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10시 천안시립교향악단 연습실은 아이들 종알대는 소리와 악기연주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자기 몸만큼이나 큰 악기를 들고 씨름하는 초등학생의 얼굴에도 자원봉사자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하다. 단원들과 강사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도 친구처럼 다정하다.
보는 사람의 마음도 절로 따뜻해지는 클로버청소년오케스트라단의 연습 풍경이다.
꿈도 사는 모습도 다르지만 음악으로 소통
비올라를 연주하는 김한나(14)양은 다문화가정의 자녀로 천안모이세의 추천을 받아 클로버오케스트라에 참여하게 됐다. 싱어송라이터가 꿈인 김양은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음악을 접해보고 싶었는데 클로버오케스트라에서 꿈의 일부가 이뤄졌다”고 말한다. 김양은 “다문화가정이어서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 오히려 다행”이라며 “앞으로 악보를 보고 바로 연주할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을 쌓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바이올린을 연습하는 모습이 누구보다 진지한 박현성(12·가명)군은 음악가가 장래희망이다. 박군은 “친구들, 선생님들과 마음을 맞춰 합주할 때 제일 기쁘다”며 “토요일 아침마다 15분씩 자전거를 타고 연습실에 오는 것이 전혀 힘들지 않다”고 말한다.
단비복지관 소개로 오게 된 오민철(14·가명)군은 클로버오케스트라에서 처음 바이올린을 손에 잡았다. 악보를 하나씩 배워가는 게 재밌다는 오군은 앞으로 음악으로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한다.
재능기부와 후원으로 창단
풀뿌리희망재단이 지난해 창단한 클로버청소년오케스트라는 아동복지시설 저소득가정 다문화가정 아동과 청소년들로 구성된 새내기 오케스트라다.
풀뿌리희망재단 박성호 이사는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는 청소년들이 음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긍정적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오케스트라를 창단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한다.
클로버오케스트라는 영화 한 편이 모티브가 됐다. 박성호 상임이사가 영화 ‘기적의 오케스트라-엘 시스테마’를 보고 감명을 받아 재단에 청소년오케스트라 창단을 제안해 만들게 된 것.
‘기적의 오케스트라’는 빈곤 범죄 마약 등 열악한 환경에 있던 베네수엘라의 청소년들이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기적과 같이 변화하여 새로운 삶을 개척한 감동실화를 영상으로 옮긴 작품이다.
클로버오케스트라 창단도 기적처럼 순조롭게 진행됐다.
천안시립교향악단 김성한 단무장이 기꺼이 지휘를 맡아주겠다고 나섰고, 시립교향악단 단원들과 아마추어 연주가 등 지역의 예술가 30여명이 재능기부로 오케스트라에 참여하기로 약속했다. 천안시의 협조를 얻어 지금의 연습실을 사용하게 된 것도 다행스런 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후원으로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지급할 악기도 무사히 마련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의 참여로 2012년 1월 첫째 주 토요일 클로버오케스트라의 첫 연습이 시작됐다.
악기를 배우는 친구들이 부러웠다던 아이들이 모인 만큼 배움의 열정도 대단하다.
김성한 지휘자는 “활 긋기부터 시작한 아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워낙 적극적으로 배우고 있어10주 만에 쉬운 곡을 합주할 수 있게 됐다”고 자랑한다.
이해원 간사는 아이들의 변화가 뿌듯하다. 처음에는 서먹서먹하고 무표정하던 단원들이 악기를 배우고 소통하면서 표정이 밝아지는 게 느껴졌다고.
박성호 이사는 “혼자서 배우는 악기레슨과 달리 오케스트라는 지휘봉에 맞춰 다른 사람의 소리와 내 소리를 들으며 호흡을 맞추는 것이 큰 장점”이라며 “아이들이 오케스트라에서 눈빛을 나누고 서로 배려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 앞으로 살아가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클로버오케스트라는 빠르면 가을쯤 창단연주회를 열 계획이다. 또 기회가 되는대로 봉사연주회를 열어 무대 경험도 쌓고 봉사의 기쁨도 나눌 예정이다.
희망을 연주하는 클로버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반짝거리는 모습이 앞으로도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기대해본다.
후원문의 : 풀뿌리희망재단 576-6490
서다래 리포터 suhdr100@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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