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스턴스 엘리엇은 ‘황무지’란 시에서 4월이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하지만 학부모에게는 3월이 잔인한 달이다. 자녀가 새 학년에 올라간 기쁨도 잠시, 학부모 총회에 참석하여 자녀에 관한 상담을 받게 된다. 아주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세밀한 상담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자녀의 대학 입시와 관련된 정보를 얻게 되는 것이다. 막연했던 자녀에 대한 대학 입시가 구체적으로 다가오면서 대개의 학부모는 충격에 빠지게 된다. 내 자녀를 위해 어떤 일을 해 주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럽다. 학교 선생님의 말은 충격적이고 그렇다고 다른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더욱이 복잡하기만한 입시 전형은 3,000개가 넘는다고 하고.
그래서 해마다 이맘때는 고3 학생들이 울면서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의 성적이 그다지 나쁘다고 생각지 않았는데 선생님이 권하는 학교는 지방의, 더욱이 이름도 별로 들어보지 못한 대학이란다. 속이 상해서 펑펑 울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당혹스럽기 그지없는 때가 많다. 적절한 상담을 못해 주어서가 아니라 천편일률적인 학교 선생님의 권고를 어떻게 좋게 이해시켜야 하는가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일단 내신 성적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내신 성적이 3등급 이하면 무조건 인적성 준비를 하든지, 수능에 올인하라고 권유한다. 논술은 해 보아야 안 되니까 꿈도 꾸지 말라고 하면서 다른 생각 말고 수능 준비만 하라고 한다. 이러한 권고는 한 편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적절한 입시 지도가 아니다. 왜냐하면 변화하는 입시 경향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 입시는 크게 달라지고 있다. 우선 수시 모집의 비중이 더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2013학년도 수시 모집에서는 전체 모집 인원의 62.9%인 236,349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2012학년도의 62.1%, 2011학년도의 60.7%보다 소폭 늘어나는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해에 비해 총 모집 인원이 7,035명 감소하여 수시 모집 선발 인원도 1,385명 줄어들게 된다. 지난해 수시 모집에서는 서울대 60.8%를 비롯하여 연세대 70%, 고려대 65.2% 등 대부분의 상위권 대학이 60% 이상을 수시에서 모집하였다. 하지만 2013학년도 수시 모집에서는 서울대 80.3%, 연세대 66.6%, 고려대 65.5%, 서강대 64.5%, 성균관대 65.0%, 중앙대 80.9%, 한양대 64.0%, 홍익대 61.7% 등을 수시에서 모집한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상위권 대학들은 수시 비중을 60% 이상 유지하고 있다. 특히 서울대와 중앙대의 경우는 80% 이상으로 수시의 비중이 커졌다. 더불어 중위권 이상 대학의 수시 반영 비율도 전체 반영 비율보다 높다. 70%선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대학 지원의 전략도 수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인천의 일선 학교에서의 진학 지도는 그렇지 않다. 이렇다 보니 대학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전국 200여 곳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이 학교마다 간신히 50%를 넘기고 있는 상황을 볼 때 더욱 그렇다. 이른바 SKY라 불리는 명문대 진학률은 더욱 초라한 실정이다. 어떤 학교에서는 이제 막 고교에 입학한 신입생에게 ‘4년제 고등 학교’에 입학한 것을 축하한다는 말을 했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도 들린다. ‘4년제 고등 학교’는 650명 가량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학교에서 450명 정도의 인원이 재수하게 되는 상황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이러한 상황의 원인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수시에 등한시해 왔던 점을 들 수 있다. 맞춤 진학 지도가 어려운 학교에서의 입시 지도는 대개 내신 3등급 이하의 학생들에게 다른 것 생각할 필요 없이 수능에만 올인하라고 지도하고 있다. 이미 수시가 대세인 입시에서 정시에만 집중하라는 것은 일부러 좁은 문을 가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수시에서 추가 등록으로 합격자 충원까지 이루어져 정시로의 이월 인원도 적은 상태이기에 더욱 그렇다. 더욱이 수시 지원 횟수가 6회로 한정되게 되어 이전 경쟁률의 절반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더욱 그렇다. 무조건 6회는 지원하고 보는 전국 학생들의 천장 효과까지 생각한다면 ‘정시 올인’은 전국의 다른 학생들의 합격률을 돕게 되는 모순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치열한 입시 경쟁에서 다른 학생들을 위해 수시 지원을 하지 않으니, 인심도 이런 후한 인심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내신 3등급 이하의 학생들이 실제로 수능에만 올인한다고 해서 성적 향상이 이루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난이도에 따라서도 다르고, 1번 치러지는 시험이기에 더욱 불안한 것이기도 하다. 간혹 수시의 높은 경쟁률을 이야기하는 데 수시 경쟁률은 오히려 정시 경쟁률보다 변화 요소가 크다. 수능 최저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나 우선 선발 요건을 갖추는 경우에 실질 경쟁률은 현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시 올인 입시 지도가 이루어지는 것은 결국 실제적으로 이 학생들의 진학 지도를 포기한 것이다. 맞춤 진학 지도가 이루어진다면, 예를 들어 내신 6등급까지도 논술 전형에 합격하는 사례들을 참고한다면 학생들의 전형에 더욱 고민했어야 했다. 각 대학에서 반영하는 내신 성적의 등급간 점수차가 실제적으로 크지 않고 전체 전형에서 큰 변별력을 가지지 못하는 것도 고려하여야 한다. 자신에게 맞는 전형이 무엇인지 검토조차 해 보지 못하고 해마다 3월 학부모 총회 이후에 소위 인간 취급도 못 받는다면서 눈물을 펑펑 흘리는 학생들의 모습은 차마 볼 수 없는 지경이다. 이제부터라도 수시 대세의 입시에서 자신에게 맞는 전형 방법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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