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공개 논란
“우리 학교가 폭력 학교라니요?”
교육단체들 “객관성 없고, 낙인효과 우려 크다” 반발, 부산 응답율 26.6%, 피해응답률 11.8%, 일진인식비율 22.9%
정부가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교육과학기술부와 각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한 가운데 교육계에서는 부실한 자료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실태조사 결과 공개와 관련, 교원단체들은 19일 “학교폭력의 실상을 더 이상 숨겨서는 안된다는 원칙에는 공감하지만 조사결과 공개가 자칫 학교줄세우기, 낙인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교원단체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조사 결과의 객관성 부분이다. 특히 조사대상 학생수보다 응답자가 더 많은 학교가 있는 등 자료 곳곳에서 발견된 오류가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교과부는 지난 1월 18일부터 전국 1만1363개 초·중·고교의 재학생 559만명을 상대로 사실상 최초의 학교폭력 실태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응답률이 평균 20%대로 낮은 데다 졸속 조사로 결과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높다.
신뢰할 수 없는 조사 결과로 교사 학부모 사기만 꺾어
일선학교들은 학교와 학생들의 명예만 실추시켰다고 반발하고 있다. 포항의 한 중학교는 전교생 923명 중 1명만 답했다. 그러나 이 학생이 ‘우리 학교에 일진이 있다’고 답해 일진 인식비율이 100%로 처리됐다.
학교폭력 피해비율과 일진 인식비율이 각각 11.6%, 52.7%인 대구 모 중학교 관계자는 “우리 학교의 경우 응답회수율이 17.5%밖에 안 되는데 학교폭력이 많은 것처럼 나와 괜히 피해를 입을까 걱정이다”며 “학부모들도 이 결과에 대해 불쾌하게 여긴다”고 전했다.
부산지역 A고교 교장은 “학교폭력은 불우한 가정환경, 게임중독, 우울증 등 복합적인 이유에서 발생하는 문제인데 학교 폭력 피해 여부, 일진 유무 등 단편적인 조사로 실태를 파악하긴 힘들다”며 “한 학생의 문제점을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종합적인 실태조사를 표본 형태로 실시하는 게 바람직할 듯하다”고 제안했다.
한국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회수율이 전국 평균 25%에 머무르고 학교별 편차도 커 자료의 객관성이 문제되는 측면이 있다”며 “이런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하기 전에 자료의 객관성을 학교가 검증할 수 있게 하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회를 줬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다른 학교에 비해 발생수치가 높은 경우 문제학교라는 낙인효과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교과부, 학교폭력 관련 정보 공시는 11월로 연기
또한 교원단체들은 학교폭력을 대하는 정부 정책의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은 한 목소리로 입시교육 중심의 경쟁교육의 변화를 요구했다.
교과부가 이번에 공개한 최종 결과에 따르면, 부산은 614개 초·중·고 학생들이 설문에 참여해 설문지 회수율이 26.6%, 피해응답률 11.8%, 일진인식비율 22.9%를 나타냈다. 울산은 28.5% 회수율에 피해응답률 13.6%, 일진인식비율 23.%였고, 경남은 37% 회수율과 피해응답률 14.2%, 일진인식비율 17.8%를 보였다.
폭력의 위험도를 보여주는 피해 응답률과 일진 인식 비율을 합친 수치를 보면 학교 폭력 발생률은 중학교(41.6%), 초등학교(32%), 고등학교(17.5%) 순으로 나타났다.
교과부는 앞으로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매년 3~4월과 8~9월 두 차례에 시행할 예정이다. 교과부는 다음 조사때부터는 우편조사 방식 대신 온라인 설문조사 방식으로 개선하여 학생들의 참여율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교과부는 학생체력평가 결과 등 12개 항목을 학교알리미를 통해 공시했지만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심의 결과와 예방교육 현황 등 학교폭력 관련 정보 공시를 오는 11월로 연기했다고 5월 1일 밝혔다. “논란이 됐던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공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로 관련 정보를 공개할 경우 학교 현장에 혼란이 올 수 있다”며 공시 연기 이유를 덧붙였다.
박성진·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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