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동 CGV 1층에는 작고 아기자기 한 꽃집 하나가 자리 잡고 있다. 싱그러운 기운 가득 넘쳐 지나치는 이들의 발길을 잡는 이곳, ‘일리아스’는 얼마 전까지 친환경매장 ‘자연드림’을 운영하던 권오남(49)씨가 기나긴 기다림 끝에 문을 연 꽃집이다. “제가 꽃집을 연다니까 가족들이 모두 기뻐해주었어요. 많이도 돌아 왔다는 기분이랄까. 드디어 제가 진짜 할 일을 시작하는 기분이예요.”
대학시절 원예를 전공한 그녀의 꿈은 꽃집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이 여의치 못했고, 이후 다른 일들을 하게 되면서 꽃과는 멀어지는 것 같았다. 그 사이 딸에게 꽃집을 차려주는 것이 소원이었던 어머니도 돌아가셨다. 하지만 결국 하고 싶은 일은 하게 된다고 했던가. 그녀는 얼마 전 설레는 꽃향기 같은 마음으로 ‘일리아스’의 문을 열었다.
하지만 꽃집을 운영한다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특히 요즘처럼 일교차가 심한 날에는 조금만 한 눈을 팔아도, 꽃들은 금방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밤마다 방풍을 위해 문 주위를 테입으로 붙이고, 10킬로가 넘는 흙들을 옮겨가며 작업했다. 계속 흙을 만지고 꽃을 만지다 보니 꽃집 문을 연지 일주일도 안 돼, 그녀의 손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진짜 힘든 일은 따로 있었다. “저는 생협 운동을 했던 사람이잖아요. 그리고 꽃과 화분에 포장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최대한 간단하게 포장해주었죠. 재활용 용지도 사용하구요. 물론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고객들은 화려하고 특별한 포장을 원했다. 어쩌다 한번 주는 선물인 만큼 화려하길 바라는 고객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마음이 편치 못하다고 했다. “사실 꽃을 사랑하면 지양해야 할 행동을 하고 있는 셈이죠. 꽃 자체의 아름다움과 소박함으로만 기쁨을 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가진 것은 없지만 꽃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기쁨을 전해 주고 싶다는 그녀에게 행복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꽃을 보면서 화내는 사람이 있나요? 슬픔과 분노, 스트레스까지 치료해주는 것이 꽃과 나무입니다. 그런데 그 속에 하루 종일 있을 수 있잖아요. 언제나 좋은 공기 속에, 좋은 향기 속에 있을 수 있으니, 어떻게 행복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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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희 리포터 imh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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