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가까이 있어 소중함을 잊고 지내는 존재들. ‘춘천인형극장’은 춘천시민들에게 무엇일까. 매년 여름 ‘춘천인형극제’가 열리고, 월요일 빼고는 매일 인형극을 볼 수 있는 곳.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키워주는 고마운 대상이 늘 그 자리에 있어 그동안 우리는 ‘춘천인형극장’의 존재감을 제대로 모르고 지낸 건 아닐까?
5월이 다가오자 춘천 곳곳에 유명 캐릭터들을 앞세운 뮤지컬 공연 광고들이 붙었다. 대형 기획사가 제공하는 화려한 무대와 유명 캐릭터들의 발랄한 움직임에 객석을 가득 메운 아이들은 환호성을 보낼 것이다. 하지만 ‘춘천인형극장’ 무대는 좀 다르다. 소박한 무대와 하나하나 손을 거쳐 완성된 인형들, 정감 넘치는 극단들의 움직임 속에서 현란한 볼거리와는 또 다른 감동을 받는다. 아날로그의 향수에 빠진 부모들과의 이야기 거리도 그만큼 더 풍부해 지는 것이다.
재단법인 춘천인형극제
1989년 춘천인형극제 조직위원회 출범으로 비롯된 재단법인 춘천인형극제는 전문예술법인으로 지정받은 비영리 문화예술법인으로서 매년 8월 ‘춘천인형극제’를 주최한다. 2001년 개관한 ‘춘천인형극장’과 ‘춘천인형극박물관’을 운영하며, 매년 전국 극단 공모를 통해 약 15편 정도를 선정, 연중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국내 유일의 인형극장, 인형극의 고향 춘천이란 상징적 의미 때문에 많은 극단들이 최소의 이윤으로 좋은 작품을 가지고 찾아온다. “국내 유일의 인형극장이란 의미와 함께 극단들이 다들 춘천인형극제에 참가하고 있어 애정을 가지고 참여하지요. 그 이유로 짧은 주말공연이 아니라 2주라는 기간 동안 상설공연을 진행합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보통 공연료가 1만원이 넘게 책정되지만, 인형극장에서는 대극장 기준 8,000원(예매 6,000원 / 관극회원 및 단체 5,000원)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 또한 춘천이라 가능하다는 게 서용선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시민들의 애틋한 관심과 춘천시의 각별한 관심 요구
인형극이란 장르의 대표성을 띤 공간이지만 운영에 어려움도 많다. “상업적인 무대가 아닌 전문공연예술 분야다보니 정부지원이 필수적인데, 최근 몇 년 시 예산이 축소되는 바람에 경영상 무리가 많은 게 사실입니다.” 서 국장에 따르면 공연을 주말만 진행한다거나, 대형 기획공연을 유치하거나, 다른 용도로 극장을 대관하면 경영차원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인형극장의 본질을 지키고자 하는 게 춘천인형극제의 지향점이라고 한다.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1년 동안 주중 상설 공연이 가능했다. 그러다 보니 한편으론 평일 공연은 어린이집 단체 관람 위주거나 인력 부족으로 진행과 홍보 면에서 아쉬움이 많은 것도 사실.
“과거에 비해 아이들 수가 많이 줄어 관객도 자연스레 감소하고 있어요. 이런 인프라와 시스템이 번화한 도시에 있다면 효과가 대단하겠지요. 춘천이란 소도시의 한정된 관객 수도 고려해야 합니다.” ‘춘천인형극장’의 운영은 단순히 경제논리로만 평가할 수 없는 사안이며, 춘천의 문화와 함께 꿈을 꾸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시 차원의 대승적인 지원과 시민들의 애틋한 관심이 요구된다.
새로운 도전과 기대
하지만 어려운 여건임에도 경영난을 해소하고 다시금 일어서려는 자체적인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인력감소를 포함한 다양한 자구책을 통해 빚을 청산한 데 이어 올해와 내년을 변화의 원년으로 삼고 리뉴얼도 기획 중이다.
올 봄 들어서는 새 기운도 한껏 느껴진다. 5월26일까지 토, 일요일에 운영되는 ‘신나는 인형공방’도 활기를 띠고 있다. 공연관람에 앞서 1천원의 재료비만으로 인형극의 원리를 이용한 인형 작품들을 부모들과 즉석에서 만들어 보는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주5일제 수업을 계기로 매주 토요일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토요인형극학교’도 돋보이는 시도. 3월부터 11월까지 총 30회에 걸쳐 진행되는 ‘토요인형극학교’는 무료 정기공연 관람은 물론 신체놀이를 통해 인형극을 접하고 토론, 발표뿐 아니라 직접 인형극 제작 발표의 과정까지 포함되어 있어 시민들의 호응이 높다. 또한 하루 동안 아이들이 스토리를 쓰고 캐릭터를 직접 만들며 연습에 출연, 공연까지 경험하는 ‘번개인형극’이란 프로그램도 별도기획으로 운영되고 있다. 매주 수요일엔 지역 아동센터와 연결해 공부방을 찾아가는 어린이 대상 교육사업도 진행한다.
단순히 우리가 생각했던 인형극만 상영하는 곳이 아닌 인형극을 대표하고 그 본질을 계승하고 있는 ‘춘천인형극장’. 앞으로 또 다른 변화와 지역 속에 더 깊게 자리매김하길 기대해본다.
문의 242-8450 / www.cocobau.com
김연주 리포터 fa1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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