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엄마와 학교 이야기 들어보니

강경처벌로 학교폭력 해결 안 돼

피해정도 기준 모호 … 대책 따른 또 다른 피해 우려

지역내일 2012-05-04

정부가 연일 학교폭력에 대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학교폭력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부의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에 대해 부모들과 일선교사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지난 22일 교과부에서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는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강경처벌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사진은 지난 13일(금) 천안교육지원청 Wee센터에서 실시한 ‘찾아가는 상담체험·교육의 날’ 행사 
<사진 제공 천안교육지원청>


처벌 중심의 종합대책에 불안한 학부모 
학교폭력종합대책에서는 가해학생에게 즉시 등교 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게 하고 있다. 피해학생이 원할 경우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야 한다.
이에 대해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이수경(40·아산시 용화동)씨는 “학부모 총회에서 경찰관이 학교폭력에 대해 설명하고 학생주임교사가 이에 대해 또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심각함을 느낄 수 있었다”며 “큰 아이 학교의 경우 이후 실제 문제가 생겨 학부모 소환을 하고 전학조치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걱정이 생겼다고. 이씨는 “학교폭력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이기 위해 학교가 강경한 입장으로 문제를 해결한 것 같다”며 “폭력 내용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아도 피해학생과 가족의 요구에 따라야 하니 요즘은 아이에게 아침마다 ‘친구에게 장난을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고 덧붙였다.
고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유승연(44·아산시 배방읍)씨는 “최근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한 아이가 폭력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가해 학생 두 명을 지목한 적이 있는데 설문조사 내용을 보니 크게 문제 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법이 바뀌어서 피해학생이 요구하는 대로 다 해줘야 한다고 하더라”며 “결국 가해학생 중 한 명은 자퇴했고 또 한 학생은 그에 따른 별도의 교육을 받았다. 더욱이 그 내용이 생활기록부에 다 기재된다고 하니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진학교 공개로 곤혹 치른 학교
교사들은 연이은 학교폭력대책에 신경이 곤두서고 있다. 최근 학교폭력실태전수조사에서 일진이 있는 학교로 공개된 한 초등학교 교사는 “우리 학교는 교과부 조사에 충실히 응했을 뿐인데 어느 날 갑자기 일진비율이 가장 높은 학교가 되어 있었다”며 “아예 조사에 응하지 않았으면 이런 문제가 없었을 테니 앞으로는 교육당국 지침에 협조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냐”고 심정을 토로했다. 또한 “이로 인해 학교폭력예방교육을 잘 실시했는지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그 자료 준비에 또 업무가 늘었다”며 “학교폭력을 막으려면 시간을 내서 아이들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데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안의 ㄱ남자중학교 교사는 “아이들이 한창 예민하고 신체활동이 왕성한 나이라 생활 지도에 더 신경을 곤두세우며 지낸다”며 “다른 학교 동료 교사들 이야기를 들으니 ‘친구들끼리 싸우면 말리지 말고 멀리 떨어져라’ ‘세 명 이상 몰려다니지 말아라’ 라고 지도한다는데 이게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해야 할 지도가 맞는 건가 회의스럽다”고 말했다.
업성고 채진희 교사는 “정말 심각한 폭력을 저지르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아이들은 학교폭력에 대한 뉴스가 나온 후 알아서 조심한다”며 “교육부의 지침이나 강제적인 처벌에 의해서가 아니라 아이들 자체적으로 행동을 조심하니 폭력수치가 줄었다”고 말했다. 또한 채 교사는 “학교에서 진로 적성 교육이나 봉사활동, 강연 등을 자주 마련하는데, 이런 다양한 학업 외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를 고민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학교폭력 단기 대책으로 막을 수 없어 
그렇다면 엄마들은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할까. 이에 대해 “단기간의, 강제적인 처벌 위주로는 학교폭력을 해결할 수 없다”는데 의견이 모였다. 엄마들은 아이가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것도 걱정이지만 가해자가 될 수도 있어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수경씨는 언어 교육을 이야기했다. 이씨는 “아이들이 욕설이나 은어를 멋모르고 쓰는데 언어의 과격함도 크다”며 “여자아이들의 경우 감성적으로 예민해서 언어에 상처를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김선영(가명 천안시 불당동)씨는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 처벌부터 생각할 것이 아니라 부모와 교사 아이가 계속 소통하면서 마음을 열도록 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이야기했다.
목천초등학교 김상남 교사는 “아이들을 경쟁 위주로 몰아넣으니 그로 인한 상처가 폭력으로 표현되는 것”이라며 “지금 현재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대책은 실적 위주의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 심층적인 것을 건드리지 못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김 교사는 “아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 사회를 정글로 보고 아이를 강하게만, 경쟁에서 이기도록만 하는데 어른들의 그 마음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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