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학교 안 오케스트라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원으로 운영되기도 하고, 학교에서 자발적으로 꾸려가기도 한다.
고양교육지원청의 서명규 장학사는 “학교 안 오케스트라는 학생들의 정서와 인성 함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학교와 지역사회에도 활기를 불어 넣어 고무적”이라고 설명한다. 우리지역에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학교 안 ‘오케스트라’가 있다. 멋진 하모니를 만들며, 꿈을 연주하고 있는 문화초등학교와 신일중학교 오케스트라를 찾았다.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문화초등학교 오케스트라
“내 소리 낮추며, 화합을 배우죠”
문화초등학교 오케스트라는 매주 토요일 아침 9시부터 연습이 시작된다. 연습 시작 10분전, 훈훈한 열기가 그득한 가운데 48명의 단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정찬호 지도교사의 지휘에 따라 자리 배열부터 악기 튜닝까지 연습채비가 한창이다. 잠시 후 호흡을 가다듬고, 아름다운 연주가 시작된다.
오랜 전통, 수준 높은 하모니
문화초등학교 오케스트라는 10년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학교의 자랑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정찬호 지도 교사는 “10년 전에 음악에 관심이 많은 교사가 오케스트라를 창단했어요. 그 동안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학부모님들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오늘까지 왔습니다”라고 말한다.
문화초등학교 오케스트라는 현악기, 타악기, 관악기를 모두 갖추었다. 악기 구성이 다양해 균형이 잘 맞는 것이 특징이다. 지휘를 맡고 있는 문진호 강사는 “초등학교에서는 꽤 수준이 있습니다. 특히 바이올린의 수가 많고, 의욕이 높습니다. 오케스트라는 열정이 없으면 유지가 힘든데, 10년 동안 그 맥을 이어 왔다니 문화초의 시스템에 놀랐습니다” 라고 전한다. 창단 때부터 열의가 대단했던 만큼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고양시에서 열리는 대회마다 좋은 성과를 거뒀고, 2011년 고양시 예능발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전국대회에서는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찬호 지도 교사는 “안팎에서 유명해진 오케스트라 덕분에 전학 온 학생도 있고, 형제자매가 오케스트라에 함께 들어오기도 한다”고 말한다.
단원은 4,5,6학년을 중심으로 48명이 활동하고 있다. 연 3회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다.
음악으로 소통하며, 자신감 쑥쑥
지난해에는 파주 노인복지관에서 작은 연주회를 열었다. 학생들은 “음악으로 소통하며 많은 성장을 이뤘다”고 입을 모은다. 로봇 과학자가 꿈이라는 홍세화 학생(5학년 바이올린)은 “재능봉사 무대를 마치고 박수가 쏟아질 때 정말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한다.
낮고 굵은 첼로의 소리가 좋아 1학년 때부터 첼로를 연주한다는 표윤호 학생(6학년)은 “한 곡 한곡 연주할 때마다 성취감이 생기고, 그 성취감은 자부심, 자신감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반 친구들 생일 때마다 바이올린을 연주한다는 진주연 학생(5학년)은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이 커졌고, 성격도 활발해졌다”고 한다. 플릇을 연주하는 이성경 학생(6학년)은 “아침 연습를 하고 나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다”며, “덩달아 공부도 즐겁게 한다”고 말한다. 6살부터 바이올린을 한다는 이상미 학생(6학년)도 변화가 찾아왔다. “자세가 곧아지고, 아는 친구들이 많아졌어요.” 특공무술이 특기인 최영민 학생(5학년)도 “악기 연주를 통해 집중력이 좋아지고, 음악을 좋아하게 됐다”고 한다.
오케스트라에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는 김영숙 교장은 “연습시간이 주말인데도 빠지지 않고 애착과 자긍심을 가지는 학생들을 보니 정말 기쁘다”며, “오케스트라는 창의력은 물론, 배려심, 인내심 등 인성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전한다.
신일중학교 윈드오케스트라
“내일을 여는 힘찬 연주”
신일중학교는 음악교과 특기학교다. 2002년 고양교육청의 후원과 마상학 교사의 열정으로 창단해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박효일 교장은 “오케스트라는 악기 연주와 편곡 등 곡에 대한 이해와 깊이가 있어야 한다”며, “마상학 교사는 실력과 열정을 두루 갖춘 진정한 전문가”라고 말한다. 웅장한 행진곡이 울려 퍼지는 연습실에서 그들을 만났다.
꿈을 연주하는 드림 오케스트라
특기적성으로 시작된 오케스트라는 신일중의 명물이다. 연주 실력이 뛰어나 나가는 대회마다 상을 휩쓴 것은 물론, 3학년 학생들은 특목고에 합격하는 등 입시 성적까지 좋다.
“지난 2003년부터 참가한 대한민국 관악경연대회서 6년 연속 수상하는 저력을 보이고 있습니다.”(마상학 교사)
졸업생 중에는 서울예고와 선화예고를 거쳐 서울대 음대에 들어간 학생도 여럿이다. 취미로 시작해 전공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30~35% 정도며, 현재 3학년 중 4명이 예고를 준비하고 있다. 악기를 연주하면서 학교생활이 즐거워졌다는 이창수 학생(3학년)은 세계적인 트럼펫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한다.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서 서로 화합을 이뤄본 경험과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시간을 맞추고 배려했던 것들이 꿈을 이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돼요.” 튜바를 전공하고 있는 김민준 학생(3학년)은 유명교향악단이 최종목표다. “목표가 있으니까 수업에 집중이 잘 되고, 전체와 조화를 이뤄가며 제 몫을 분명히 해낸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됐어요.” 친구 따라 오케스트라에 들어와 호른을 전공하게 된 강해원 학생(3학년)도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입단이 꿈이다. “처음에는 은근히 경쟁도 되지만, 합주를 하면서 마음이 저절로 하나가 돼 신나게 연습하고 있어요.”
자신들의 꿈을 연주하고 있는 신일중 오케스트라는 매년 어울림누리에서 정기 연주회를 연다. 동네 주민들과 함께 작은 음악회를 열기도 하고, 여름에는 합숙 캠프를 하기도 한다.
학교의 자랑, 윈드오케스트라
신일중의 윈드오케스트라는 관악기와 타악기로 이루어졌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금관악기(튜바, 트럼펫 등)와 목관악기(클라리넷, 오보에 등), 기타 타악기(팀파니 등)까지 12종이다. 마상학 교사는 “윈드오케스트라로 불리는 이유는 관악기에 있습니다. 관악기는 사람이 부는 날숨으로 연주가 되는데, 이 날숨(바람)의 ''wind''를 땄습니다”라고 설명한다.
매년 3월 단원 모집을 하며, 악기를 다룰 줄 몰라도 지원가능하다. 악기는 학교에서 제공한다. 현재 1학년 39명, 2,3학년 14명이 활동 중이며, 매주 월, 화, 금 오후 3시 30분에 연습이 있다. 마상학 지도교사는 “한창때는 2,3학년이 60명 정도 됐어요. 제가 다른 학교에 갔다 온 사이에 학생 수가 많이 줄었지요. 올해 잘 가다듬어 활발한 활동을 할 생각입니다”라고 말한다.
신일중 윈드오케스트라의 특징은 ‘각별한 선후배 사이’다. 마상학 교사는 “후배 양성을 위해 선배들이 전문 강사로 나섰다”며, “훈훈한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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