부족이 청소년 문제로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 팀장은 이 모든 문제보다 우선 전 세계 70억 명 아이들은 하나 같이 성향과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부모가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히 책과 기사의 한 단면으로 자신의 아이가 문제 있다고 여기는 귀 얇은 부모는 일관성과 규칙성이 없어 아이에게 더 혼란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김미용 리포터samgi123@naver.com
백수인 리포터 pinfloi@nate.com
라온아동상담 교육 센터 & 다우심리치료 연구소
두리사랑 상담치료연구소
광주광역시 청소년상담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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